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시작합니다.
[백래시] 일요일마다 백래시 올리기
이틀전 일요일에 백래시 페이퍼를 썼으니, 앞으로 일요일에만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쓰겠다.
그러니까 내가 어제 자기 전에 '백래시를 조금만 읽다 자자' 했는데, 읽다보니 또 딥빡이 온 것이다.
'킴
베신저'는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당시에 섹시한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었다. 내가 아마 내 페이퍼를 통해서 여러번 킴 베신저 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의 몸매가 강조되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녀가 찍었던 영화 중에는 나도 대학시절 보았던 영화 《나인
하프 위크》가 있다. 나는 어쩐 일인지 이 영화가 그동안 '잘만 킹' 감독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아, 잘만킹은 와일드
오키드였나?), 아니었다. 《플래시 댄스》와《가면의 정사》의 감독인 '애드리안 라인' 이었다. 감독의 필모를 보니 내가 본 영화가
여러편이던데, 나는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도 않았네.
이
책에서는 여성 중심의 영화로 만들 계획이었던 '가면의 정사'가 어떻게 악녀를 만들어냈는지, 어떻게 극장에서 많은 남성 관객들이
'저년을 죽여라!' 소리를 지르게끔 바뀌게 되었는지를 얘기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 감독의 작품 나인 하프 위크 얘기도 나왔다.
자, 여러분, 같이 분노하자.
어제
이 부분을 읽는데 킴 베이신저 생각이 나서 너무 마음이 아픈 거다. 이것이 응당 네가 해야할 일이라는 듯, 촬영 쉬는 시간에도
굴욕을 당해야 하다니.. 그런 영화를 내가 뭣도 모르고 대학시절 보았다니.. 너무 속상한거다. 세상에 이런 영화는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 아니, 남자가 감독인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이런 식이 아닐까. 게다가 남자 주연 배우 역시 감독의 말을 듣는다. 저
사이에서 킴 베이신저는 어떤 행동을 하고 무엇을 느껴야 했을까.
영화판에서 그리고 드라마 판에서. 그리도 다른 모든 직종에서.
남자들은 대체 여자들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걸까.
그러면서
작품을 위해서라고, 더 좋은 연기를 위해서라고 하니,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이 아닌가. 처음에는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도
'이것이 좋은 연기를 위해서라니..'라며 자신을 의심하며 그 순간순간을 견뎌낸 것이 아닌가. 너무 마음이 아픈 거다. 이 일을
알게된 이상 만약 내가 지금 다시 나인 하프 위크를 보게 된다면 아마 펑펑 울게될 것 같은 거다.
나는
포르노를 부러 피한 건 아니었다. 내가 보기 싫어서 보지 않았던 거지. 그런데 내가 간혹 보고싶어했던 에로영화들이, 거기에는
남자와 여자와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가 있는 육체적 관계는 좋다고 생각했던 그 영화들이, 그런데 정말 '괜찮았던'
영화들인걸까? 에로 영화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은 계속 있어왔던 게 아닌가.
나는 얼마나 많이 더 화내고, 더 울고, 더 절망해야 할까.
애드리안 감독은 이런 사람이었다.
물론 '마이클 더글라스'라고 해서 애드리안 감독과 별 다를 바 없긴 했지만.
어느 직업을 가지든 어느 직장에 다니든, 여자들은 너무 많은 것들을 견디고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빼앗기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싸우자고 하니, 어떻게 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백래시》가
너무 두꺼워서, 혹은 너무 어려울까봐 자꾸 읽기를 미뤄두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지금 당장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책장을
넘기면 전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거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를 그대로 까발리는 글들이 있다.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우리가 거기에 적힌 말들을 이해 못할 바가 없다. 우리는 어떤 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압박을 가했는지
알아야만 제대로 싸울 수 있다. 정말이지, 너무나 상투적이지만
일독을 권한다. 재독이어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