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왔던 시를 태우고 싶었다. 강사 일을 관두고 싶었다. 형근과 형근의 어머니를 그만 이해하고 싶었다. 성연은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트라우마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렵다는 예측과 우려를 벗어나고 싶었다. 유형과 증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 듯했다. 진단과 병명에 갇히기 싫었다. 자신이 성폭력 생존자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은 없던 일이 되어갔다. 하지만 천막 안의 남자를 본 순간, 가격을 당했다. 사촌과 얼굴이 거의 똑같은 남자였다.- 《지상의 여자들》, 박문영, P171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중에 많은 사람들은 박문영의 소설속에 등장했던 저 문장처럼, 바로 저런 생각으로 살고 있을 것이고 또 살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나에게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니까 '너 그런일 때문에 그렇게 되었구나' 같은 말 따위는 절대 듣고 싶지 않아서, 혹여라도 원인과 결과를 그런식으로 생각할 게 두려워서 더 정상적이고 건강한 삶에 매달리려고 노력했다. 나는 나의 정신건강을 자부했고 또 잘 되고 있었다. '주디스 허먼'의 《트라우마》에서 트라우마에 도움이 되는 게 사회적지지라고 하는데, 그런점에서 나는 아주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내게는 지지를 보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내가 하는 행동들의 원인이 내 상처나 과거의 경험을 끌고 오기를 결코 바라지 않았고, 박문영이 말한것처럼 그런 유형에 갇히기 싫었다. 그러나 박문영의 바로 저 문장처럼, 뉴스만 봐도 어김없이 과거로 끌려들어갔다. SNS 로 공유되는 많은 소식들에도 그랬다. 내가 보기 싫은, 듣기 싫은 뉴스들은 하루에도 몇차례씩 사건으로 나와서 나를 어김없이 두드려팼고, 나는 그럴 때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닥으로 끌려가는 게 싫어 오히려 더 등을 돌리고 싶었다가 나같은 사람이 생길까봐 오히려 더 행동하고 싶어졌다. DSO,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엠네스티 전쟁성폭행 피해자 후원, 한국여성의전화, 유니세프에 정기후원을 하는 이유는 그 행동의 하나였다. 시위에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 나는 다른 여성들이 그리고 다른 아동들이 당할 많은 고통과 피해들로부터 그들을 한걸음 더 멀어지게 하고 싶었다. 나는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고 싶었는데, 그러다보면 나 역시도 아무도 몰래 나에게 묻게 됐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함인가, 아니면 나의 트라우마는 이것의 원인이 되었는가. 예측과 우려를 벗어나고 유형과 증상을 뛰어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삶 자체, 티를 내지 않겠다는 매일의 그 다짐 자체가, 그러나, 내가 바로 거기에 갇혀 있다는 거였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외상trauma'이란 과도한 위험과 공포,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일컫는다.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4판》에 따르면, 외상이란 심각한 죽음이나 상해를 입을 위험을 실제로 겪었거나 그러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 혹은 타인이 죽음이나 상해의 위험에 놓이는 사건을 목격하였을 때, 이에 대하여 강렬한 두려움, 무력감, 공포를 경험한 경우를 의미한다. (p.17 서론 中)


