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편이 나왔다. 이거 포스터 가져올라고 영화 검색했다가 밑에 달린 영화감상 후기를 보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2편 다 너무 싫어해. 별 하나씩 주면서 '노아 입금 안됐냐'고 달고 ㅋㅋㅋㅋㅋㅋㅋ스토리 왜이러냐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꽁냥꽁냥 하지 않느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만 내가 느낀 감상과는 매우 다르다. 나는 어제 이거 보면서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나와 무슨 열여섯살짜리들이 인생 이렇게 깊은 깨달음을 이나이때 벌써 얻어.. 했던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였다, 나는.




라라 진(라나 콘도르)과 피터 케빈스키(노아 센티네오)는 전편에서 썸타면서 갈등했던 시기를 지나 2편에서 본격적으로 연인 사이가 된다. 이들은 열여섯살이다. 열여섯살의 라라진은 이게 자신의 '첫 연애'라고 말한다. 그러니 피터는 라라의 '첫 남자친구' 되시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첫 연애상대였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라라 진에게 그게 열여섯에 찾아왔다면 내게는 그보다 훨씬, 훨씬 늦게 찾아왔다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는 그것뿐. 나 역시 누군가의 첫 여자친구이면서 여자친구 노릇을 대체 어째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비단 첫 연애에서만 그런건 아니었다. 반복되는 그 다음 연애, 그 다음 연애에서도 그랬고, 나이 들어 하는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군가의 여자친구라는 정체성에 그다지 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떤 상대에게 나는 확신을 주지 못했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사랑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떤 상대에게 나는 서투른 사람이었다. 이렇게나 나이를 먹어도. 그리고 이렇게나 서투르기 때문에 했던 실수들이 있다.



라라 진이 내가 삼십대 후반...에 했던 실수를 이 영화 속에서 한다. 그러니까 열한살에 좋아했던 남자, '존'에게 보냈던 편지에 답장을 받게 되고 거기에 다시 답장을 보낼 생각을 하면서 이 일을 첫 남자친구인 피터에게 말하지만, 결국 존과 같이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피터에게 말하지 않는 거다. 또 자신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존에게는 자기에게 남자친구 피터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여기에 어떤 대단한 악의는 없다. 라라 진은 존에게 말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얘길 꺼내지 못했고 피터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거기에는 말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과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말하지 않아도 되지' 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이걸 굳이 말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것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나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걸 뒤로 미루다가 상대가 먼저 알아버리면, 나는 당연히 거짓말 한것밖에 안된다. 내게도 정확히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미리', '제때' 말하지 않아서 상대로 하여금 빡치게 만들었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거 풀어주느라고 내가....

아니, 근데 다른 이성이 관여된 일이라면 사실 일찍 말하나 늦게 말하나 빡치지... 늦게 말하면 더 빡치긴 하지만.

그러니까 나는 막 관계가 시작될랑말랑하는 사이에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여자가 나한테 밥 같이 먹자고 했다' 이 말만 듣고도 딥빡이 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내가 열여섯살이었냐 하면 서른여섯도 넘었을 때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나 때문에 짜증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응? 무슨 초심?) 라라 진의 얘기를 하자면, 다시 말하지만, 이 커플은 열여섯살로 고등학생이다. 그러니까 '교내 연애'를 하는 거다. 이들이 커플이 된건 학교가 다 알고 그래서 이들이 교내에서 어깨동무를 한다던가 손을 잡고 다닌다든가 하는 것 역시 모두에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참... 여러가지로 이 상황에 대해서 낯설다. 물론 외국영화 보다 보면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애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은.. 나는 너무 거시기한게.. 아니 어떻게 다른 학생들 다 보는 앞에서 막 뽀뽀폭탄 응? 막 그런거 하고? 막 그래? 물론 나라고 해서 길거리에서 막 그런 것도 안하고 막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 내일되면 또 볼 사람들인데 나처럼 길 한가운데에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그만 나를 알고 나만 그를 아는 그런 상황도 아닌데... 


