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쓰기 귀찮아서 몰래몰래 100자평으로 퉁치던 나날.... 어제 결국 괭님께 이 만행들을 들켜버리고야 말았고, "100자평 그만 쓰고 긴 글 내놔라!" 한소리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페이퍼를 씁니다. 리뷰보다 읽은 책 페이퍼보다 만만한 산 책 페이퍼 올리기 ㅋㅋ 마침 제가 이번 달에 책을 엄청 많이 사긴 했는데요. 구매내역 확인하면서 하나씩 쌓고 찍어서 보니까 이게 미쳤나 싶네요? 전 8월 내내 열심히 누워서 산책을 한 것입니다. 손가락으로... 알라딘을 뒤적이며... 17권을 샀군요.

잠시 눈을 감고 다락방 님과 잠자냥 님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제 책탑은 소소하죠? 한 번에 산 거 아니고 8월 1일부터 산 거니까 괜찮죠?
1. <퀴어 이론 산책하기>, 전혜은
관련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던 중에, 이 책이 운동의 역사나 각 정체성에 대한 설명 위주가 아니라 핵심 쟁점 위주로 구성했다는 소개가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결정.
2. <섹스할 권리>, 아미아 스리니바산
보관함에 꽤 오래 있던 책인데, 이거 갑자기 왜 샀냐면, 야밤에 온라인 세상 기어다니다가 인셀들이 쓴 글 무더기로 읽는 바람에 빡쳐서 삼. 잠이나 잘 걸.... 아무튼 섹스할 권리 외치는 놈들은 고추를 다 절단해야 한다.
3. <광기와 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프로이트, 칼 융 등 현대 정신의학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신병리학과 성 심리학, 법의학과 범죄인류학 최고의 바이블이다. (・・・) 폰크라프트에빙은 성병리학에 관한 최초의 문헌 중 하나인 이 책에서 헤테로섹스, 사디즘, 마조히즘, 호모섹슈얼, 헤테로 섹슈얼, 페티시즘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창안해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 사례를 나열하며 인간의 본능이 초래하는 갖가지 이상 심리와 행동을 파헤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겪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고통받던 사람들의 생생한 체험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 그동안 사회로부터 불온하게 여겨졌던 환자 또는 환자로서 의심받던 사람들의 폭로와 항변을 대변한 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신경정신과 교수인 저자가 1886년에 집필. 자기 환자였던 이상성애자들 사례 모으고 분석한 책인 것 같은데 목차만 봐도 어질어질하다. 토 나오는 읽기가 예상되지만 어쨌든 샀으니까 읽어야 함.
4.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월터 J. 옹
언어나 문자 다루는 책 읽을 때마다 엄청나게 자주 인용되던 고전. 언어를 말로써 인식하는 것과 인쇄된 문자로써 인식하는 것이 인간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대략 그런 내용으로 알고 있음. 재밌을 것 같다.
5.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베셀 뒷북을 좀 쳐보려고 함. 사실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실망한 경험이 있다. 그것도 늦게 읽어서 그런가? 능력주의에 관한 예리한 통찰을 기대했는데 대개 사실 나열에 그쳤고 그 사실 나열도 재미없게 함. 그래서 그때 와 개노잼... 정의란 무엇인가도 이렇게 재미없으려나? 하고 100자평을 썼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와서 왜 샀냐면, 리커버가 너무 아름답게 나왔기 때문에.... 아무튼 샀으니 읽어보고 정의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6. <인간의 조건>, 한승태
한나 아렌트 아니고 딴 사람이 쓴 인간의 조건. 꽃게잡이 배, 돼지 농장, 주유소 등에서 일한 경험을 담았는데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모티브로 썼다고 한다. 밀리에서 꽃개잡이 배 부분 읽다가 오, 재밌군, 씁쓸하군, 미쳤군, 종이책 각이다, 하면서 구입.
7.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다른 에세이 선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읽으면서 이런 개꿀잼 에세이를 봤나... 냉소적이면서 유쾌한데 또 박식하고 장황하고 tmi 한가득인데 이걸 겁나 물 흐르듯 빨려들어가게 쓰는구만, 했다. 그래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다른 에세이 선집을 삼.
8.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마찬가지로 저자의 다른 책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읽고 좋아서 구입. 이게 더 두껍군... 만족스러워.
