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쓰고 싶은 욕망이 전혀 일지 않을 때 쓰는 글은 글의 질이 현저히 낮다. 원하는대로 써지지 않는데 이 말 자체가 틀린게, 원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어제 리뷰 한 편을 쓰면서, 아, 진작 쓸 걸, 쓰기 싫다고 미루다보니 엉망인 글이 나왔다,고 후회했다. 그렇다면 어제도 쓰지말걸, 쓰는 걸 놓지말자, 하고 억지로 썼더니 영 마음에 들질 않아. 뭐, 다시 막 쓰고싶어질 때가 오겠지.
- 어제 리뷰 하나, 페이퍼 하나로 연달아 두 개의 글을 썼는데, 이렇게 연달아 두 개의 글을 올릴때마다 느꼈던 바지만, 나중 쓰는 글은 읽히되 먼저 올린 글은 잘 안읽히는 것 같다. 추측인가 사실인가... 글을 쓸때는 연달아 두 편의 글을 쓰지말자, 고 생각했다. 한 편씩만 써, 한 편씩만.....
- 아침에 출근하고나서 리셋 팀에 후원금을 보냈다. 처음부터 후원금을 보내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다. 가장 편하게 지지하고 후원하는 방법이다. 돈을 버는 건 이래서 좋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후원으로 시작하는 상큼한 하루.

- 책을 샀다. 강간의 역사는 중고로 살 수밖에 없었는데, 중고로라도 살 수 있는게 어딘가 싶다.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는 중고로 살 수도 없어. 개인판매자들은 비싸게 내놨고, 나는 그렇게 가격 후려치는 걸 참을 수가 없다...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친구 한 명이 대박이라고 했다. 자신도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을 샀다는 거다. 아니, 이렇게 많고 많은 책들 가운데 신간도 아닌 책을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을 친구도 나도 동시에 살 확률은 얼마나 될까.
- 책이 왔다. 도선생의 책들은 문학동네 트윗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고, 주군의 여인은 창비 리뷰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다. 최근에 저런 비슷한 드라마 있지 않았나? 커피는... 내가 내돈 주고 샀다.

- 어제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6월의 도서인 《에코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들은 서문도 길기 마련인데, 이 책을 먼저 시작한 친구들이 이 책의 서문도 만만치않음을 말해주었다. 자, 읽기 시작, 했는데, 아..원망스런 공저여... 서문은 다 읽고 책장을 덮으려 했건만, 반다나 시바의 서문이 끝나자 마리아 미스의 서문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공저는 이게 나쁘구먼..나는 더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다.
-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 4월의 여행도 8월의 여행도 취소했고 9월은 아직 남겨두었는데, 가족들은 괜한 기대말고 9월 것도 취소하라고 한다. 9월은 내가 올해 계획한 여행중에서 유일하게 혼자 가는 여행이라 더더욱이 포기하기가 싫다. 너무 가고 싶어. 금요일밤에는 술을 마시면서 대리만족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다가 너무 여행 가고 싶어서 울고싶어졌다. 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도 타고 싶고, 공항에 도착해 라운지에도 들어가 뷔페도 먹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싶고 비행기 좌석 불편하다고 꼼지락거리다가 낯선 나라의 공항에 도착해 으앗, 새로운 곳이다,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해 호텔 침대에 드러눕고 늦잠을 자고 이국의 거리를 걷고 땀도 흘리고 그렇게 밤이 되면 술을 꺼내놓고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 한낮에는 까페에 들어가 그리운 친구들에게 엽서도 쓰고 싶다.이 모든 걸 할 수 없이 계속 포기하게 되어서, 그리고 또 포기해야 할까봐 너무 속상해. 너무 가고 싶다, 너무 가고 싶어. 혼자 여행은 내가 얼마나 기다리던 것인데. 엉엉 울고싶다 진짜. 나 호텔도 좋은 걸로 예약해놨는데. 이렇게 너무 가고 싶어져서 미칠것 같으면, 갔다왔던 장소들을 떠올린다. 특히나 미국은 아마 향후 몇 년간 여행이 불가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전에 다녀올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MOMA 를 재방문 해야지 마음먹고 갔다가 리모델링 중이라 가지 못했었는데, 그래서 다음을 기약했는데, 그 다음이 언제가될지 모르겠다. 그렇게 속상하면 휘트니 뮤지엄을 갔다와서 다행이라고, 구겐하임을 다녀와서 다행이라고 다시 마음을 바꿔먹고 있다. 그래도 다시 더 해보고 싶고, 더 가보고 싶고, 또 가보고 싶어서 애가 탄다.
여행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갈 수 있을 때 충분히 가보도록 하자, 는 생각으로 대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몸이 더 약해지면 가기 힘들 것이고 돈을 벌지 않는다면 역시나 가기 힘들것이다. 전염병 때문에 내가 여행을 못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미래는 예측불허. 그래, 언제 무슨 일이 닥쳐서 내가 여행을 못가게될지 모르니 갈 수 있을 때 역시 가는게 답이야.
9월 여행은, 포기해야 하는걸까.
- 쓰기 욕망이 사라진 것처럼 읽기 욕망도 사라져서 6월 현재까지 읽은 책이 고작 단 한 권뿐이다. 이번 달에는 어쩌면 고작 2,3권의 책만 읽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억지로 나를 다그치지 말자고 생각한다. 이럴 때가 있더라고. 이러다가 다시 또 읽고 싶어질 때가 오더라고.
- 빵 사러 나가고 싶다. 빵 먹고 싶다. 방금 떡을 먹었는데도 그렇다. 빵하고 떡은 다른거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