하루에도 몇차례나 일어나는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에 바닥으로 끌려들어가면서 나는 그럴 때마다 그 증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트라우마를 건드렸다거나 트리거 눌렸다는 것만으로 표현했었는데, '주디스 허먼'의 이 책, 《트라우마》를 읽으면서 비로소 적합한 단어를 찾았다. 내가 겪고 있는 것은 트라우마의 공포중의 하나인 '침투', 그중에서도 '재경험' 이었다. 재경험이라는 단어를 이 책에서 맞닥뜨리자마자 주저 앉아 엉엉 울고 싶어졌다. 경험 만으로도 힘든데 재경험이라니. 그런데 그 재경험이 나에게는 몇번이나 일어난다. 결코 끝이 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인지하는 증상이 '재경험' 이었다면, 인지하지 못한 것중에는 '과각성'이 있었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것, 코를 골며 자다가도 작은 소리에 벌떡 깨버리는 것. 주디스 허먼은 이 과각성 역시도 트라우마의 고통중 하나라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걸 극복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고통을 끌어 안고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외상을 경험한 뒤, 인간의 자기 보호 체계는 영속적인 경계 태세로 들어가는 것 같다. 마치 위험이 어느 순간에라도 되돌아올 것처럼 말이다. 생리적 각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증상인 이러한 과각성의 상태에서,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쉽게 놀라고, 작은 유발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며,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카디너는 "외상 신경증의 핵심은 '생리 신경증physioneurosis'"이라고 제안하였다. (p.71)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중 하나도 위에 언급한것처럼 예측과 우려를 벗어나고 유형과 증상을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 원인과 증상을 진단하고 또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내가 스스로 극복했다고 자신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그전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런 나의 기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충족되었다. 트라우마에 대해서 설명하는 1부에서 나는 트라우마에 대해 희미하게 내가 파악하고 있던 것들을 정확한 용어들로 설명한 정확한 문장들로 읽게 된다.

무엇보다 '히스테리아' 증상을 설명할 때 프로이트가 까이는 건 웃으면서 읽었다.

여성학을 공부하다 보면 프로이트가 까이고 또 까이는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사실 프로이트는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읽고 있는 히스테릭한 증상의 원인을 그 누구보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히스테리아에 관한 모든 사례의 밑바탕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지나치게 이른 성적 경험'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발생은 아동기 초기에 일어난 것이고, 수십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방해하고 있지만, 정신분석을 통하여 밝혀질 수 있다." (p.36)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 어마어마한 발언을, 아동기 성학대로 성인 여성들에게 히스테리아 증상들이 일어난다는 이 최초의 발견을, 이내 철회하고 만다. 왜? 그렇게 많이 성학대가 일어날 리는 없으니까, 그렇게 많이 성학대가 발생할 수는 없으니까, 그건 말도 안되니까.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서,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아의 기원에 놓인 외상 이론을 비공식적으로 거부하였다. 프로이트의 대응은 그의 가설이 담고 있는 급진적인 사회적 함의에 스스로 계속 불편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히스테리아는 여성에게 너무 흔한 것이었고, 만약 그의 환자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의 이론이 정확하다면, "아동에 대한 도착 행위"라고 말한 것은 만연해 있는 무엇이 되어 버린다. 그가 처음 히스테리아 연구를 시작한 파리의 프롤레타리아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이 개업의로 일하고 있는 빈의 존경받는 부르주아 가족들 사이에서도 아동 학대가 빈발한다고 결론지어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절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딜레마에 빠진 프로이트는 여성 환자에게 귀 기울이기를 그만두었다. (p.36-37)



그만둔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그걸 여성들의 욕망으로 바꾸어 버린다. 아, 이 아저씨야..



십대의 도라는 아버지의 정교한 성적 술책의 볼모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실제적으로 도라를 성적 장난감으로 친구들에게 제공하였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도라의 분노와 모욕감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러한 착취 상황이 그녀의 욕망의 충족인 것처럼, 그녀의 에로틱한 흥분을 탐색하려고 하였다. 프로이트가 어떤 행위를 복수로 해석하자, 도라는 치료를 그만두었다. (p.37)




1910년에 이르러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아 환자들이 겪은 아동기 성학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지만 환자들의 호소가 거짓이라는 어떠한 임상적 기록도 제공하지 않았다. (p.38)



아,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책 읽는 거 진짜 세상 재밌어.. ㅜㅜ



프로이트의 저 연구 뒤로 여성의 외상은 감추어졌고 그 후에 외상에 대한 연구는 참전군인들 때문에 이루어졌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강간 피해자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러나 강간에 대해서도 제대로 말하여지지 않았다. 강간의 최초 발언은, 오, 신이시여,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이루어낸 것이었다.




의식 향상을 시작으로, 공공의 지각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정이 이어졌다. 강간에 관한 최초의 발언은 1971년 뉴욕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New York Radical Feminist를 통해 형성되었다. (p.61)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 처음에는 욕먹을 거 다 먹지만 결국 맞는말하는 페미니스트들이여....




