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조카가 일곱 살 조카와 자주 싸우는데 어제는 크게 싸운 모양이다. 아침에 학교가기 전에 싸워서 엄마랑 아빠한테 그만싸우라고 혼났는데,


"도대체 왜 나한테 동생이 있어야 돼!"


라고 울며 학교에 갔다고...


이에 마음이 안좋은 할머니,엄마,아빠가 고민이 깊어 각자 나에게 이걸 어쩌면 좋냐고 물었다.


울엄마는 "어떡해야 할까?"

여동생은 "언니, 동생이 있어야 되는 이유가 뭐야?"

제부는 "처형이 아이랑 얘기좀 해줘요."



내가 조만간 가서 아이랑 데이트를 해봐야지 싶지만, 그렇지만..뭐라고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 역시 어릴 적에는 동생들하고 엄청 싸웠고, 게다가 삼남매인만큼 다른 한 명을 내 편 만들어 세 명중에 막 한 명을 왕따 시키려고 하기도 하고 그랬다. 이런 일은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나서, 내가 여동생하고 편이 되기도 하고 내가 남동생하고 편이 되기도 하고 남동생이 여동생하고 편이 되기도 하고... 내가 외동이길 바란 적은 또 얼마나 바랐던가! 언제부터였나, 우리가 다 머리가 커서 그런지 서로 끔찍하게 위해주는 사이가 됐고, 이제는 세상 누구보다도 내 편임을 확신하고 또 의지가 되지만, 그렇지만 이걸 아이에게 어떻게 설득력있게 말한단 말인가.


"나중에 크면 다 의지가 돼."


이거 너무 설득력 없다. 아이에게는 지금 이 순간 동생이 왜 있어야 되는지 알 수가 없는데, 거기다대고 '나중에 크면' 같은 말이 무슨 소용인가.


"동생이니까 사랑해야 돼."


이거야말로 지금 아이가 동생 때문에 속상한데 또 무슨 막말이여..




여러분, 제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동생은 왜 있어야 되는건가요?

아이에게 해줄 말은 도대체 뭐가 있을까요?

아니면.. 이럴 때 아이가 보기 좋은 책은 뭐가 좋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동생이 있어야 하는 이유' 같은 걸 모르겠다 ㅠㅠ




어제 오전 울며 학교 간 아이는 오후에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스마트폰 데이터를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제엄마에겐 비밀이라고 다짐을 받은 뒤, 데이터를 준 이모에게


"이모 사랑해"


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이럴 때만?"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웃어서 다행이지만, 아무튼 이모는 너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좀 생각해보도록 하마.



우리 조카들, 크느라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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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5-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아닌데 영화 ‘꼬마 니콜라‘(2009년 개봉)에 동생이 싫어서 미쳐버리는 꼬마들이 등장합니다. 근데 나중엔 동생 만들어 달라고 난리죠. 이 영화 아이들도 귀엽고 재미나서 볼만한데.... 조카가 1시간 30분쯤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네요.

책으로는 제가 같은 고민을 하던 제 조카에게 예전에 사준 책인데 <심술쟁이 내 동생 싸게 팔아요>- 이 책 보더니 좀 생각을 하는것 같더라고요.

다락방 2019-05-16 10:59   좋아요 0 | URL
오오 꼬마 니콜라 책에도 그 내용 있었던 것 같아요.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리고 그 책을 제 조카도 읽었는데... 영화를 어떻게 볼 수 있나 한 번 검색해봐야 겠어요.

책 추천도 감사해요! 책도 읽어볼게요. 책 추천이 간절했어요. 불끈. 감사합니다!

hnine 2019-05-1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주제로 동화까지 써본적이 있어요 ㅋㅋ
그런데 이 세상엔 이유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지 않나요?
동생이 있어야 하는 이유, 언니가 있어야 하는 이유, 이런 것들엔 이유가 없다고 하겠어요 저라면.
물론 조카도 정말 그 이유가 알고 싶어서 한 말은 아닐 것 같고요.



다락방 2019-05-16 12:2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나인님. 아마도 홧김에 저런 말을 했겠죠.
저것이 진지한 질문이라면, 어른의 경우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럴 경우 필요하지 않다면 없어도 된다는 의미가 될테니까요. 저 역시 어릴 적에 외동이길 바랐던것만큼, 순간순간의 형제 싸움에 화가 나서 그런것일테고, 또 오후에는 방긋 웃으며 이모 사랑해 한만큼 그 순간의 기분은 사라진것 같긴 해요. 그렇지만 어떤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하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적당한 말은 떠오르지 않지만요 ㅠㅠ

맞아요, 이유는 없겠죠. 언니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동생이 있어야 하는 이유.. 이건 정말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9-05-16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생으로서는 언니가 있어서 너무 좋긴했어요 ㅋㅋㅋㅋㅋ 존재만으로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흔치않은 기회잖아요! 그렇지만, 내가 언니라도 싫었을듯.

다락방 2019-05-16 17:40   좋아요 0 | URL
저는 어릴 때 자꾸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해서 너무 싫었어요. 그게 너무 속상해서 ‘왜 자꾸 나한테 양보하라는거야‘ 하고 울었던 기억도 나요. 전 그래서 지금도 어른들이 큰 아이에게 ‘니가 누나니까‘, ‘니가 언니니까‘ 이러면서 양보하거나 참으라고 하는 거 보면 진짜 거대한 빡침이 몰려와서 그러지 말라고 해요. 왜 첫째만 양보시키냐고요. ㅎㅎ

단발머리 2019-05-16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을 일이 없는 요즘이지만, 웃기도 죄송한 요즘이지만.....
다락방님 큰 조카 생각하며 한 번 웃습니다.
고마워요....

다락방 2019-05-17 13:43   좋아요 1 | URL
어제는 학급이 유튭 동영상촬영 상탔다고 좋아가지고 전화해서 자랑하더라고요. 대박이라고 엄청 제가 축하해줬어요. 이모한테 전화해서 상탄 거 자랑하는 아이 너무 예뻐요 ㅠㅠ

웽스북스 2019-05-1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튜브에서 이런 책의 추천을 봤었어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5403882

다락방 2019-05-17 14:19   좋아요 0 | URL
위에 잠자냥 님이 추천해주신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저는 이미 벌써 질렀고! 오늘 제게로 오고 있는 중입니다. 후훗.
아 저 w 님 덕에 학원전도 주문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