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절반정도 읽은 지금, 계속 읽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갈등중이다. 작가소개만 읽어도 스트레스가 작렬해서 내가 이걸 계속 읽으면서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무언가 싶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내용들이 모르는 내용들도 아니고.


사람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듯이더 예민한 지점, 더 날카로워지는 지점들이 다를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나를 괴로운 상태에 두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사람이다. 스트레스 받는 것도 너무 싫고, 나는 나를 최대한 편한 상태에 두고 싶은 사람이라서, '행복과 더행복'에 있어서 더행복을 선택하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슬픔과 슬픔'이 있다면 이중에 어느것이 '더슬플'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최대한 나를 밝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이야. 시간이 흐른 뒤에 돌이켜봐도 내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게다가 나는 잔소리를 싫어한다고 이곳에서도 수차례 얘기한 바 있다. 나는 잔소리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싫어서, 잔소리 듣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학창시절에 모범생이었던 이유는 선생님들한테 잔소리 듣기 싫어서였고(숙제를 해오면 되지, 왜 안하고 잔소리 들을까 나는 늘 궁금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에 좀 더 일찍 도착하는 것은 늦은 뒤 변명하는 게 죽기보다 싫기 때문이다. 난 약속 시간에 늦게 오면서 변명하는 사람에 대해서라면 늦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 상대여도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왜 미리 준비해서 시간 맞춰 나오지 않고 늦은 뒤에 변명을 할까, 라고. 물론 저마다 늦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긴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도 늦은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늦는 사람은 항상 늦는다. 지금은 퇴사한 동료중에 친구들과 약속을 해놓고서도 항상 시간 맞춰 나가지 않는 동료가 있었다. '약속시간 다 됏는데 왜 안가?' 라고 하루는 내가 답답해 물어보니, '여러명 만나는건데 지들끼리 놀고 있겠죠~' 이러는 거다. 나는 그런 반응에 좀 기절하는 사람이야... 너는? 너는 약속 당사자가 아니야???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만큼 꼭같은 크기로 잔소리를 하기도 싫다. 그래서 잔소리 하게 만드는 상대를 가급적 연인으로도 친구로도 두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잔소리라는 게 하면서도 스트레스 받는 거거든.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면 상대는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사람. 잘 챙겨먹고 잘 챙겨입고 그러니까 자기몫의 삶을 충실히 잘 살아내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베풀며 살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월등히 돈이 많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한 달에 얼마라도 자기 밥먹을 돈을 벌어서 그 안에서 자기 삶을 계획적으로 꾸려나가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은 것이다.


스트레스는 반드시 잔소리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왜 나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지, 왜 나는 이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진이 빠지지, 왜 이친구를 만나면 감정이 너덜너덜해지지, 같은 경우가 당연히 생긴다. 내가 누군가와 만난다는 건 나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대 역시 마찬가지고. 이것들을 동등하게 상대와 내가 쓰면 괜찮은데 한쪽이 늘상 더 많이 쓰게 되면 그 관계는 문제가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쪽이 늘상 더 많이 쓰는 게 감정일 때 생겨난다. 만나고 나면 내 감정을 탈탈 털어가버리는 것. 그게 바로 만남에서의 감정노동 아닌가. 나와 너가 좋자고 만나서 함께 웃고 에너지를 얻어가는 관계여야 하는데, 앞으로의 시간들에 힘이 되어주는 만남이어야 하는데, 나를 지쳐버리게 하는 만남, 내 에너지 쏙 빨아가는 만남. 나는 싫다. 친구란 이름으로, 연인이란 이름으로 한쪽의 일방적 에너지를 끌어모아 쓰는 일.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이 책,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의 저자 '제마 하틀리'는 가정 내에서의 '감정노동'에 대해 말한다. 감정노동이라는 것이 승무원이나 간호사같은 서비스업종의 경우 매우 심하지만, 이렇게 공적으로 드러나는 감정노동이 아닌, 가정을 잘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쓰는 것. 내 가족과 친척들의 행사를 챙기고, 아이들의 유치원이나 학교 준비물을 챙기고, 학부모 행사에 참가하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병원을 예약하는 그 모든 일들. 이것이야말로 가정내에서의 '감정노동'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대체적으로 여자의 몫이다. 아마 여자들은 대부분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그냥 듣는 순간 알 것이다. 제마 하틀리도 여자들과 가정 내에서의 감정노동에 대해 얘기할 때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상대와 대화가 통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들은 말해주고 말해주고 또 말해줘도 대화가 통화지 않는다고. '나 잘하는데 왜그래?'라는 반응일 뿐.