번역된 이 책의 제목은 《트라우마》이지만 원제는 《Trauma and Recovery》이다. 나는 '트라우마'만 보고 이 책을 구입하긴 했지만 원제의 리커버리를 보고 너무 좋았다. 게다가 이 책의 1부를 읽으면서 미친듯이 밑줄을 그으며 읽었기 때문에 2부의 리커버리는 더 기대됐고. 1부를 읽으면서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 될것이다!' 했는데, 2부를 읽으면서 나는 당황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회복은 내가 기대하는 회복이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고, 극복하고,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직 다 읽지 않은 이 책의 2부에서 말하는 리커버리는, '전문 치료자'와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주디스 허먼은 이 용어를 추천한다)'에 시달리는 사람의 고통과 공포는 치료자에게도 전이될 수 있을 정도로 극심한데, 그러므로 치료자가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거다. 외상후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도 사회적 지지는 필요하지만, 그를 치료하는 치료자도 결코 혼자여서는 안된다고 주디스 허먼은 말한다. 아직 다 읽지 못한 뒷부분에서는 생존자가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이 나올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리커버리에 치료자와의 관계와 방법을 넣은 건, 어쩌면 트라우마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확신이기도 할테다. 내가 기대하는 식의 리커버리 내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게 훨씬 나은 내용들이다. 남은 부분은 계속 열심히 읽어볼 참이다.




복합성 외상을 겪은 생존자 혹은 피해자들은, 성인의 경우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아동의 경우 성격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들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갖고 일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시간들이 그들 앞에 남아있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들에게 사회적 지지가 있다면 더 치료되기가 쉽다고 주디스 허먼은 얘기한다. 굳이 이 책에서 얘기해주지 않아도 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적극적 지지, 공감, 사랑, 신뢰는 누구에게든 다시 일어설 힘이 되지 않는가. 그러니 트라우마의 생존자에게도 그런 긍정적 감정들과 지지가 있다면 생존자가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에 자연스레 섞여드는 일은 좀 더 수월할 것이라는 걸, 나 역시 믿는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사회적 지지 혹은 나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의 얘기를 했다고 해서, 나는 궁극적으로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니까 그게 틀리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될까?'하는 생각. 나는 물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가족과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라면 언제까지나 믿고 지지할 것이고, 나의 신뢰가 그들이 혹여 받게 될지 모를 세상의 숱한 상처로부터 극복하는데 힘이 되기를 바랄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진심으로 애정을 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놓고 보자면, 내가 타인에게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나에게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회적 지지'라는 용어가 반복되는 책을 읽고 오히려 나는, '역시 나는 혼자여야 하겠구나'를 더 실감했다. 혼자여야 해. 때때로 재경험 때문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대까지 힘들게 하는 일은, 나는 하고 싶지 않다. 그걸..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너질 것 같은 나를,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가까스로 억지로 지탱하고 싶지도 않고. 나는 그간 내가 받았던 애정과 신뢰로 이런 성격을 쌓았고 이 성격은 나로 하여금 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게 만들었으며 또 극복하게 해줬다. 나는 내가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또 믿는다. 도움을 잘 받는 것이 용기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그렇지만 내가 받을 수 있을지를 모르겠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받는 것을 해도 될까? 정말 그래도 되는걸까? 물론 여태 그렇게 살아왔고 그 점이 나의 큰 행운이었으며 그래서 감사하지만, 그런데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온전히 나를 다 드러내고 그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기도 하는 삶을.. 내가 살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의도한 바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몇 번이고 다짐했다.

혼자 살자. 결국 인생 혼자야. 나를 도와주는 것도 내가 잘하고 내 상처 극복하는 것도 내 몫이다. 내가 알아서 하자. 내가 스스로 하자. 혼자야. 혼자가 답이다. 혼자 잘하면 되니까, 혼자 잘하고 있었으니까. 혼자 졸라 씩씩하게 잘 살면 된다. 혼자 잘 먹고 잘 살자.