나는 여중,여고,여대를 나왔고, 여중여고여대를 차례로 졸업하는 동안 이성과 연애를 해본적이 없다. 다시말해, 교내에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대학때 그 흔한 캠퍼스커플이라도 해봤으면 좋았겠지만, 그걸 해보지도 못했고 이성애자여서 대학에선 불가했지. 사실 남녀공학이었어도 했을 것 같진 않다. 나의 성격상 씨씨하면서 꺄르르꺄르르 교내에서 뽀뽀하고 다니는 건 진짜.. 아 이 나이 먹고 생각해도 못하겠어. 오히려 젊을 땐 했으려나. 취업하고 직장에서 사내연애를 한 적은 있고, 사내에서 키스를 한 적은 있지만 그건 아무도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은 출근하기 전이였고..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아,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하려던 거냐면, 

라라 진에게 이 연애는 첫 연애다. 교내에서 어깨동무를 하든 키스를 하든 모두 처음이란 얘기다. 그리고 이 연애는 교내에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알려지는 연애이다. 누가 누구와 커플인지는 교내에서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 이들이 사귀는 와중에 발렌타인 데이가 있었고, 아아, 이 학교를 보라지, 이들은 교내 아카펠라 그룹을 서로에게 선물로 보내 노래를 들려준다.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이 그룹들은 누군가를 찾아가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는 거다. 라라 진 역시 그런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교내의 누군가가 라라 진에게 다가와 얘기하는 거다.



"기대해, 라라 진. 작년에 피터가 젠에게 매 시간마다 노래 보내줬어."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이 연애가 첫 연애라고 할 때, 그러나 상대에게 나는 첫 연애상대가 아닐 때. 상대에겐 연애 경험이 있고 나에겐 없을 때. 상대는 연애가 익숙하고 나는 아닐 때. 당연히 여기에서 오는 고민들은 천가지 만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런데 라라 진과 피터에겐 그보다 더한 문제가 있었으니, 피터가 누구와 사귀었었는지를 라라도 알고 교내 모든 아이들도 안다는 것이다. 라라 진을 사귀기 전에 피터는,'젠'과 사귀었다. 발렌타인 데이에 노래를 보내주고, 지금 라라 진과 했던 모든 것들을 이미 젠과 다 해본 것이다. 라라 진에게는 처음인 것들이 피터에게는 처음이 아닌 것. 라라 진은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 다른 애들에게는 '작년에 피터가 젠에게 한거니까 너도 해줄거야' 같은 이미 '아는 것'인 거다.


라라 진과 피터의 첫데이트에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 라라 진은 너무 설레인다. 예쁘게 차려입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오늘이 나의 첫데이트야, 라고 말하며 두근거리는데, 다음날 젠은 라라 진에게 말한다. '너 인스타 보니까 어제 그 레스토랑 갔더라, 나 한참 가서 거기 그 음식 질렸어' 라고. 이 때 라라 진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할까? 라라 진은 자신에게 처음인 모든 것들이 피터에게는 이미 젠과 한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속이 쓰리다. 그렇다고 피터에게 '젠하고 갔던 레스토랑은 안되고, 젠하고 했던 놀이는 안되고' 라며 요구를 해야할 것인가.



이건 정말이지 미치는 상황인거다.

때로 내가 지금 사귀는 현재의 내 애인에게 있었던 과거의 여자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가 있지 않나. 나는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더러 했었다. 그의 전여친이 나보다 더 젊었다거나 나보다 더 예뻤다거나 하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나랑 사귀는 걸 후회하진 않을까', '지금 나랑 사귀면서 전여친과 비교하진 않을까' 같은 것들을, 나도 모르게 생각하며 고통스럽지 않나. 그거 바보같은 생각이란 거 알면서도 그럴 때가 있잖아. 게다가 전여친과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면? 상황상 계속 보고 지내고 있다면? 내가 쿨하게 그걸 넘길 수 있을까? 괜찮아, 저 여자는 전여친이고 현재의 여친은 나니까, 나는 그의 사랑을 확신해, 세상 씐나, 브라보! 하고 살 수 있을까? 이건 스물여섯, 서른여섯, 마흔여섯이 되어도 골치 아픈 문제다. 물론 마흔 여섯쯤 되면 어느정도 '인생은 그런것이니 함께 끌고 나갈 수밖에..'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막 그렇게 쉬운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라라 진은 열여섯이고, 심지어 지금 내 남친의 전여친을 학교에서 만나고, 이전에 베스트프렌드이기도 했어. 대환장할 노릇인거다. 여기에서 어떻게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섹스 때에도 나타난다. 그러니까 차 안에서 애정행위를 하던 도중,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서 목으로 내려갈 때쯤, 아 너무 좋다 진짜 짱이야 아랫배가 저릿저릿하다 이런 거 느껴야 할 그 때, '얜 어쩜 이렇게 잘할까, 어쩜 이렇게 능수능란할까' 같은 거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갑자기 옆에 젠의 모습이 등장해서 '걔가 왜 잘할까?' 이런거 속삭이고 있어. 와 진짜 대환장... 이걸 어쩌면 좋으냐 말이다. 나는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상대는 능숙하면, '오 너가 능숙하니 나를 이끌어줘'이게 어디 되느냔 말이다. 이새낀 어디서 뭐하다 왔길래 이렇게 잘하는거지.. 이렇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거잖아. 잘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들여 반복된 경험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렇다면 '처음'인 나는 또 그 앞에서 쪼그라들 수밖에 없고. 휴.. 이 고통의 시간을 열여섯 라라진이 겪고 있는 거다. 