그러니까, 이 책의 작가소개만 읽고서도 나는 급피로가 몰려오는 것이다.





모든 노동으로부터 쉬고 싶었던 아내를 이해하지 못해 '내가 욕실 청소했어, 잘했지 우헤헤헤' 하는 남편이라니, 정말이지 끔찍하다. 어질러진 거실에서 세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내가 욕실 청소를 하진 않았으니까' 나는 편안하고 행복한가. 나는 이 작가소개만으로도 너무 빡이 친거다. 아내가 선물로 받고 싶은 게 있는데 굳이 저러는 건 또 뭐람. 본문에 이에 대한 자세한 일화가 나온다. 저 날 남편은 청소업체를 부르는 대신 자신이 청소를 했고 어머니날 선물로는 아내에게 반지였나 팔찌였나..목걸이었나..뭐 그런 걸 선물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가 기뻐하지 않으니 남편은 어리둥절.


그냥 원하는 걸 해주면 되잖아. 왜 원하는 걸 말했는데도 그대로 안해주고 그러면서 '왜 안기뻐해?' 이러는 거 너무 진짜 개어리둥절...







절반까지 읽었는데 책속 등장하는 여성들, 저자와 인터뷰하거나 대화한 모든 여성들이 하나같이 가정 내에서의 감정노동 때문에 지쳐한다. 바로 위의 111 페이지에서는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는 아내에게 응 시간 잡아 얘기해줘~ 라고 한다. 어떤 상담사가 좋을지 알아보고 전화를 걸어 시간을 예약하는 일 모두, 자연스레 아내의 몫이다. 이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아내에게 '니가 상담받자고 했고,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잖아, 뭐가 문제야?' 가 나오겠지. 정말로 절대 이해못하는건가. 절대 이해못해서 이해 못하는건가, 아니면 이해할 필요가 없는 건가.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사례는 무수히 나온다. 그러니 나는 너무 피로하고 지친다. 이런 걸 굳이 읽어 뭐하나 싶다. 저자는 그런 사례들을 얘기하면서 '그러므로 여자는 감정노동의 크기를 줄여야 하고, 남자는 지금보다 더 감정노동을 하도록 애써야 한다'는 당연한 얘기를 한다. 나 이거 아는데, 굳이 읽어야 하나.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그리고 이 사연들의 여자들은 놀랍게도 자기 남편이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는 더 착하고 좋은 남편이라고 한다. 다른 남자들에 비하면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설거지도 잘하고, 요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기타 등등. 그렇게 다른 남자들보다 더 좋은 남편인데 이 아내들은 지쳐있어.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1. 다른 남자들보다 더 다정하고, 더 집안일 많이하고, 더 자상해도 왜 아내들은 지치는가.

2. 다른 남자들보다 더 좋은 남편이라고 이 모두가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 '다른남자들'은 누구의 남편인가? 어쨌든 내 남편 아닌데, 그러면 누구의 남편이 그 '다른 남자들'이란 말인가.


어차피 내 남편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남자들'중 하나가 아닌가. 그렇다면 '더 좋은 남편'은 대체 무슨 의미이고 어디에 있나? 대전에 있나 대구에 있나 부산에 있나.....



고등학교때 사회문화 선생님이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어릴 적에 우리는 아빠로부터 '아빠 빼고는 남자들은 다 늑대야'라는 말을 듣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그 아빠는 내 아빠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빠는 아니지 않냐, 어차피 나가면 그냥 남자다, 라고 한거다. 뼈를 때리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뭐, 아빠라고 해도 짐승이 되기도 하는 게 현실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감정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는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 편이고, 그래서 스트레스에 나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 물론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그런 상황에서 나를 빼내오고 싶은 사람이다.


