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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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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나는 대학을 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누구나 그럴 듯한 학교를 나오고, 그럴 듯한 직장을 얻고, 그럴 듯한 차를 굴리고, 그럴 듯한 여자를 얻고, 그럴 듯한 집에서 사는... 그럴 듯한 인간이 되고 싶은 시절이었다. 그럴 듯한 인간은 많아도 그런, 인간이 드문 이유도... 그럴 듯한 여자는 많지만 그런, 그녀가 드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럴 듯한 것은 결코 그런, 것이 될 수 없지만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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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개인적, 경제적, 사회적인 모든 상황들을 떠올려 볼 때, 역시 '지난하다'는 표현 외엔 딱히 떠오르지가 않아요. 특히 올해는 유명을 달리한 유명인들이 많아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욱 암울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전 세계인들에게 추모의 대상이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장례식을 생중계로 지켜 보며 눈물을 흘렸지요. 누구나의 죽음이 그렇듯이 시간이 흘러 잊어가던 중에 영화 속에서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등장한 영상물이고, 공연의 총감독이 감독이 된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을 통해서죠. 이미 막을 내린 영화지만 그 감동이 고스란히 마음에 남아 기록해 봅니다.   



영화는 당초 7월부터 50일간 월드 투어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디스 이즈 잇'의 리허설 장면들을 보여 줍니다. 언뜻 특정 줄거리가 없어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들어봤을 그의 주옥같은 곡들이 흘러 추억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실제로 공연 되었더라면 적어도 근년 내 가장 인상적인 공연으로 남겨졌을 것이란 확신이 들 정도로 퍼포먼스가 훌륭했기 때문에.   

세포 하나 하나, 뼈마디 한 조각까지 음악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은 열정과 인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분명 리허설인데도 본 공연만큼이나 열정적인 그를 보면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음은 물론입니다. (업무적으론 '이래서 리허설이 필요하다'는 말이 어찌나 와닿던지.) 흔히 '인생을 한 편의 공연같다'고 비유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편의 성공적인 본 공연을 위해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잖아요. 언젠가는 성공한 사업가, 부자가 되길 바라며 '고작 일상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살아갑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고작' 리허설만으로도 감동을 만들어 낼 줄 아는 그를 통해 잃어버린 열정을 상기하게 됩니다. 온갖 추문들이 있다 해도 결국 마이클 잭슨의 음악 인생은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DVD로 나온다면 단숨에 구입해 하루 종일 돌려 보거나 많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네요. 그럼 조금씩은 힘을 얻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업으로 돌아와, 지금 조금 더 열정을 얻고 싶다면 <다시 가슴이 뜨거져워라>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아나운서보다 여행작가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는 손미나 씨의 아르헨티나 여행기입니다. 책의 성격은 일본 여행기인 <태양의 여행자>보다는 처녀작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녀의 스페인어권 문화에 대한 기본 소양과 관심이 글 속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옵니다. 특히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호기심에 호응하고 도전하는 '손미나'이기에 가능한 일화들이 무척 재미있게 읽히고, 우연히 만난 탱고 춤을 추는 한국인 남자의 사연은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과연 저를 이해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말씀드리죠. 저는 전라도 광주에서 살고 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어느 날,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꼭 와보고 싶던 남미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 달 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와서 지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정말 볼 것도 많고 재미난 곳인데 제 눈에는 단 한 가지밖에 들어오지를 않았습니다. 그건 모두 탱고에 관한 것들이었죠. 무엇보다 탱고 음악에 완전히 매료된 채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다른 구경은 하지도 않고 탱고 연주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또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그는 뚫어지게 커피 잔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제 인생은 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일도 할 수가 없었고 친구들도 만나기가 싫었고 오로지 탱고에 관한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그 어떤 말로도 당시 저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잘 설명한다 해도 이해할 사람이 없을 거구요. 그래서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되었죠. 이상한 얘기 같지만 여행 전의 제 삶은 모두 의미를 잃었습니다. 진짜 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다 비로소 저의 인생을 찾은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말씀드렸습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그는 결국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가 '카를로스'라는 이름으로 탱고에 바치는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결정적인 무언가를 만난 것 자체가 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그러한 것을 놓치지 않고 선택해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에 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행복을 의미하는 파랑새는 우리 주변에 있다고 하죠.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날이 바로 오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고 하네요. 너무 멀리 가지 마시고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훈훈하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일상이 보다 풍요로워지길 역시 바라며 저도 파랑새를 쫓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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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제주도는 처음이었다. 돌아보면 몇 차례쯤 여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히 취소되는 바람에 인연이 없구나 여겼었다. 그러다가 지난 8월의 어느날 훌쩍 제주 땅을 밟게 됐다. 급조한 여름 휴가를 위해 준비한 왕복 티켓 한 장 손에 들고 제주공항에 내려선 것이다. 공항 출구를 빠져나온 순간부터 미아가 된 기분이었지만 야자수 이파리 위로 보이는 높고 푸른 하늘만 봐도 걱정은 금새 사라져 버렸다. 렌트할 차가 있네 없네 실랑이 끝에 찾아낸 무려 98년식 렌터카에 몸을 싣고 나니 스슬 배까지 고파질 지경이었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지도와 가이드북을 펼쳐 놓고 가고 싶은 곳을 손에 꼽아 봤다. 큰 욕심 부리지 말자는 애초 각오와 달리 금릉 해수욕장, 테디 베어 박물관, 제주올레, 만장굴, 한라산 등 아름다운 관광지가 줄줄이 눈에 들어왔다. 예정된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론 결코 소화할 수 없는 코스였기에 눈물을 머금고 꼭 가고 싶은 곳만 엄선해 돌아 보았다.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느낀 아쉬움이 컸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취향 탓인지 기억에 남는 곳들은 대부분 아래와 같이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들이라 한편 안도하는 마음도 든다.    