이게 라라 진이 열여섯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까?

노.

아니다.

이건 다시 말하지만, 서른여섯에도 찾아오는 문제다. 



섹스를 두려워하는 라라는 결국 입밖으로 내고 만다. "너랑 젠은 많이 했었지?" 라고. 피터는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자신이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느냐고 되묻는다. 라라진은 절벽에서 점프하는 걸 비유하는데 '넌 해봤지만 난 해보지 않아서' 라고 두려워하자 '너가 떨어져내릴 결심을 하면 같이 가주겠다, 무서울 테니까' 라고 말한다. 피터 역시 열여섯살이고, 물론 이것은 영화이지만, 한국의 웬만한 마흔살 남자보다 훨씬 성숙하다 하겠다. 성숙한 건 물론 피터 뿐만이 아니다. 라라 진도 마찬가지. 라라 진은 결국 자신의 앙숙이 된 친구 젠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피터는 젠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젠을 극복 못하는 건 나였다, 라는 이야기를. 그리고 할머니가 '정'이란 걸 알려준 적이 있다며, 이런 독백을 덧붙인다.



'두 사람 사이에 끊어질 수 없는 연결을 말한다.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어도 그 사람을 향한 애정이 마음속에 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항상 서로 연결돼 있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피터와 젠 사이에 정이 있다고 피터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이것이 무슨 열여섯의 깨달음이여... 서른여섯도 하기 힘든 것인데..... 만약 내 애인이 내 눈앞에서 전여친과 다정한 모습을 본다면, '저건 저들 사이의 정이야, 정이 있다고 그걸 탓하면 안돼' 같은 걸 내가 깨달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으앗 생각만 해도 너무나 괴롭다... 그러니까 내가 내 애인의 여사친의 존재를 아는 것과는 좀 다른 거잖아. 전여친은.. 나랑 애인이랑 지금 하는 걸 이미 나보다 먼저 해본 사람이잖아. 그런데 그 존재를 여전히 만난다고 하면... 나랑 사귀는데.......아 골치가 아프다 진짜. 이런 거 생각하기 싫어. 피곤하다... 연애란 무엇인가..




라라 진은 연애란 게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첫 데이트도 성공적이고 두번째 데이트도 마음에 들었던 날, 스노우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연애라는 게 참 재미있다. 한순간 모든 게 뒤집혔다가도 마법처럼 온 세상이 반짝거린다. 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으면 다시 바로 동화속이다.'



연애, 너무 재미있지. 그런데 고정된 '여자친구'의 역할을 내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골치 아파지기 시작하지. 여자친구란 무엇인가, 여자친구라면 으레 이렇게 해야하나, 같은 것들이 압박을 해오면 다 때려치고 싶어지지. 역시 자유가 중요하다... 프리덤!




나보다도 훨씬 철든 연애를 하는 이 열여섯 커플을 보는 건 참 재미있고 좋았지만, 나는 참... 첫장면부터 의문이었던게, 이 열여섯 고등학생 커플들이, 딱히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데이트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게다가 피터는 이 고급 레스토랑을 작년에 젠 하고도 여러번 왔었어. 그 돈 어디서 났냐? 엄마가 준거야? 용돈 받아 쓰는데 그렇게 좋은 레스토랑에 막 가도 돼? 나는 이것이 너무 걸리는 것이다. 열여섯에 내가 데이트를 했다면 나는 끽해야 죠스떡볶이나 그 뭣이냐 롯데리아 가지 않았을까. 삼십대 중반에 했던 연애들에서도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은 내가 스테이크 먹으러 레스토랑에 데려갔을 때 '스테이크는 너가 처음이야' 했었는데(세명이나!) 내가 유독 경험치 없는 남자들만 사귀었던건가..이 남자들 내가 처음 사귄 여자도 아니었는데도 스테이크는 처음이래. 니네 대체 뭐 먹고 살았냐... 피터는 열여섯에.. 아니 열다섯에...... 쓰벌. 내가 피터랑 사귀었으면 나의 경험치는 어디까지 갔을 것인가.