저자는 사실은 이 가정내에서의 감정노동이, 돌이켜보면, 결혼하기 전에 그러니까 연애때부터 시작되온 거라고 말한다. 연애를 할 때부터 우리는 상대방의 기분을 캐치하려고 노력하고,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심하면서, 그러니까 상대보다 내가 훨씬 더 그런 것들을 따져가면서 감정노동을 시작하고 있었다고. 이 책에서의 저자는 결혼 전부터 그리고 결혼 후에도 친척들의 행사나 친구들과 함께 모이는 만남의 스케쥴이나 가져갈 음식, 선물들을 자신이 챙겼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게 연애시절, 그리고 결혼 초기에도 으레 그렇게 해오면서 그것이 나를 피로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고 쌓일수록 이것들은 내 안에 그대로 축적된다. 그래서 '더 좋은 남편'이라고 하면서도 펑- 상담이 필요한 아내가 되어버리는 거다.



나는 나의 연애들을 돌이켜 보았다. 그리고 이내 괴로워졌다. 그 안에서 나에게 기대되었던 것이 감정노동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의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그 연애로부터 빠져나왔다. 김 숨이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라고 말한 것처럼, 나에게 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좋아 신이지, 후훗, 그야말로 내 감정노동을 바랐던 게 아닌가. 그를 만나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내 진이 빠졌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점점, 점점 감정이 너덜너덜해졌었다. 내 에너지를 너무 쪽쪽 빨아먹어서, 헤어지기 전에는 결국.... 그만두자.



인정하기 싫지만, 좋은 연애가 뼈에 새겨지듯이 나쁜 연애도 뼈에 새겨지는 것 같다.



책속의 아내들이 얘기하는 이 '좋은 남편이 있지만 감정노동으로 지치는' 얘기들을 내가 계속 읽어내야 할까. 절반 읽었는데 이지경이면, 앞으로 남은 절반에서 내가 얻어갈 것은 무엇인가.. 아 진짜 졸라 지쳐버려.. 버터링쿠키나 먹어야겠다. 휴..




어제 트윗을 통해 '뭘 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의 습성'에 대해 보게 됐다.


늘 주의가 산만하다

지금 뭘 하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뭘 할 거란 얘기만 한다

부정적인 것만 본다

시한 안 지킨다

조언 안 듣는다

게으르다

호기심이 없다

불친절하다

쉽게 포기한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과 소일한다.



이거 보면서 '아, 나는 뭘 해도 될 사람이다 진짜' 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내가 어제부로 드디어!! 플랭크 한달 도전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꺅 >.<





으앗 진짜 멋지다. 나는, 나도 몰랐는데,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할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해내는 사람. 우후후훗. 몇 해전에 한 알라디너로부터 '너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댓글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 댓글을 읽고 '응?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하고 갸웃했더랬다. 그런데 이번 해에는 유독 내가 말만으로 그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1년간 완독해온 것도 그렇고, 이렇게 플랭크도 한달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해온 것도 그렇고. 진짜 짱이다.


게다가 한달째인 어제는 꽉채운 2분이었고, 나는 그 2분을 무려 두 세트나 해냈다. 흑흑 ㅠㅠ 두세트 째에서는 땀을 비오듯 흘렸어. 정말이지 너무 고생많았고 흑흑 장하다 ㅠㅠ

나는 네이버에 따로 일기도 쓰고 있는데, 거기 보면 1분10초를 하던 때에 '내일은 어쩌나, 이걸 할 수 있나' 두려움 가득한 일기를 써두었더라. 그런데 이거봐라, 2분도 해내는 사람이 되었어. 흑흑 ㅠㅠ


사실 라운드 숄더 때문에 시작한 플랭크였고, 그리고 한달간 시간 늘려가며 꼬박꼬박 했으니 뭔가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몸이 뭐 변한건지는 모르겠어? 그치만 윗배가 늘상 긴장해있는 상태인 것 같다. 약간의 긴장을 가진 상태. 오늘 회사동료에게 말하니 '차장님 복근 생긴 거 아니에요?' 하는데, '그래서 내가 오늘 아침에 거울 봤는데 그냥 배만 많더라고' 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짱멋져. 한달간의 스스로 내린 미쎤이었고, 그리고 잘 해내었으니 이제 나는 더이상의 도전을 하진 않겠다. (응?)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이 윗배의 약간의 미미한 긴장감이 썩 마음에 들어서, 이걸 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분은 빡세고, 앞으로도 시간 나는대로 1분 플랭크는 해주자, 라고 마음 먹게 되었고, 그래서 오늘 출근 준비 하다말고 갚자기 엎어져 1분 플랭크 하고 왔다는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육맨 되자, 빠샤!!




