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이 산으로 간다. 얼척없이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당치도 않은 일을, 분노스러운 맘을 누르고 아침부터 밤까지 또 아침부터 밤까지 미친듯이 했다. 남겨놓고 온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한 시간이 멀다하고 문자로 전화로 울분을 토해내다 울먹대기까지 한다.팀장은 팀장대로 윗분들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만빵이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이 사단이 나는구나. 한분의 판단미스로 이 무슨 난리법석이람. 뭐 당신 회사니 말아잡수셔도 할말은 없다만. 좀 행복하게 일합시다...싶은 거지. 우리 부문장은 진행하고 있는 일이 바닥을 보여야, 오너도 그걸 직접 보시고 방향을 틀거고, 혹시 그 때가서도 그 길을 고집한다면 그건 오너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며 지금으로썬 그 바닥을 보여주는 일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니 그야말로, 바닥을 향해 일하는 우리의 심정은 뭐냐며. 게다가 그 바닥은 어느정도까지 보여줘야 수긍을 할 꺼냐며.  

어느 정도 연배가 되고, 내 퇴사할 년도까지 대충 맘속으로 어림잡고 나니, 예전만큼 일에 그다지 애정이 있지도 의욕이 넘치지도 않았지만,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싶었다만.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어제 새삼스럽게 '정약용의 지식경영법'을 보는데 딱이다 싶었다. 큰줄기를 잡지 못하고, 작은 정보 하나에 매여서 큰 일을 그르치는 일. 지도와 나침반이 잘못된 채 나가가는 일. 이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정약용은 18년 유배생활동안 수백권의 책을 저술했다는데, 지금 우린 올해 5개월을 여러 명이 한권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답답하다. 한 몇년만에 회사꿈을 연속으로 이틀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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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점심 때쯤 슬슬 일어나 가벼운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양말을 빨아 잘 짜 널어놓고 햇빛 창가에서 차를 마셔보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걷자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걷자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채찍을 든 도깨비같은 시뻘건 아저씨가 눈을 부라려도 

아, 적어도 나는 이제 뭐라 안해.  

아, 그저 잠시  앉았다 가면 돼.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장기하와 얼굴들, 느리게 걷자> 

 

주문처럼 되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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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올핸 어쩐지 맘이 심란하네. 항상 일등으로 축하문자를 보내주던 후배녀석이 올해는 잊었나보다. 오늘까지도 암말이 없다. 날짜 챙기는데는 귀신인 녀석인데. 왠지 그 전에 연락못해서 그 녀석 맘을 상하게 한 게 아직까지 남아 있는건가 싶어 맘이 쓰인다. 생일을 뭐 꼭 그 날 챙겨야 하나 싶었는데, 막상 그렇지만도 않구나 싶다. 오래된 회사친구들이랑 같이 밥을 먹었는데 고마웠다. 곰아, 나이들수록 이런 거 빼먹으면 서운해지는 거냐...  앞으론 다들 잘 챙겨줘야겠네,라는 새로운 다짐. 

나를 안 이후로 한 번도 잊지않고 축하 메세지를 남겨준다. 아직 잊지 않았다고 유세=.=;라도 하듯. 벌써 17번째다. 마음이 아리네. 누구에게나 남는 사람은 있대. 이렇게. 어제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듣다가 울었다. 이런 감정은 도대체 죽을 때까지 가는 걸까?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대학동창이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는데 그 아이가 나 덕분에 힘든 고3 생활을 잘 견뎠다고 했단다. 사실, 그 친구 이름조차 가물가물했지만 왠지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찔끔났다. 난 항상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편하게 해주는 사람, 잘 웃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한껏 날이 서 있고 비아냥과 시니컬한 어투가 몸에 배여있다. 더불어  썩소도. 사실 남의 말 잘들어주고 편하게 해주고 하는 사람이 나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역할이 더 이상은 내게 안 맞는 옷같다. 그런 말조차 낯설다. 내가 변할걸까?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가 되니, 살아온 지난 시간에 대한 생각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할 때.  

그래도 많이 고맙다.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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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 민감한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아주 특별한 자녀교육법
일레인 아론 지음, 안진희 옮김, 김한규 감수 / 이마고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자마자 관심이 갔다. 내가 고민하는 지점과 닿아있는 부분이어서였을 것이다. 작년에 놀이치료를 하면서 우리 아들이 민감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됐고, 목차를 보니 빡빡하게 들어차 있는 소제목들이 굉장히 실용적이면서 현실적인 제안일 것 같았다. 예상대로다. 저자도 민감한 사람이면서 민감한 아이들 두고 있기 때문에 끝없이 절절이 조언해주고 싶었을 것 같다. 500여 페이지가 되는 책을 보고 있자면 그 진심이 느껴질 정도다.   

민감성이라는 기질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아이의 행동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그 때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작년에 받았던 놀이치료 선생님이 한 말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나는 더 확신이 생겼고 유용했다.  