정말 밑줄을 많이 그었다. 그리고 아마 남은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럴 것 같다. 색연필로도 그었고 형광펜으로도 그었다. 이 책은 내 책이다. 책장에 꽂아두고 수시로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정말 좋은 책을 만나면 너무 좋고 흥분되고 그렇다. 이 책이 지금 그런 기분을 내게 준다.



주디스 허먼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트라우마로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연구하고 회복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어쩌면 본인과 관계도 없을 일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있는 힘껏 도움의 손길을 뻗치려고 하고 있다. '레이첼 모랜'이 자신의 책 《페이드 포》에서 했던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우리가 확실하게 고립되기는 했었지만, 성매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밖에서 우리를 생각하고 우리에 대해 글을 썼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나는 목소리가 없었다.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은 저 밖에서 나를 위해 말해주려 하는 큰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 p.401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을 돕는 것이, 그런 움직임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안나 오'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프로이트를 거쳐 모든 의사들이 여성환자를 버리게 됐을 때 홀로 남았던 그녀. 그녀는 회복했다. 여성운동을 함으로써.



히스테리아의 탐색을 논리적인 결론으로 이끌고 갔던 초기 연구가 중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는 브로이어의 환자였던 안나 오였다. 브로이어가 그녀를 버린 뒤, 그녀는 몇 해 동안 아픈 채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회복하였다. '대화 치료'를 발명한 무언의 히스테리아 환자 안나 오는 여성 운동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건강함을 되찾았다. 그녀는 파울 베르톨트라는 가명으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고전적 논문인 <여성의 권리를 위한 변명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en>을 독일어로 번역하였고, <여성의 권리Women's Rights>라는 연극을 창작하였다. 그녀는 베르타 파펜하임Bertha Pappenheim이라는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탁월한 여성주의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그녀는 지적이었고 훌륭한 조직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풍요로운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소녀들을 위한 고아원을 짓고, 유대인 여성을 위한 여성주의 조직을 세웠으며, 여성과 아이들의 성적 착취에 반대하는 투쟁을 유럽과 중동 지역에 전파하였다. 그녀의 헌신적인 태도와 에너지, 현실 참여에 대한 의지는 전설적이었다. 그녀 동료의 말에 의하면, "한 여성안에 활화산이 살아있었다. …… 그녀는 마치 자신이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여서와 아동에 대한 학대에 맞서 투쟁하였다. 그녀의 죽음 앞에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다음과 같은 찬사를 남겼다. "그녀를 동경한 것만이 아니라 사랑하였고, 또 내가 죽는 날까지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 영혼의 인간이 있고 열정의 인간이 있는데, 이들은 생각하는 것만큼 흔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더욱 드문 이들은 영혼도 있고 열정도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드문 것은 '열정적인 영혼'이다. 베르타 파펜하임은 그러한 영혼을 지닌 여성이었다." (p.45)





강간 생존자에 관한 추후 연구에서, 버지스와 홈스트롬은 가장 훌륭하게 회복에 성공한 여성들은 강간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었음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강간위기센터에서즌 자원 상담원이었고, 법정에서는 피해자의 옹호자였고, 재정 운동에서는 로비스트들이었다. 한 여성은 강간에 대해 발언하고 강간위기센터를 조직하기 위해 다른 국가로 나아갔다. 숨거나 침묵에 대한 강요를 거부하고, 강간이 사회적 문제임을 주장하고,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면서, 생존자들은 자신들만의 살아 있는 기념비를 창조한다. (p.132-133)





