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오고 아직까지 몸이 찌뿌둥둥 편두통은 아직도 깨끗하게 가시지 않고, 엄마 맘도 모른체 오늘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면서 느적느적대는 아들래미앞에서 "엄마가 정말 아침나다 너무 스트레스야. 맨날 이렇게 지각할까바 전전긍긍해야 하니?"라고 화내다가 미안해져서, 1분후엔 그냥 지각해버리자, 라고 맘을 비웠다.  

이렇게 회사를 왔고, 여전히 찌뿌둥한 몸상태. 근데 국장님이 "파티션 너머로 '00아, 잠깐 보자"라신다. 팀장님이 휴가셔서 나한테 뭘 전달하시려는건가 싶어서 갔더니.  

'어디 아프니?얼굴이 안 좋네?'로 시작하셔서 어제 퇴근할 때, 호 데리고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봤는데 힘들어보여서 안스러웠다고. 몸 아프면 쉬라고. 이런 저런 얘기 끝에 호가 놀이치료 다닌다는 얘기도 하게 되고.... 국장님 아들램 키웠던 얘기도 해주시고. 되려 위로를 받고 왔다. 물론, 일거리도 하나 던져받고. =.=;; 

국장님, 그간 날 보시며 항상 애한테 참 잘하고 다니는 회사 후배가 있다며, 친구랑 가족들한테도 얘기하시곤 했다며. 나같은 아이는 아이를 많이 낳아야 된다며 그런 얘기까지 했다며. 항상 밝게 잘 해내가는 내가 부러웠다고. 하신다. 뭐 일부러 치켜세우는 그런 분은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겉으로 그렇게 보였다는게 조금 웃겼지만. 국장님, 그러신다. 너는 아니라고해도 겉으로 그렇게 보인다는 건 너가 그렇다는 얘기야. 그것도 믿고 호도 믿어. 그러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가 건강해야 된다. 고.   

고마웠다. 상사란 항상 100% 좋은 부분만 볼 수는 없지만, 그 분의 완벽주의와 조급증과 소심함에는 우리도 가끔 혀를 내두르지만, 저렇게 또 면면 신경써가면서 공감해주고 격려해주기 때문에 그런 답답할 순간에조차도 거세게 반항!할 수가 없다.  

어쨌든 한시간 반동안 얘기하면서 어느새 편두통이 없어졌고, 예전엔 그런게 자신만만했던 내가 요즘 조금 샐쭉하니 풀죽어 있었던 것 같은데 힘이 됐다. 믿어야지. 남들에게 그렇게 보인다면 그런거다. 라고. 그리고 우리 아들도.   

기분 좋은 금요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ince 2007, 당신의 알라딘 머그컵을 자랑해주세요!

 회사에 오면 일단 다방커피 한 잔이 정신을 맑게  해주지요.  항상 곁에 있는 녀석들입니다. 길  고 넓직해서 고만큼 커피 마시다간 사망할 것같은 큼직한 머그컵은 양치+기타용품의 홀더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넓직한 손잡이와 튼튼함 그리고 이쁜 초록색의 평범한 서체를 뽐내시는..아마도? 젤 오래된 든든한 놈이에요.  

작년 것인가요? 빨강 모자털은 앞에 앉은 후배녀석에게 넘겨줬죠. 따뜻한 느낌이 좋긴하지만, 너무 알라딘티가 안 나서 조금 아쉬워요. 제가 아침마다 커피를 타 마시는 건 요 하양이 머그에요. 무엇보다 need something? read something! 이 카피가 맘에 들어요.  흐.  

연말에 받는 작은 기쁨 알라딘 머그컵...! 

한가한 사무실서 찍어올려봅니다. 무려! 처음으로 이런 이벤트에 참가해본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동안 휴식이 없었다는 것.  생각해보니 전투처럼 하루하루를 지내왔다는 것. 그에 대한 보상으로 책을 읽었고, 내가 하고픈 거라고 하면서 대충 위로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지쳤었고 아이도 지쳤을텐데.   

어느 분이 그랬다. 요즘엔 책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읽지 않지만 일상에서 더 많이 배웁니다. 그 글만 보고도 맘이 편해졌었는데, 그런 높은 경지에 까지는 못 이르더라도, 책을 내려놓고 내 시간을 얻어내려 동동거리지 않으니 정말 놀랍게도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씻기고 밥 먹고를 다 해야, 내가 할 일은 다 해내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저녁도 서두르고 씻는 것도 서두르고 아이 이름을 불러대며 '빨리빨리'만 외쳤댔다는 걸 깨달았다. 아침에는 아침대로 회사에 늦을까 전전긍긍. 밥 먹이고 옷 입혀 보내느라 '빨리빨리'하라며 동동거리고. 아이에게도 힘들었을 것 같다. 밖으로 표출하는 아이와 그냥 담아두는 아이가 있을텐데 예민하고 여린 우리 호는 아마도 속에 담아두고 엄마 손잡고 아침마다 8시면 집을 나섰겠지.  

그래서 요즘에는 책읽는 게 뭐 그리 대수냐. 아예 들지를 말자고 책은 손에도 안 들고 있고... 저녁밥 좀 늦게 먹고 늦게 자면 어떠냐. 퇴근하고도 그냥 저냥 아이들과 잠시 쉰다. 애들이 부를 때 '엄마, 쌀씻고 있잖아." "좀만 기다려줄래, 이것만 넣어놓고."이런 말들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골이지도 못한 내가. 엄마 말마따나 니가 애 둘 데리고 그래도 그러고 회사 댕기는 거 보니 용하네. 라더니. 용한게 아니고, 엄청 힘들었던 것 같다.  