9. <소설가의 일>, 김연수
이 사람 잘 모르고 이 사람 소설도 읽은 거 없는데 어쩌다가 밀리에서 이거 읽고 너무 맘에 들어서, 이렇게 좋은 책은 종이책으로 소장해야 돼! 하면서 알라딘으로 달려왔는데 품절이었다. 그래서 최상 등급의 중고책을 샀는데 책에서 속눈썹 나와서 발작함. 마음을 가라앉히고 꼬불거리는 털 그러니까 고추털이나 겨털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10.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임스 우드
"리얼리즘은 리얼한가? 성공적인 은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소설에서 세부사항의 훌륭한 사용이란 어떤 것인가? 시점이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소설은 왜 우리를 감동시키는가? 등등" 소설의 기법에 대한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유명한 책인 것 같은데, 아무튼 소설을 깊게 읽고 싶어서 구입.
11. <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바이크
<감정의 혼란>이 좋았고, 그래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더 읽어봐야지, 하면서 샀다. 서재 분들의 극찬을 받는 소설이라 기대 됨. 읽고 좋으면 <우체국 아가씨>도 읽어야 되는데 바쁘다 바빠... 개강 진짜 꺼졌으면....
12. <산책자>, 로베르트 발저
이것도 밀리에서 읽다가 너무 좋아서 이건 종이로 읽어야 해!!!!! 하면서 샀는데... 진짜 이럴 거면 리더기 왜 샀고 밀리의 서재 왜 쓰는지 모르겠음. 근데 10만큼 좋은 책을 전자책으로 읽으면 7만큼만 좋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음. 잠자냥 님 리뷰 보니까 산책자 읽기 전에 하인학교 뭐시기 먼저 읽어야 한다는데, 전 이걸 먼저 읽을 겁니다. 잠자냥 님이 리뷰에 설명을 너무 잘 해주셔서 안 읽어도 될 것 같음. 땡투로 결혼신청도 했습니다.
13. <마음>, 나쓰메 소세키
이거 분명히 옛날에 읽었다. 근데 하나도 기억 안 나고, 당시 읽을 적에 감흥도 없었다. 아무튼 다시 읽어보고 싶고, 소설도 뭔가 계속 읽다 보면 느는 것 같아서 지금 읽으면 다른 느낌일 것 같으므로 재도전.
14. <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사강 두 권 읽었는데 나랑 좀 잘 맞는 것 같음. 근데 번역서가 꽤 많고 죄다 만듦새까지 예쁘게 나와서 선뜻 다음 책을 못 고르고 있었는데, 어쩌다 트위터에서 이 책에서 따온 구절 보고 맘에 들어서 샀다. 가끔 트위터 보다가 이렇게 충동구매 함.
15. <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난 정말 내가 평범하게라도 살았으면 좋겠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렵다. 이건 예전에 쟝님한테 추천 받기도 했고 잠자냥 님 리뷰 보고 끌리기도 했고 그래서 보관함에 오래 묵혀 뒀는데 뭔가 착잡할 것 같은 책이라 미루다가 이제야 샀다.
16. <여름>, 이디스 워튼
으아아아 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야해!!!!! 하면서 급박하게 주문하고 급박하게 읽었지만... 생략.
작년 12월 말에 서재에 와서 1월에 처음 책탑 올렸을 때만 해도 10권 중에 소설은 딱 두 권이었는데, 오랜만에 올리는 이번 책탑에는 소설이 여섯 권이나 된다. 확실히 알라딘 오고 나서 다양하게 읽는 것 같음. 제 독서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시는 서재 친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뽀뽀를 전하며 마무리합니다.
아니 제일 중요한 책을 잊을 뻔.
17. <인간종에 대한 음모>, 토머스 리고티
이 책은 12일에 예약구매 버튼 뜨자마자 주문했고, 이번 주 금요일에 온다. 필로소픽 블로그에서 표지 투표하는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기다린 책!!!!!
"H.P. 러브크래프트의 계보를 잇는 초자연적 공포소설의 거장 토머스 리고티의 철학 에세이. 코스믹 호러 장르의 염세적인 세계관을 담은 이 책에서 리고티는 인간을 자의식이라는 끔찍한 잉여를 지닌 무에 불과하다고 보는 노르웨이의 반출생주의 철학자 삽페(Zapffe)의 파격적인 주장을 빌려와 자신만의 근본주의적 비관론을 펼쳐나간다.
인간을 '두 발로 걸어다니는 비실재'로 보고, 세계를 '악의적으로 쓸모없다'고 치부하는 염세주의 극좌파 리고티에게 쇼펜하우어는 변절한 비관주의자이고 니체는 온건한 허무주의자일 따름이다. 염세주의에 관한 철학과 문학, 신경과학의 탐구를 통해 공포가 우리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적나라한 현실 자체임을 보여주려는 이 책은 독자에게 예기치 못한 부정성의 해방감을 맛보게 해준다."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습니까? 빨리 읽고 싶어서 눈물 흘리는 중....
진짜 끝. 뽀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