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점심 때쯤 슬슬 일어나 가벼운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양말을 빨아 잘 짜 널어놓고 햇빛 창가에서 차를 마셔보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걷자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걷자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채찍을 든 도깨비같은 시뻘건 아저씨가 눈을 부라려도 

아, 적어도 나는 이제 뭐라 안해.  

아, 그저 잠시  앉았다 가면 돼.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장기하와 얼굴들, 느리게 걷자> 

 

주문처럼 되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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