급진주의 부분을 먼저 정리하고 갔어야 하는데 앨리슨 재거 얘기를 하고 싶어 사회주의 먼저 가져온다.

이 책의 3장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이다.

2장 <급진주의 페미니즘> 읽으면서 역시 나는 급진주의 쪽이구나, 생각하면서 그러나 사회주의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았다. 저자 서문에서 요약한 바로는 나는 어쩌면 사회주의 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주의까지 읽어본 결과, 어느 주의에 가깝냐 하는 것은 내가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성매매와 성착취, 성적 대상화와 포르노에 가장 관심이 큰만큼, 거기에 대해 가장 크게 분노하는 급진주의에 마음이 더 갈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급진주의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고, 일단 사회주의.


마르크스 주의 페미니즘과 그것을 좀 더 개선한 것으로 보이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대해서라면, 마르크스를 읽고 아는 것이 당연히 더 쉬울 것이다. 이 부분 읽으면서 이미 마르크스와 철학에 대해 많이 공부한 멤버는 이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자본, 계급, 유물론 등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다면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더 쉬울 터. 게다가 자본, 계급, 유물론에 대한 개념을 이미 알고 있다면 이미 거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뜻할텐데, 관심이 있는 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애초에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해서 우리는 더 파고들어가고 더 알고 싶어하니까.


각 주의마다 주요 학자들이 등장한다.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즘에서 캐서린 매키넌과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 반대관점을 끌고온 것처럼,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도 역시 여러명의 학자를 얘기하는데, 나는 그중 '앨리슨 재거'에 동그라미를 쳤다. 다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자본주의와 계급이 여성 억압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면, 앨리슨 재거는 '그렇지만 가부장제도 가져와야 해!'라고 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여성들을 노동자로서 억압하지만 가부장제는 여성들을 여성으로서 억압하는데, 이 억압은 여성의 활동은 물론이고 여성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심지어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항상 여성이다. -p.155



으앗. 이런 부분은 정말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굉장히 명철하다는 것이 뽝- 오잖아?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키워드는 '소외'라고 한다면, 앨리슨 재거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생산품에서 소외되는 것처럼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도 단순히 여성으로 간주될 때 자신이 전형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산품'인 그들의 몸에서 소외될 수 있다. 여성들은 단지 자기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다이어트하고 운동하고 옷을 입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주로 남성들의 즐거움을 위하여 몸매를 가꾸고 장식한다. 게다가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혹은 누구에 의해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 최종적으로나 전체적으로 발언권이 없다. 왜냐하면 남성의 시선에서 성희롱 혹은 강간에 이르는 행위들을 통하여 여성의 신체는 갑작스럽게 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자지로 임금 노동자들이 자신의 신체를 사물, 즉 노동력이 추출되는 단순한 기계처럼 느끼기 시작하면서 점차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당하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여성들도 점차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 겨드랑이 털을 면도하고, 허벅지 살을 빼고, 가슴을 보강하며, 손톱을 칠하고, 머리 염색을 하는 등 신체를 열심히 가꾸는 정도에 따라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가 하나의 대상물 또는 상품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임금 노동자들이 고용주의 칭찬과 보상을 놓고 서로 경쟁하듯이, 수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칭찬과 보상을 놓고 서로 경쟁한다. -p.156



다양한 주장과 다양한 학자들에 대해 다루다 보니 이렇게 어느 학자에 대해 언급을 해도 충분히 길게 다루지 못한다. 앨리슨 재거에 대해 나는 너무 궁금해졌다. 좀 더 읽고 싶다,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그래서 앨리슨 재거의 책을 검색해보았다.
















1999년의 이미지도 안뜨는 옛날 책과 위의 링크한 책, 《여성주의 철학 1,2》권이 검색된다. 여성주의 철학이라니, 제목부터 되게 재미없게 생겼지만, 표지만 봐도 교과서 같고 흥미를 전혀 끌지 못하지만, 그러나 앨리슨 재거라니... 앨리슨 재거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2005년도에 나온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

이 책의 상태는..괜찮을까?

다른 책들과 달리 절판되지 않은 건 다행스럽지만, 그렇지만...색이 바래고 낡지 않았을까.

읽고 싶은데 너무 낡은 책이 올까봐 겁나..

그래서 1권만 살까... 생각하고 있다.

1권만 일단 받아보고..괜찮으면 2권도 살까?

이런 고민을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1,2권 있으면 두 권 다 사서 깔맞춤 해야되지 않느냐고 내게 말했다.

그치..깔맞춤 너무 중요하지..그런데 너무 낡은 거 두 권 올까봐 겁이나..

서점 가서 직접 보고 싶은데 이 책이 오프라인 서점에 깔려 있을지도 모르겠고 더더군다나 지금 같은 때 서점을 갈 수가 없어.