올해로 호군은 어린이집 생활이 벌써 6년차. 4, 5세 경부터 선생님이 "제호는 여리고 좀 예민한 것 같아요" 라고 얘기할 때만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 기질의 차이를 고려해서 양육도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는 깊게 고민해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심지어 당시에 유행하던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식의 '생각하기 의자'나 '타임아웃제'같은 것들도 해보곤 했는데 그 때만해도 나는 내가 감정적이지 않게 이성적으로  꽤 잘 양육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TV에서 보여준대로 단호하게 말하고, 그 뒤에는 애정어린 포옹과 사랑의 표현.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런 방식이 여린 우리 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잘못된 예로. ^^ 

나랑 우리 호군는 약간 민감한 기질을 갖고 있는 것 같고, 아빠랑 둘째는 좀 덜한 듯 하다. 나도 호군도 작은 변화나 차이를 쉽게 알아채고, 영화나 음악이나 주변의 일들을 감정적으로 매우 깊이 느낀다. 이런 특성들은 공유하지만 내가 자신감에 차 있는 편이고,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편이고, 새로운 것들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면 호는 음악발표회같은 무대에서 울거나(2-4세), 놀란 표정으로 청중석을 보며 눈동자만 굴리고 서 있거나(5세), 심하게 긴장해있는 모습들(6세)을 보였다. 연습할 때는 제일 잘해서 중간에 떡 하니 세워줬다는데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그랬다. 장난감이나 과자를 고르래도 한참을 고민한다. 결국 내 입에서 "그냥 니가 좋아하는 거 고르면 되잖아. 빨리 좀 골라!"라고 소리지르게 만들만큼 한참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것들에는 무척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처음 보는 음식을 덥석 맛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런 모습들은 날 답답하게 했고, 인내를 요구했는데 이런 특징들이 민감한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성들이란다. 이런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처리하고 고려해야 할 정보의 내용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엄마가 너무 힘들다면 이 책이 조금은 위로가 될 거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방법도 가르쳐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의 모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거다. "평범함을 뛰어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기꺼이 평범함을 뛰어넘어야한다." 순간순간 참기 힘들고 답답하겠지만 힘들게 여기지 않으련다. 사실, 민감하지 않다고해서 어찌 아이를 키우는게 쉽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우리 아이를 민감하기만 한 아이라고 라벨붙이지도 않으련다.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민감한 아이를 가진 부모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번 읽어봄직하다.(이럴 경우엔 빌려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만으로도 나는 나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칭찬하는 중이다. 나도 민감한 편이라 쉬이 피로해지기 때문에 내게 해주는 이런 다독임도 아주 중요하다.   

*근데 본문에서는 내내 senstive, senstivity를 민감한, 민감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놓곤, 정작 제목에선 '예민한'이라고 번역한 이유는 멀까?   

예민하다: (형용사)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민감하다 : (형용사) 느낌이나 반응이 날카롭고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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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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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주문을 한 책이었다. 책을 같이 짓고 엮은 이에 대한 대한 믿음과 기대가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진보집권'에 대해서 절실한 마음이었고 희망을 찾고 싶었다. 지난 2년은 정말 그지같아서 일상적인 짜증마저도 무감각해 질 지경이었으니까.  

사실 나는 두 개의 정당에 당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원래는 민노당원이었는데, 진보신당으로 쪼개겨나갈때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당강령을 보면 진보신당 쪽으로 내 성향이 조금 더 기울긴 하지만, 사실 탈퇴하고 재가입하고 할 정도로 의욕적이진 않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지지부진한 상태로 몇 년을 지내다가 작년에 지방선거를 하고 나서는 민노당을 탈퇴하고 진보신당에 가입하려고 했다. 노회찬을 지지하고 싶었달까, 미안함을 이렇게라도 갚아보려는 맘에서였을까. 아무튼 탈퇴든 가입이든 일단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팩스를 보내야 처리가 된다고 했다. 근데, 게을러터진 내가 탈퇴&가입 신청서를 인쇄해서는 그 즉시로 팩스로 처리했을리는 만무하고, 역시나 책상에 일 주일, 이 주일 뒹굴어 다니다가 그냥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웃긴 건 팩스를 안 보내니 탈퇴는 안 되던데, 가입은 되더라는 것. ^^ 그래서 어쩌다보니 두 정당에 가입해 있는 꼴이 됐다. 이런 모습이 왠지 줏대없는 사람처럼 보여 스스로도 좀 민망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나같은 사람에게는 민노당이든 진보신당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다. 그들에겐 하나로 갈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지언정 나에겐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는다는 거다. 아니 그것보다는 연대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훨씬 많이 보인거다. 비록 당원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당비 내는 것으로 땡!인 그런 소극적인 당원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진보 쪽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러니 당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볼 이유가 있는 거다. 차이가 아닌 같은 점에 집중하기.  

오늘 '오마이뉴스'를 보니 책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실제적으로도 활발하게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부디 좋은 결실을 맺기를.  

물론, '집권'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또 다시 허무하게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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