몇해전에 사주를 보러 갔을 때, 사주 봐주던 쌤은 남자분이셨는데, 나에게 그런 얘길 했더랬다. '너는 너에게 나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을 가급적 뒤로 미룬다, 너의 우선 순위는 자아이지 결혼이 아니다' 라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런데 그런 니가 만약 결혼한다면, 너는 행복하게 잘 살거다, 왜냐하면 너는 너에게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을 테니까.' 라고. 뭔가 말장난 같지만 또 뭔지 너무 잘알겠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선택 앞에 있어서 항상 '이것이 나를 괴롭힐 것인가', '나는 후회하지 않을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고, 그런 내가 내리는 선택이 대체적으로 나에게 나쁠 일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때 사주쌤은 결혼에 대해 얘기했지만, 나는 결혼이 아닌 무엇을 넣어도 내게는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쁜 것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나를 고통과 괴로움에 놓지 않기 위해 살아갈테다.


내가 내 선택을 신뢰한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맨날 내가 나한테 근사하다고 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터링쿠키 너무 맛있는 부분.. *^^*



남편이 뒷마당을 청소해주었으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고 싶고, 그러려면 나의 짜증이 드러나지 않도록 목소리 톤을 조절해야 한다. 남편은 일일이 짚어주지 않고서는 해야 할 일을 먼저 알아내지는 못한다. - P17

롭은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결혼은 낡은 관습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절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난 언젠가는 하고 싶은데." 나는 건조하게 말하면서 트럭의 바닥 깔개에 내 하이힐을 묻었다. 나는 무표정으로 내 앞의 도로만 바라보았다. - P60

감정노동은 그 일 자체로 보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감정노동을 원하면서 그것을 우리 성품이나 성격의 일부로 보고 싶어 한다. 우리를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는 피곤한 노동이 아니라 애쓸 필요 없고 즐겁고 수월하게 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P65

의식적이건 아니건 남성들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반면, 여성들은 존재의 한 방식으로서 감정노동을 수행한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평등한 관계에서 행복하게 시작했다가 몇 년 후 서로를 향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품게 되는 것이다. - P75

임신을 하면 신체적으로도 피로하지만 정신적·감정적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그는 내가 도움을 요청할 때 그 자리에 있었지만 모든 세세한 사항들, 즉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뭐가 필요할지 고민하는 건 모두 내 일이었다. 나는 새로운 정보들로 가득한 백과사전을 이고 다니면서 나의 임신한 뇌가 그 정보를 절대 잊지 않도록 해야 했다. 롭이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그도 신생아 준비를 도와주는 잡지 기사를 읽을 수도 있고 홈메이드 이유식 요리법과 저장법을 배울 수도 있고 내가 산후조리를 할 때 필요한 패드시클Padsicles(회음부 콜드팩) 만드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의 머리를 스친 적도 없었다.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 두 사람을 대신해 나 혼자 공부해야 했다. - P83

나는 남편을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에게 통솔권을 위임하려 했고 내 기대치를 조정하고 내 기준을 낮추려고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둘의 기준은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균형을 찾으려 하지만 균형은 늘 우리 손을 빠져나가고, 그때마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언제나 나 혼자다. 신경 쓰는 사람이 나라서 그렇다. - P109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그는 나에게 완벽한 남자이고,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는 자발적으로 결혼이라는 노예 상태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루피 소프Rufi Thorpe는 <엄마, 작가, 괴물, 하녀>라는 에세이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 P129

얼마 안 되는 수입을 아껴 저축하고 빚까지 갚아 나갔다. 전심전력을 다해 육아와 살림에 매진했다.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할 것만 같았는데, 캐치에서 아르바이트로 벌던 적은 보수마저 없었으므로 내 자아 가치는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물론 전업맘은 퇴근이 없는 일이기에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나를 소진시켜가며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 일에 아무리 많은 감정노동을 들인다 해도 남편의 일과 같은 방식으로 보상을 받을 수는 없었다. 내 평생 이보다 더 열심히 일한 적은 없었지만 나의 사회적 위치는 이보다 더 낮을 순 없었다. - P174