그러므로 나는 삽니다, 1권을... 앨리슨 재거, 당신은 왜 나로 하여금 당신을 궁금해하게 만들었나요? 네?




자유주의, 급진주의, 사회주의까지 읽었는데, 이 모든 것들을 읽으면서 노트에 딱딱 정리해주면 매우 좋을 것 같다.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가며 읽고 있는데, 나중에 다시 밑줄 그은 부분 훑어보면서 제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봐야겠다. 지금은.. 너무 다이어리에 휘갈겼어..작가들의 이름만.........



이제 미국의 유색인종 페미니즘에 대해 읽을 차례다. 아마도 우리가 얼마전에 읽었던 《흑인 페미니즘 사상》의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겠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을 이미 여러 권의 페미니즘 책들을 읽은 후에 읽어주니 매우 좋다. 자기가 알아서 다 정리해주고 있어. 유용하구먼.



자, 열심히 읽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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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9-1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로 정리하고 있는데 썩 마음에 들진 않네요. 저도 사람들 이름만 나열... 마음이 급해서리.
일이 쌓여서 사회주의 도입까지 읽고 손놓고 있는데... 영차영차. 다락방님 글보니 얼른 읽어야겠다 싶습니다.

다락방 2020-09-10 10:44   좋아요 1 | URL
저도 사람 이름만 나열해놔서 이래가지고선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중요한 쟁점이라든가 키워드 같은 것들을 같이 정리하고 싶어졌어요. 한번씩 쓰면서 정리하면 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을까...

저도 유색인종 부분 읽어야 하는데 다른책도 읽고 싶어서 오늘 퇴근길에 뭘 읽게될지 모르겠네요.
영차영차. 같이 열심히 갑시다, 비연님!

단발머리 2020-09-1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백소영의 <페미니즘과 기독교적 맥락들>을 읽을 때였어요. 그 책은 기독교와 페미니즘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책인데, 페미니즘 역사를 쭈욱 살펴주거든요. 제가 그 책 읽을 때, 자유주의 페미니즘 읽으면, 어머, 나 이쪽이야, 그러고요. (제가 전업주부니까 현재 제 위치와 비슷한 면이 있죠) 급진주의 페미니즘 파트 읽으면, 어머, 나 여기네, 여기야. 이러고요. 사회주의 페미니즘 읽는데 야, 이거다, 이거. 이러면서 갈피를 못 잡았던 제가 떠오릅니다.
정희진 선생님께서 여러 글에서 여러 번, 페미니즘을 무슨 무슨 주의로 이렇게 나누지 말라 하셨잖아요(무슨 책인지 제목 알면 뽀대날텐데... 모르겠네요, 그 책 제목을요) 입장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돼요. 저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성매매나 포르노에 대해 그렇게 상반된 의견으로 그렇게 야무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혁명이 가능하기까지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까,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연대하는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 좀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전, 오늘 내일은 진도 쉬거든요. 어서어서 가소서. 금방 따라가리^^
참, 앨리슨 재거 책 오면 인증샷 부탁드려요!!

다락방 2020-09-10 17:39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페미니즘 역사를 쭈욱 살펴주는 책이 읽고 싶어서 단발머리님의 조언대로 그 책을 샀는데, 역시나 안읽고 쌓아두고 있... 하아..나란 인간...........오늘 책 사려던거 안사야겠어요. 나는 책 살 자격 따위 없는 인간이얏!!

저도 만약 지금이 아니라 몇 년전에 읽었다면 자유주의에 대해서도 맞아 맞아 바로 이거야 했을 것 같은데, 지금 이 책을 읽으니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제가 진작에 저리 치운 것 같아요. 급진으로 오는 순간 자유주의랑 함께 갈 수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상반되어 버리는 지점들이 있어서...
그렇지만 정희진 쌤 말대로 무슨 주의로 나누지 말라는 것에도 동의함니다. 읽다보면 어느쪽에 가깝다 혹은 어느쪽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백프로 온전히 다 일치하진 않더라고요. 사안에 따라서 동의하는 것들을 체크하다 보면 저는 급진쪽에 체크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정리합니다.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연대라... 잘 모르겠네요. 정말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성평등을 지지한다고 해도 사안마다 분명히 다른 관점을 갖게 되는데 말예요. 왜 읽으면 읽을수록 더 어려운거에요, 단발머리님? 왜 읽으면 읽을수록 갈 길이 먼 것 같나요, 단발머리님? 왜죠?


저는 오늘 독서를 쉬려고 합니다. 내일은 쉴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은 쉬겠습니다. 피곤해... 소주도 마셔야 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10-0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했다! 앨리슨 재거!!!!! 제가 베스트5에 올리면서 어디서 봤는 데? 했던 페이퍼가 다락방님 페이퍼였다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