그렇게 하는 게 옳다는 스스로의 확신이 백프로 작용한 것인지, 나의 고유한 공감능력인지, 혹은 트라우마가 원인이 된건지, 내가 몇 번이고 내게 물어도 나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 사실은 그런식으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이고 싶다. 예측과 우려를 벗어나고 유형과 증상을 뛰어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뭐가 됐든, 나는 내가 돕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레이첼 모랜이 밖에서 자신을 위해 말해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던 것처럼, 내가 주디스 허먼을 보면서 '나를 위해 말해주고 있구나' 깨달은 것처럼, 어딘가의 다른 누군가들도 '나를 위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생각해주고 있구나' 하면서 힘과 격려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DSO 의 후원은 1월말로 끝났다. 단체가 해산했기 때문이다. 꼭 그만큼의 돈을 나는 후원하던 다른 단체에 금액을 늘려야겠다.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것이라면 나는 계속 지지할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새삼 책읽는 거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좋았지만 또 좋다. 진짜 좋다. 그래서 책 또 살거다. 책 만세! 나는 진짜 책만 있으면 다 괜찮을 것 같다. 음..책만 있으면 좀 그렇고..술도! 책하고 술만 있으면 다 될 것 같다. 아, 안주도....








폭력적인 죽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에 받게 되는 정서적 스트레스는 남성에게 히스테리아와 유사한 신경증적 증후군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 P47

프로이트는 진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두려움 때문에 이를 거부하였다. 20세기에 이루어진 외상 장애에 대한 지식 체계의 발전은 대부분 참전 군인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였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전쟁을 수행 중인 남성이 아닌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1970년대 여성 해방 운동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 P59

여성에게는 사적인 삶의 포악성에 붙일 만한 이름이 없었다. - P59

상담실의 보호된 환경 속에서 여성들은 용기를 내어 강간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했지만, 소우 배웠다는 과학계의 남성들은 이들을 믿지 않았다. 의식 향상 집단의 보호된 환경 속에서 여성들은 강간에 대하여 말하였고 다른 여성은 이를 믿어 주었다. - P60

여성주의자들은 강간이란 ‘공포를 통하여 여성의 종속을 강화하는 정치적 통제 기법‘이라고 정의하였다. 수전 브라운밀러는 강간에 관한 획기적인 논문을 통하여 이 문제를 공공의 논점으로 확립시켰고, 강간을 남성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았다. "자신의 성기가 공포를 유발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남성의 발견은 최초의 불의 사용이나 돌도끼의 사용과 함께 선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선사 시대부터 지금까지, 나는 강간이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믿는다. 그것은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 혹에 가둬 놓기 위한 의식적인 위협의 과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P63

강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정폭력과 아동 성학대의 초기 작업 또한 여성주의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 P64

남성의 숨겨진 폭력에 의하여 여성의 종속은 유지되며 작동되고 있다. 성별 간에 전쟁이 있다. 강간 피해자, 가정폭력 피해 여성, 성적으로 학대당한 아동은 그 희생자이다. 히스테리아는 성 전쟁의 전투 신경증이다. - P65

강간과 구타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성폭력과 가정폭력은 여성의 삶에서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험의 범주 바깥에 있다고 기술할 수 없다. 또한 지난 세기 동안 전쟁에서 죽임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자면, 군인들의 외상 역시 일반적인 인간 경험으로 여겨야한다. 오로지 운 좋은 자들에게만 일반적이지 않을 뿐이다. - P67

과각성은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지속적인 예상을 반영하고, 침투는 외상 순간의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반영하며, 억제는 굴복되었던 둔감화 반응을 반영한다. - P71

외상 사건은 세상이 안전하고, 자기는 가치 있으며, 세계 질서에는 의미가 있다는,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던 기본적인 가정들을 파괴한다. - P97

외상 사건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신념을 파괴한다. - P100

‘생존자 죄책감survivor guilt‘은 전쟁, 자연 재해, 원폭 피해를 겪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이다. 강간 또한 동일한 영향력을 지닌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 P101

강간 생존자들이 다른 범죄의 생존자들보다 높은 수준의 지속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추후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강간의 해로운 결과는 강간이라는 의상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강간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도덕적 침해에 놓여 있다. - P107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게 되는 일차적 가능성은 경험한 사건의 특징에 달려 있다 해도, 장애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에는 개인적인 차이가 중요하다. 같은 사건을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외상 증후군은 일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 P108

외상 사건의 결과는 개인이 어떠한 회복 요인을 가졌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

사회성이 매우 높고, 사려 깊고 적극적인 대처 양식을 지니며, 운명을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강하게 지각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P108