-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듯 앤티크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한림공원



-끝없이 펼쳐지는 차밭과 차를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오설록 녹차 박물관 



 -이중섭 거주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이중섭이 살았던 옛 집. 화가 이중섭은 평남 평원 출생이나 생활고와 함께 평생 각지를 유랑하며 살았다. 제주도에 보존돼 있는 '이중섭 거주지' 역시 떠도는 삶 중 1951년 한 해 가량 세들어 살았던 집터이다. 이 곳이 애틋하게 와닿는 까닭은 그 다음해 그의 아내가 두 아이와 함께 도일(渡日)하기 전 마지막 행복을 누렸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기껏 두 명이 누워도 부대낄 것 같은 좁은 방을 파라다이스처럼 여겼던 그의 처지와 이 후 그에게 닥친 불운을 생각해 보면 가슴 한 켠이 절로 먹먹해 질 수밖에 없다. 김춘수 시인은 '이중섭'을 주제로 연작시를 여러 개 짓기도 했는데 내가 가장 잘 기억하는 시는 '내가 만난 이중섭'이다.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한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김춘수, '내가 만난 이중섭' 전문 

 여러모로 넉넉한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라 부족함에 고생도 많았다. 그래도 각종 싱싱한 회를 끼니 때마다 챙겨 먹고 맑은 하늘과 바다에 눈을 씻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진작 가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떠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비록 올레길을 타박타박 걸어보지 못하고 한라산 정상에 올라서지도 못했지만 조만간(?) 있을 다음 여행을 기약해 본다. '마을 어귀까지의 작은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처럼 아기자기한 경치가 골목마다 가득한 제주도를 떠올리면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설레여 온다.    