아 빈곤한 나의 연애경험이여..... 슬픔이 파도가 되어 덮쳐온다 ㅠㅠ



그리고 계속 걸리는 게...

여차저차해서 피터와 라라 진이 헤어졌는데, 라라 진에게는 계속 애정을 표현하는 '존'이 있었단 말야? 그래서 존하고 같이 봉사활동 하다 뒷마당 눈밭에 있다가 키스를 하게 되는데, 키스를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거다. '내가 사랑하는 건 피터야!' 하고. 존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이제 피터를 찾으러 가는데, 그래, 여기까진 알겠어, 이것이 로맨스 영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보러 지금 당장 가고 싶지, 더 늦기전에 사랑한다 말할거야! 이거 당연히 해야지. 이건 당연한거야. 그런데,


라라 진.. 너 지금 존하고 봉사활동 하는 중이었잖아. 니가 갑자기 그렇게 뛰쳐 나가버리면... 봉사활동 시간 어떻게 채우려고? 그거 나중에 채울거야? 뭣보다, 너랑 존이랑 둘이 멤버 전부인데 니가 가면 뒷정리 존이 혼자 다해야하잖아? 내가 여기서 딥빢이 오는 거다. 아니... 남자 찾아 사랑 찾아 간다고 뒷정리 존에게만 맡기는 거 너무 내 타입 아니어서... 하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불렀을 것 같다. 너 가긴 어딜 가, 뒷정리 다 하고 니 할일 다 하고 가야지! 하고. 아 너무 .. 일을 대하는 자세가 내 타입 아니어서... 막판에 엄한 데서 스트레스 받아버린 나여............. 얄짤없다, 맡은 바 일은 다 하고 가라.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영화가 너무 짧았다. 이렇게 갈등들만 나오면 어쩌나 싶지만 사실 연애란 게 갈등의 연속이다. 라라 진은 반쪽짜리 연애는 싫다고 하지만 온전히 가지려면 갈등과 고통까지도 모든걸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걸 깨닫고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할건지는 당사자의 몫일 것이다. 모든 걸 감수하고 너랑 함께 하는 걸 택하든지 이런 걸 감수하면서까지 연애를 지속하고 싶지 않아 뒤돌아설 것인지.



피터와 라라가 싸우는 것도 나는 좋았다. 싸움은 당연히 피곤한 거지만, 이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고 존중이 있다. 그러니까 다른 남자랑 있었다고, 그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서 염산을 들이 붓는다든가 발가벗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든가, 사람들한테 헛소문을 퍼뜨린다든가 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 거다. 그건 범죄니까. 범죄를 전여친에게 하는 건 솔직히 사람이 할 짓은 아니지 않는가.

어제 리뷰 썼던 정희진 선생님 책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몇 달 전 거리에서 ˝자연의 섭리˝를 외치며 ˝짐승도 그 짓은 안 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동성애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연의 질서를 지키려면 환경운동이 먼저 아닐까요.˝ 실제로 ‘짐승도 안 하는 짓‘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성애자 남성이다. -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정희진, P69




당연하게도 피터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보통의 인간. 그러므로 피터와 라라 진은 서로가 원망스러 싸울 때 조차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열여섯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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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2-2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 계정 파놓고 묵혀둔다고 레벨 업 저절로 되지 않듯...나이 먹는다고 연애 레벨이 자동으로 오르지는 않는 것 같아요...경험치는 쌓이는데 왜 레벨업은 안 되니...영화감상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02-20 16: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열반인님. 분명 어느 부분은 어느만큼 성숙하고 성장하기도 했겠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투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연애에 있어서는 더 그런것 같기도 하고...
연애 레벨도 만렙 찍고 내려왔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만렙을 찍을 것 같지도 않고 만렙 근처도 못갔는데 이제 내려온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20-02-20 17:00   좋아요 1 | URL
정말 맞네요. 연애에 만렙이 존재할까요? 사람이 다 다른데 이 사람과 사귀면 이런 연애가 저 사람과 사귀면 또다른 연애가 진행이 될테고 그러니 만렙이란 건 존재할 수 없겠어요. 스스로가 만렙이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겠어요. 거짓말쟁이거나. 강연 듣는다고 해도 연애 혹은 사랑이 나 혼자 하는 게 아닌이상 강연은 과연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사랑을 포기하진 않았고요, 연애를 그저 놓았을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2-20 17:00   좋아요 1 | URL
아니 댓글 달았는데 반유행열반인 님의 댓글이 사라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2-20 17:09   좋아요 0 | URL
써 놓고 창피해서 지웠어요...죄송해요... 사기꾼이라도 궁금하니 자칭 연애 만렙 있으면 데려다 놓고 구경하고는 싶네요...아 사기꾼 관상은 이런 거구나 ㅋㅋㅋ하고... 놓은 연애 다시 들어올려야 할 날이 오겠지요. 어떻게 사랑스러운 다락방님을 감히 안 사랑하겠어요 ㅎㅎ창피하다고 지우고 더 창피한 거 올림...사랑 고백...