여성들에게 높게 나타나는 사회성은 강간의 경우에 자원이기보다는 짐이었다. 많은 여성들은 강간범의 인간성에 호소하려고 노력하거나, 강간범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러한 노력의 거의 대부분은 무익했다.
비록 회복력이 높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상처가 적게 남고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가진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속성에 그 원인을 전가시키는 것은 보호 요인으로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 P111

남성 중심적인 규범이 굳어진 까닭에, 많은 여성들은 합의된 성관계 속에서도 파트너의 욕망에 순응하고 자신의 욕망을 부차적으로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강간 이후에, 많은 생존자들은 이러한 조정을 더 이상 참아낼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 P120

의식 향상의 첫 번째 과제는 강간을 단지 강간이라는 그 실제 이름으로 부르는 데 있다. - P123

생존자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다고 해서 강간범의 범죄가 면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 P125

자신의 ‘내적 목소리‘를 간과했다고 생각하는 생존자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순진함‘을 가혹하게 질책한다. - P126

법체계는 국가의 우월한 권력으로부터 남성을 보호하지만, 남성의 우월한 권력으로부터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가해자의 권리는 강하게 보증하지만,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서는 사실상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는다. - P132

포르노 영화의 중점적인 원동력은 다른 사람에 대한 완전한 통제에서 온다. 무섭도록 멀쩡한 수백만 명의 남성을 겨냥한 선정적인 환상이 지닌 호소력은 환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학대하는 거대한 산업을 키워 낸다. - P137

어른이 된 아동피해자에게는 마치 늘 외상 경험을 반복해야 하는 운명이 주어진 것만 같다. 단지 기억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삶에서조차. - P194

대부분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는 소수는 명백히 있다. 외상은 일반적인 젠더gender의 전형성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아동기 학대 과거력이 있는 남성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공격성을 풀어내려는 경향성이 높은 반면에, 여성은 자해하게 되거나 다른 이의 피해자가 될 경향성이 높았다. - P197

‘학대의 세대적 순환‘이라는 유명한 언급과는 반대로,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학대하지도 방임하지도 않는다. 많은 생존자들은 아이가 자신과 비슷한 운명으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무참히 두려워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무엇이든 하고자 한다. 아이들을 위하여, 생존자는 스스로에게는 절대 베풀지 못했던 보살핌과 보호의 능력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다중 인격 장애를 가진 어머니들에 대한 연구에서, 정신 의학자인 필립 쿤스Philip Coons는 말하였다. "나는 다중 인격 장애를 가진 많은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가진 긍정적이고, 건설적이고, 또한 보살피는 태도에 늘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아이였을 때 학대받았고, 이제는 유사한 불행에 맞서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고자 애쓴다." - P198

"여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여성의 성격을 탐색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 남성의 폭력은 남성에 의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자주 잊히곤 한다. 그만큼, 이들의 행동을 가장 생산적으로 설명해 준 연구는 남성의 성격에 초점을 둔 연구였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여성의 성격을 통해서 남성의 행동을 설명하고자 했던 어마어마한 노력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 P202


댓글(19) 먼댓글(1)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트라우마》완성된 회복은 없지만 일상을 회복할 순 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0-03-05 08:00 
    책의 원제가 《Trauma and Recovery》인만큼, 나는 리커버리를 기대하며 읽었다. 외상의 피해자가 고통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있을까, 를 기대한 것. 책은 기대와 달리 '치료자'와 피해자의 관계, 치료자가 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생존자가 해나가야 하는 방법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으나 그렇다해서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치료자에게 조력자도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또 집단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 말해주기 때문에,
 
 
비연 2020-03-03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만세! 이 책 내일 와요 ㅎㅎㅎㅎ

여성들이 가지는 트라우마, 재경험.. 이런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정의해주는 이 책이 정말 읽고 싶어집니다. 읽고 있는 여성주의 관련 책들이 하나하나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놀랍고 좋고. 그리고 항상 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고. 그래서 더욱 읽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다락방님이 소개해주는 책들, 주옥같아서 책장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언젠가 다 읽으리라.. 헛둘헛둘.