 

Part. 2 

제주도 여행에 고마운 도움을 받았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대략적인 코스를 정하고 주요 관광지 정보를 얻는데 요긴했던 책은 <제주도 비밀코스여행>입니다. 서울에서 잡지 기자로 일하다 제주도에 내려가 2년간 생활한 지은이가 들려주는 정보가 풍부한데다 감수성까지 엿볼 수 있어 더없이 좋았습니다. <낭만 제주>의 경우 여행에세이의 성격이 강해 가이드로 삼기 보단 여행지별 분위기를 참고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간혹 찾고 싶은 음식점 정보도 있었는데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라 찾기가 쉽지는 않았네요. 아마 저같은 분들보단 제주도 여행에 익숙한 분들이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반면 <스타일 제주>는 여행을 다녀와서 만나게 된 책인데 스파, 갤러리 등 독특하고 세련된 장소 소개가 많아 눈길이 갑니다. 특히 챕터 말미마다 실린 여행의 팁은 여자분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겠네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실전에 활용해 보진 못했지만 제주 올레 길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고만 싶어집니다. 제주도는 가을 여행의 매력도 크다고 하니, 아직 여행 전이신 분들은 제주도를 방문해 보세요! 후회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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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품절


고양이도 인간과 똑같이 지구의 생명체로 태어나 같은 지층 연대를 살아가고 있다. 고양이는 외계의 생명도 마녀의 동물도 아는 존재로 그저 우리 곁에 살아갈 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하필 전 세계에서 길고양이가 가장 천대받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는 것. 한국이란 곳에서 길고양이는 늘 두려움과 불안, 배고픔으로 떨고 있다. 사실 길고양이의 세계를 알기 전까지 나 또한 고양이가 두려움에 떨고 있든 말든 그냥 무관심했었다. 녀석들을 적으로 여기지도, 친구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녀석들이 한국이란 곳에서, 더구나 도심이란 공간에서 얼마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며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 32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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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벽지도, 커튼도, 가구도, 방 모양도 처음 보는 것들이다. 내 방이 아니다.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오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서울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심지어는,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김승옥 단편소설의 한 장면과 같이, 눈을 떠 보니 내 코는 방 벽에 바싹 닿아 있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살펴보니 과연 낯선 곳이었다. 잠결에서 깨어 '아, 난 여행을 떠나왔지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하고 깨닫는 순간까지 몇 초가 더 흐른다. 짧지만 막연한 시간이다 

...... 

낯선 여행지에서 낮에 잠들었다가 눈을 뜬다는 것. 그건 어떤 여행지의 특별한 곳을 찾아가 보고, 감동하는 것만큼 독특한 설렘이 있는 일이다. 그냥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것일 뿐이지만, 그렇게 눈을 뜨면 다시 처음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처음부터 다시 솟는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내가 깨어난 그 곳,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된다. 나만의 시간을 사랑하게 된다. 그동안의 나쁜 기억, 힘든 기억은 모두 잊고 머리속은 텅 비워진다. 그 안에 뭔가 더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채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낮잠」중에서

휴일의 공원에서 책을 펴놓고 앉아 몇 번이나 '맞아, 맞아'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는지 모릅니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어림도 없을 낯선 여행지에서의 낮잠은 물론이고 여행을 일상으로 만드는 작은 카페, 공원, 헌책방, 동물원 가기도 그렇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챙기기까지...개인적으로 꿈꾸는 여행과 가까워 즐겁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획일적이지 않고 보통의 여행과 달리 느릿 느릿한 여행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였습니다.   

수 년간의 여행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낸 이우일씨의 <좋은 여행>. 단편으로 이뤄진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에피소드 속에 드러나는 그만의 여행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자의 특권을 남발하지 않고, 비록 실수로 벌어진 일이긴 하나 아홉 시간의 낡은 기차 여행을 불만없이 받아들인 그의 가족을 보며 여행자가 지녀야할 낙천적인 자세의 미덕을 배워 봅니다.  

키득키득 웃다보면 캄보디아 여행기에 이르게 되는데 제3세계 국가를 여행하며 겪는 고민까지 드러납니다. 캄보디아의 소수민족이 문명의 이기에 전통을 내어주고 빈민처럼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삶은 내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그. 그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나도 우리도 행복해져야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 방식을 찾는 날 역시 머지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여행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라는 타이틀을 부제로 달고 있는 책, <희망을 여행하라>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생소한 개념인 '공정여행'은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그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이라고 합니다. 