다락방 2020-02-20 17:18   좋아요 1 | URL
사랑고백은 창피한 게 아닙니다!!!!! 창피해하지 마시고 앞으로 더 사랑해주세요!!!

=3=3=3=3=3=3=3=3=3=3=3=3=3=3=3=3=3=3=3=3=3=3=3=3=3=3

단발머리 2020-02-2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었고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 신청하면 피폐해질 제 삶이 너무 예상되서 아직까지 미루고만 있어요.
레스토랑 신 같은 경우 영화에서는 젠이 도발하는 걸로 나오나봐요. 책에서는 라라진이 상상하는 걸로 나오거든요.
우리 동네에는 데이트하러 갈 만한 장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피터는 젠이랑 이미 여기에 왔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더 쓸쓸하다고 할까요.
현재 나의 남친이 내가 알았던 사람, 혹은 이전의 베프와 사귀는 사이였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한 일일 거 같기는 해요.
제일 격렬한 전쟁터는 머릿속이겠죠. 라라진의 생각과 상상 속.

그래도 보고 싶네요. 꽁냥꽁냥, 고딩들의 러브스토리!!

다락방 2020-02-23 12:09   좋아요 0 | URL
대체적으로는 라라진이 자꾸 의식하고 상상하고 그러는데요, 레스토랑 신은 젠이 직접 도발을 해요. 아, 이 사랑 진짜 피곤하고 괴롭겠다.. 생각했어요. 교내의 누구나가 다 알수 있는 공개적인 연애는 너무 하드코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여섯에게 공개연애는 너무 하드코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아이들의 대처는 굉장히 성숙해요. 다투다가도 난 이렇게 다투기 싫어, 하고 말하는 게 정말 너무 좋았어요.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거든요. 한국의 성인 남성들보다 훨씬 성숙한 자세를 피터는 갖고 있었어요. 그게 참 좋았어요.
제일 격렬한 전쟁터는 머릿속이라는 말, 진짜 그러합니다. 정말 그래요 단발머리님. 저는 그 머릿속 생각 때문에 지쳐나가떨어질 것 같았어요. 으으...

재미있었어요 단발머리님. 저는 어서 3편을 보고 싶습니다!! (책은 사뒀지만 안읽고 있....)

공쟝쟝 2020-02-2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주말에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감상문을 읽는 지금 기뿌군요..... 저는 1화가 쫀쫀하니 (흑역사 대공개) 재밌었어요. 2화는 역시 매력적인 라라진에 매혹되어 봤답니다! 영화보는 내내 와 애들이 소통 참 성숙하게 한다~ 이랬어요. 진정한 소통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예의차린 소통도 희귀한 현생에서 무지 부러웠습니다. 네네, 마치 비싸뵈는 레스토랑 데이트 처럼욬ㅋㅋㅋ

다락방 2020-02-24 09:28   좋아요 1 | URL
저는 이 고딩들의 연애가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성숙하지요. 싸우면서도 이러고싶지 않다는 것을 서로 얘기하잖아요. 물론 그들이 바랐던 것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기였던 것도 그렇고요. 이 열여섯 라라진이 마지막에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그것이 가져오는 모든 감정들도 감수해야 한다고 깨닫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정말 만족하며 봤습니다. 어록 대방출이다... 이러면서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심심할 때 보려고 넷플에서 [하우 투 비 싱글] 다운받아놨어요. 존재도 모르는 영화였는데, 넷플 들여다보며 ‘자 다음 영화는 뭘로 할까~‘ 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2-2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스테이크는 네가 처음이야... 는 뭐죠? 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게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여잔 니가 처음이야!도 아니구...?? ㅋㅋㅋㅋ ㅋㅋ 웃엇어요 ㅋㅋ

다락방 2020-02-24 09:29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전.... 걍 혼자가 좋은것 같아요. 혼자 가서 평양냉면에 소주 시켜먹고 혼자 가서 스테이크에 와인 시켜먹고...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2-24 15:14   좋아요 0 | URL
참 읎어보이는 네가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