다락방 2020-03-03 12:08   좋아요 3 | URL
저는 방금 책 주문 마쳤습니다. 다크룸 단가가 세서 ㅋㅋㅋ 오늘 사려니 여러권을 못사지 않겠어요? 다크룸은 10일에 월급받으면 주문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다크룸도 안샀는데 대체 무슨 책을 산거란 말인가,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책 주문 마쳤습니다. 씐나요~~

누군가가 먼저 연구하고 행동해주어서 저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도움을 많이 받아요. 그리고 어떤 게 옳은건지 고민하면서 나아가는 것도 너무 좋고요. 그 길에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제 복입니다. 우리 함께 열심히 읽고 말하고 생각하고 씁시다! 만세!

비연 2020-03-03 15:22   좋아요 2 | URL
다크룸도 안 샀는데 무슨 책을 산 거란 말이냐에서 빵..ㅎㅎㅎㅎ
무슨 책을 샀는 지 무지하게 궁금해지네요.. ㅋㅋㅋ
저도 그냥 <트라우마>만 사려고 들어갔다가...흠흠.. 왜 돈이 그렇게나 많이 지불된 것일까요? 갸우뚱~ ㅠ

다락방 2020-03-03 15:29   좋아요 2 | URL
저 사실..구판으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있는데... 개정판으로 읽으려고 다시 샀어요. 여러분 다 개정판으로 읽을것 같아서 같이 읽어야지,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무슨 돈낭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랑 소설책 한 권이랑, 조카랑 볼 책 한 권이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커피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리난리 대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3-03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 방은 글은 말할 것도 없고 댓글과 대댓글까지 이렇게 고급지고 다정하고 희망차나요. 아~~ 아름다운 방이야~~😍

비연 2020-03-03 15:21   좋아요 0 | URL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단발머리님~^^ 아웅... 좋아요~

다락방 2020-03-03 15:29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방이고
아름다운 낮이고
아름다운 밤을 맞이합시다.
브라보~

공쟝쟝 2020-03-05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으셨나봐요. 저도 리뷰를 허둥허둥 뒤따라 읽는 데 그것만으로도 좋네요~! ‘나는 사람글 보다 더 많은 걸 극복하고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고통을 끌어안고 살고 있었던 것 같다’라는 글에서 한번 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부분에서 또 한번- ‘ 결국 인생은 나 혼자여’ 뭔가 맘이 찡 해졌습미다. ㅠㅠ ... 그러게나 말이죠, 사회적 지지라니 최고 위험하쥬.

다락방 2020-03-05 08:44   좋아요 1 | URL
타인에게 얼마만큼을 기대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면 저는 음... 그렇게 높게 보질 않아요. 무엇보다 제가 혼자여야 겠다고 생각한 건,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이 고통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자기가 아플 경우 바깥으로 표출되어 나오면서 가까운 사람들을 괴롭히게 될 때가 있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 때문에 몹시 지치고 피로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 될까봐 너무 무서워요.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요. 그러지 않으려면 역시 혼자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쟝쟝 2020-03-05 20:12   좋아요 0 | URL
괴롭히지 않기 위해 혼자가 되겠다는 다락방님만의 윤리. 동감이 되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고 보니 저도 언젠가 부터 타인에게 정말 조심스럽게 주저하며 다가가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내속엔 내가 너무나 많아~~서~~ (bgm 가시나무)

2020-03-06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6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5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5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5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6 0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03-05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유해주신 프로이트의 딜레마는 정말 웃기고 슬퍼요. 너무 빈번해서 그게 말이 되냐고 생각해서 여성의 외상에 대한 발견 자체를 부정하다니... 억압을 이론화한 그 자신이 억압의 왕 프로이트 ㅋㅋ

다락방 2020-03-05 08:4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쟝쟝님. 프로이트가 남자니까 ‘이건 말도 안돼‘ 하면서 무시해버린 것입니다.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이렇게나 빈번하게 일어났다니까 이 아저씨야!!

공쟝쟝 2020-03-05 20:21   좋아요 0 | URL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