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진행중인 멤버들은 항상 우리가 같이 읽는 책이 무겁다고 저마다 고충을 토로한다. 한 멤버는 그간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제 구매해서 독서대를 사용해야겠다고 얘기한다. 나의 경우 독서대가 있고, 아주 요긴하게 사용중이다. 같이읽기 도서를 까페에 가서 읽으려고 하면 반드시 독서대도 가져간다. 테이블에 두고 읽으면 모가지가 너무 아프고 들고 읽으면 손목이 나가버림...

다들 이게 너무 무거워서 이북으로 읽으면 어떨까도 생각해보지만, 그런 단계를 거치면 다시 같이읽기 도서만큼은 종이책으로 결론이 난다. 두꺼운 책은 이북이 편할 것 같지만 어쩐지 또 뒤에 조금씩 남는게 줄어드는 걸 보는게 짜릿한 기쁨이 있어...

그렇게 오늘도 한 멤버는 흑인페미니즘 사상을 들고 출근을 했고 한 명은 들고 다니느라 어깨가 빠질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서 백팩에 넣고 다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다들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할까... 우리는 왜 이러는걸까. 도대체 이 무거운 책을 왜 굳이 같이 읽겠다면서 어깨 아프고 모가지 아파가며 들고 다니는걸까. 5월에 흑인페미니즘 사상 함께 읽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 7명인데 그중 5명이 완독했다. 근사하지 않은가.


















위의 도서들이 차례대로 6월-9월까지의 도서들인데, 7월의 《스트레이트 마인드》는 아니 글쎄, 페이지수가 228 밖에 안되는거다. 보통 같이읽기 도서는 기본적으로 400페이지가 넘고 500-600 에 이르는데, 기존에 읽어온 건 천 페이지 넘는 것도 있었고 막 700,800 그랬는데 스트레이트 마인드는 228밖에 안돼. 고작! 228이라니!!



오늘 저마다 어떤 도서가 가장 기대되는지 얘기했다. 한 명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고 나는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빨리 읽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는 에코페미니즘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6월 도서인 에코페미니즘을 벌써!!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선행학습.. 아무튼 이런 얘기들 가운데 내가 스트레이트 마인든의 빈약한(!) 쪽수를 확인하고,


"한 권 더 할까요?"


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의 원성이 자자해졌다. 왜 쉬엄쉬엄 가지를 못하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진심이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빵터졌네.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228 너무 약한데, 흐음, 한 권 더갈까, 이렇게 되어서 말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 쫓겨날 뻔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분 미안해. 내가 여러분 쉬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228페이지 7월에 우리 맘껏 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7월 도서 멤버중 한 명의 추천이었는데, 빅픽쳐..있었던건가... 쪽수 작은거 밀고 좀 쉬자, 이런 마음 있었어요,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오늘 멤버들에게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서 미안합니다, 라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욕심이...똥구멍.... 욕심은 넘나 나의것인것을....나는 왜이렇게 됐을까.




멤버중에는 저 도서들을 미리 다 구매한 친구도 있는데, 요즘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 역시 그렇다. 무거운 종이책 백팩에 넣고 메고 다니면서 밑줄 긋고 메모도 하고 생각도 하고 글도 쓰면서, 아아, 공부총량의 법칙은 정말 있나보다 싶고, 내가 어린시절에 이렇게 공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수차례 생각했다. 중,고등학교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나 명문대 갔을텐데. 명문대 갔으면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아니, 중고등시절이 아니라 대학때라도 그래. 나는 여대를 다녔는데 그때 강의를 들으면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수업듣고 공부하고 그랬다면 대기업에서 겁나 높은 연봉 받고 다니지 않았을까... 지금 하는 것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공부에 쏟았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남동생은 나에게 '지금이 누나의 최선이야' 라고 말한다. '누나가 가질 수 있는 자아가 여러개인데, 지금 있는 자아가 누나가 가진 가장 최상의 자아야' 라고. 그러면 또 그런가...한다. 아무튼.




지금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고 있다. 오만년전에 읽고 사정상 다시 읽고 있는데, 와, 할 말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이건 다 읽은 후에 따로 페이퍼 쓸 예정이다. 읽으면서 깨달은 건, 나보코프는 아동성애를 부추키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도 아니고, 아동성애자들의 변명을 해주기 위해 쓴 것도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고 참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롤리타에 대해서 그리고 소설에 대해서 아주 할 얘기가 많아질 것 같다.























어제는 업무적으로 매우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멘탈이 찢어졌다. 이 회사에서만 벌써 18년째 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트레스도 있고 멘탈이 나갔다 들어올 때도 있다. 나는 내가 나를 먹여살려야 하는 처지고 그러니 노동은 나에게서 앞으로도 오래 떨어지지 않을텐데, 노동에 이런 스트레스는 꼭 필요한 것일까. 노동에 대해 어제 오래 생각했고, 집에 돌아가는 길도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도 몹시 지쳐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소한 수다를 떨면서, 어제의 멘탈 찢어짐은 '과거'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웃으면서 얘기했고, 어쨌든 스트레스도 지나갔다. 물론, 다시 찾아오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명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진실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그리고 또 내일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토요일의 파티를 기다린다. 누군가의 집들이에 가기로 했는데, 저마다 무언가 가져오기로 했다. 와인과 막걸리와 치즈와 명란젓과(응?)... 이런것들을 가지고 친구네 집에 방문한다는 생각에 몹시 짜릿하다. 우리는 돈을 모아서 피자도 치킨도 모자라지 않게 시켜둘 것이다. 너무 짜릿해! 내 제안으로 떡볶이도 배달시키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삶은 이토록이나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기대의 연속이다.

나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더 행복하고 싶고,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도 너무나 잘 아는데 그건 내 의지만으로 되는게 아니라서 또 좀 슬프다.



덧) 내게는 이케아에서 사서 조립한 책장이 있고, 그 책장은 페미니즘 책들로만 채워졌는데, 다음번에는 그 책장 사진을 올리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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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5-28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세게 읽는 것에 진심인 편....

단발머리 2020-05-28 13:55   좋아요 1 | URL
그 진심 알아차리는 편...

다락방 2020-05-28 14:03   좋아요 1 | URL
말려줘서 사실 좀 고마워하는 편....

단발머리 2020-05-28 14:31   좋아요 1 | URL
담에 기회되면 또 도전할거라는 걸 알고 있는 편...

비연 2020-05-28 14:32   좋아요 1 | URL
두 분 대화를 다 알아듣는 편...

단발머리 2020-05-28 14:33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센스 많은 편...

다락방 2020-05-28 14: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5-2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다섯명 완독! (울고 있는 독서쪼렙)
만원 지하철이여, 나에게 출근길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허하라! (저 진짜 맨날 들고 다니는데 퇴근길에 열페이지 읽는게 다여서 걱정 ㅠㅠㅠㅠㅠ.. 미 완독자 파티 참석 가능할까요?)

다락방 2020-05-29 07:41   좋아요 0 | URL
쟝쟝님, 아시겠지만 완독자가 여섯명이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면 쟝쟝님이 넘나 부담이 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