만약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여전히 세상을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은 단 14명뿐이다. 그중 8명은 유럽인이고, 2.8명은 아시아와 호주사람이고 나머지 2.2명은 북미(미국, 캐나다)인이며 마지막 남은 1명이 아프리카와 남아케리카, 그리고 중동이라는 거대한 세 지역을 모두 합한 한 사람이다.  
만약 한 대륙의 인구가 100명이라면 서유럽인 69명이 여행하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은 1~2명이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지구촌을 살아가는 나머지 86명의 사람에게 여행이란 평생을 두고 갈망하는 이룰 수 없는 소원 같은 것이었다.  
...... 
만약 우리가 쓰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그 중 40만 원은 비행기에, 그 중 20만 원은 여행사에 나머지 20만 원은 우리가 머무는 호텔에서 먹고 마시고 쓰는 수입품을 들여오기 위해 다시 1세계로 흘러가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머무는 숙소가 다국적 호텔이나 리조트라면 우리의 여행이 떠나기 전 모든 비용을 여행사에 지불한 패키지여행이라면 현지에 남는 돈은 더욱 작고 미미해지는 것이다.  
투어리즘 컨선은 우리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를 여행할 때 여행에서 쓰는 돈 중 70~85%는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현지의 공동체에 돌아가는 것은 단지 1~2% 뿐이라 했다.
                                                                                                                                         -「여는 글」중에서

쉽게 풀이하자면 여행으로 얻는 혜택을 그 지역에 다시 환원하고 나보다 남을 위한 배려를 우선한다는 개념이 아닐까요. 지금도 지구상 곳곳에서는 관광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원주민의 거주지와 생업을 뺏고 리조트와 사파리 여행지로 변모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개발된 관광지는 여행자들로 붐비겠지만 정작 관광으로 인해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은 다국적 호텔이나 여행사로 향하게 됩니다. 원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역할은 일용직 노동자, 객실 청소부, 단순 노무직 또는 수공예품 생산자가 고작입니다. 실제로 히말라야에서는 빈곤한 이들이 고산병에 시달리며 하루 300루피(약 5천원)의 돈을 벌기 위해 때로 목숨을 걸고 트레킹의 포터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행지에서 사용하거나 보는 것, 얻는 것 등 많은 일들을 현지인에게 빚지고 있지만 여행자가 관광산업의 구조를 훤하게 알지 못하는 한, 현지인에게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간 볼 수 없었던 관광산업의 부조리한 이면을 알려주는 한편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이라는 측면에서 여행의 새로운 면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여행자가 다양한 여행 방법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공정여행의 방법으로 1년에 네 차례 바다를 가르며 지구의 환경, 인권, 빈곤문제 등을 배우는 피스보트라는 일본의 NGO를 소개하고, 국경을 넘는 배움을 가르치는 제천 간디학교를 예로 들기도 합니다. 여행서이면서 인문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네요.

'공정여행'이 너무 어려워 보인다구요? 부족함은 제 소개의 모자람으로 생각하시고, 책에 실린 아주 쉬운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6.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출판사에서 마련한 도움의 기회도 있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공정여행의 첫 발을 내딛어 보세요.



여전히 '좋은 여행'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확실한 답을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휴식과 재충전' 같은 답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에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공정여행'이 보다 보편적인 여행 방식이 되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좋은 여행'을 찾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다 보면 세계 곳곳에서 지금보다 훨씬 자주 희망을 보게 되리라는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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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0127 2009-07-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이 찡그리고 있는데 내가 즐거울 수 없듯이 공정여행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휴가마저도 바쁘고 정신없이 다녀야 한다면 그건 진짜 휴가가 아니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알라딘가정/여행/좋은부모MD조현정 2009-07-06 17:46   좋아요 0 | URL
네, 휴가만큼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대하면 좋겠어요.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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