새삼 나에게 쉼표가 없었다는 거, 두 집안 다 지방이라 어디 기댈 때 하나 없이 남편이랑 둘이서만 애 둘을 온전히 맡았다는 게 안스러워진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하루라도 온전히 몸이 쉴 수 있었으면 조금은 수월했을텐데.   

요즘엔 힘든 나를 인정하고, 위로해주고, 아이와 같이 쉬려고 한다... 소중한 아이를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이쁜아이들을. 나의 마음도 한 번 더 쓰다듬으며. 10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모모를 읽으면서 "존재의 세가지 비밀"의 아이들이 조금 겹쳤다. 자기 앞에 놓인 생을 너무도 냉정하게 파악하고, 그러면서 그냥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는 모습. 그래서 슬펐다. 엉엉.....로자 아줌마에게 가 닿은 애정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모를 보면서 맘이 아프다.  

또 하나, 이 책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것인데 그래서 책 내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당연히 일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한 그의 해명은 죽기 전에 그가 직접 쓴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짧은 글에 담겨 있다. 자기 등짝에 붙여진 '어떠 어떠한 작가'라는 꼬리표가 너무 싫었다는 그. 그래서 그 틀안에서 더 이상 무언가를 쓰고 싶지 않았다는 그. 어디 작가뿐이랴. 이제까지 살아온 나말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인식되고 싶은 욕구인들 누군든 없으랴. 여러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가인 경우에야 더 심하겠지.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그런 틀안에서가 아닌 순수한 창작의 열정으로 써보고 싶은 욕구, 이전의 나라는 타이틀을 없애고 써보고 싶은 욕구인들 누구에게나 있는 것 아닐까. 동일한 사람이 쓴 작품을 다른 이름으로 출간했을 때 비평가들이 '예리하게도' 그 두 작품을 동일인이 썼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리라는 걸 그렇게 확신했다는데, 그런 장난기와 조롱이 무척 맘에 들었다.  

다시, 그로 칼랭을 집어 들었다가, 아니... 책을 읽고 난 내 감정도 좀 숙성시키자.싶 어서 잠시 쉴란다. 여운이 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마리 앙뚜와네트의 '마지막 길'을 읽었다. 눈물이 났다. 한 나라의 왕비였다가 저잣거리의 구경꾼으로 전락해버린 여자. 기요틴의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고 싶었던 그의 심정이 너무 절절하게 이해가 되는 거다.  

어릴 적 만화책으로, 만화영화로 꽤 많이 나왔던 이야기들인데, 난 어떨땐 동년배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공유하는 그런 경험을 아예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도 그런 경우. 하여, 내가 갖고 있던 그녀에 대한 이해라고는 '빵을 달라' '빵없으면 고기나 우유를 먹으면 되지'라는 오만방자하고 낭비벽에 빠진 현실감없는 프랑스의 어느 왕비의 이미지 정도였다. 사실, 많은 글들이 그런 에피소드들에 기대어 재미위주로 그녀의 이미지를 부당?하게 왜곡시킨 것도 일정부분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츠바이크는 마리 앙뚜와네트들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인 의미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조연으로서가 아니라, 마리 앙뚜와네트를 주연으로 해서 한 인간을 삶을 조명한다. 저자 후기에서 그 스스로 말하듯, 이 책은 여기저기서 넘쳐나던 너무나 과장되고 저자의 의도대로 편협하게 치우친 마리 앙뚜와네트의 이야기들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인간에 집중한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역사라면 겁먹을만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편하게 읽어봄직 하지 않는가? 

말하자면, 왕비의 자리에 마땅치 않은 평범한 기질로 태어난 아이가 환경의 영향으로 어떻게 이렇게 큰 비극으로 치닫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어머니, 남편 또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녀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하가는지. 사실, 시련이 닥치고서야 그녀는 성숙한다. 기요틴에서 목숨을 잃던 해가 38세가 되던 해라면.... 아, 그녀는 정말 얼마나 파란만장한 삶을 산 것인가.     

그래서 트리아농에서 흥청망청 철없이 즐기기만 해대며 진정어린 조언자들을 물리치던 그 때만 빼놓고는 내심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군중심리, 대중이라는 익명성에 숨겨져서 함께 행동해버리는 인민의 악마적인 힘을 보면서 씁쓸했다. 왕과 왕비까지 모두 기요틴으로 사라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혁명가들도 결국엔 같은 길을 가게 되니까.   

마리 앙투와네트를 편들게 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재능에 또 한번 감탄. 츠바이크의 글은 항상 별 다섯개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트랑 2012-04-24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어볼까하고 검색한 후
리뷰를 살펴보다가 북큭콤님의 리뷰를 발견하게되었습니다.
쩜 반갑~^^

서른 여덟의 나이라니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도 꼭 읽어볼 것입니다 북큭콤님~

북극곰 2012-04-25 13: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메일 확인하러 갔다가 알라딘에 댓글이 떳단 소리에 와 봤습니다.
츠바이크가 쓴 책들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는 사람 같습니다. 실망하지 않을실 거에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