"평등한 커플이라 해도 그들의 사고는 이 사회에 종속되어 있어 감정 교환 면에서 남녀는 동등해질 수 없다. 남편만큼 수입도 많고 존경도 받는 여성 변호사의 남편은 아내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진보적인 관점과 자신의 가사노동 참여에 대해 아내가 고마워해야 한다고 느낀다. 아내의 주장이나 바람은 언제나 과해 보이고 그의 바람은 낮아 보인다. 더 큰 시장에서 대체로 남자는 무료 가사노동을 공급받는다. 그녀는 제공받지 안는다. 사회적 맥락에서 그녀는 그런 남자를 만났으니 운이 좋은 것이다. 따라서 고마워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오는 억울함을 참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우리는 도움을 받고 있으니 운이 좋다. 남자는 이미 갖고 있는 자격이다. - P181

여성에게 일을 그만두는 건 선택이 아니지만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는 것도 실행 가능해 보이지 안는다.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고 당연한 것처럼 여성에게 떨어진다. 어떤 일을 하건, 경력을 쌓는 데 총력을 기울이건, 가정을 위해 희생하건, 모두 감정노동과 관련하여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유예를 용납하지 않는, 이 보이지도 않지만 에너지를 모두 소짙시키는 일을 해내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우리의 시간, 정신적 용량, 감정적 에너지를 끝도 없이 요구한다. 우리는 이 일을 웃으면서 해내야 한다. 여자들이 "원래" 그런 일을 잘한다고 말하니까. 하지만 어떤 일을 원래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감정노동이 우리 품에 떨어진 이유는 수 세기 동안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면면히 이어진 사회적 관습 때문이다. 그 관습은 전업맘, 워킹맘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 여성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해친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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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9-12-1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락방님! 한다면 하는 사람!!
조금 다른 얘기지만, Infp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가치 판단에 있어 실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버터링 맛있나요? 저는 아직도 시험기간 ㅠ

다락방 2019-12-17 14:12   좋아요 0 | URL
클래비스님, 저는 ESFP 입니다. ㅋㅋㅋ 가치 판단에 있어 실수가 없는 부분은 아마 FP 가 가져오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건 믿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터링 맛있어서 흡입했어요. 헤헷.
시험 잘 봐요, 클래비스님!

2019-12-17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19-12-1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출간 됐을 때 제목만 보고도 뒷목 잡게 되더라고요.
근데 이런 류의 제목 좀 별로에요. 뭐랄까, 남자들은 원래 그래~ 남자들은 원래 철이 없어.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그들의 그런 못된 속성을 오히려 정당화해주는 느낌???

암튼 저자 소개에 실린 글만 봐도 딥빡이네요.

플랭크 한 달 도전 축하해요. 이분 뭘해도 성공하실 분이여... ㅋㅋㅋㅋ

다락방 2019-12-17 14:15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이 이 책의 제목으로 어떤 걸 느끼신건지 충분히 짐작하지만, 이게 그런 내용이 아니기는 합니다. 아니지만, 저는 절반쯤 읽은 지금 이 책 읽기를 중도포기 하렵니다. 제가 대체 이걸 왜 읽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스트레스만 가득해지는 글을.. 그냥 여기 나오는 아내들 어깨 붙들고 흔들고 싶어요. 왜 결혼했냐고.. 아 너무 빡쳐. 뭐, 그런 거 말고도 기쁨과 즐거움이 그 안에 있겠지요. 어쨌든 저는 더이상 감정노동하지 않는 남자들에 대한 이 이야기를 읽지 않겠습니다. 저자 소개에 실린 저런 사례들이 꼭지마다 나와서 저를 빡치게 해요 ㅋㅋㅋㅋㅋ


네, 저는 뭘 해도 성공할 사람입니다. 으하하하. 어떻게 플랭크 한달을 해낼 수 있을까요? 진짜 대단해...(제삼자화 시키기 ㅋㅋㅋㅋㅋ)

심술 2019-12-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터링쿠키는 최고의 진통제입니다.

다락방 2019-12-17 15:37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쿠키류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미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맛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