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토요일 오전.
7시 반에 어무이가 전화로 깨우셨다. 나한테가 아니라 동생에게 얘기하신다는 걸 깜빡하신거다.
으.... 간만의 휴일인데 ㅜ.ㅜ
동생이 방에 들어와 나간다고 인사하며 다시 한번 완전히 잠을 달아나게 했고,
페이퍼 하나 쓰고, 청소하고, 팀장님이 주신 토마토 소스로 파스타 만들어 아침으로 먹고(아침부터 파스타, 나쁘지 않다. 양송이만 넣고 만들었더니 담백했다) 회사 디자이너랑 통화하고 시네코아에서 하는 <보이지 않는 물결>을 보기로 결정.
02. 그녀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랑 영화보고 다시 회사로 컴백해야 한단다. 다음달 있을 클래식 공연 포스터 작업 중인데, 시안을 3개나 만들었는데도 도무지 자기 맘에도 안들고 괴롭단다. 어쨌든 주말 동안 달려서 담주 초에는 최종안이 나와야 하니까...
<보이지 않는 물결> 상영관을 채운 사람은 대략 30여명 정도. 펙엔 감독이 욕심을 과하게 부린 걸까? 다국적 프로젝트라 부담이 컸던걸까? 지루한 동어반복. 이거 곧 내려가겠네.
03. 영화를 보고 청계천을 따라 을지로로 걸어가 <을지면옥>에서 냉면을 먹었다.
언제 먹어도 좋은 냉면~ I Love It!!오랜만에 을지로와 충무로, 종로의 구석구석 숨어있는 허름한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먹는재미. 을지면옥도 좋지만 살짝 달콤한 신사면옥이 내 입맛에는 더 좋은걸.^^
04. 일요일 오전.
대학원 친구들끼리 에릭 쿠의 <내 곁에 있어줘>를 보기로 했다. 동시에 지난주 생일이었던 친구 생일모임도...
오늘도 7시반에 일어나 9시에 집을 나섰다(출근모드냐? ㅡ.ㅡ).
시네큐브 10시 40분 영화로 예매한 L양. 으이구!
일요일 조조영환데 자리가 꽉 찼다. 상영시작된지도 꽤 되었는데...
괜찮은 영화라는 것만 듣고 아무 정보도 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 .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저 눈에서 줄줄 눈물이 흘러내렸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랑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절망하다 어둠의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이에게 건네진 따뜻한 손과 주름지고 무심한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에 와닿은 무엇때문인지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주아주 오래랜만에 (진부한 표현이지만)사랑과 삶과 그리고 나에 대해 괜찮아, 괜찮아 하고 끝없는 위로를 해주는 영화를 만났다. 그 위로가 정말 가슴벅차게, 크게 다가오는...
이 말로 다할 수 없는 표현의 한계 ㅠ.ㅠ
에릭 쿠라는 감독, 오 정말 대단하다. 값진 발견이다.
05. 영화를 보고 눈물을 훔치며 극장을 나왔다. 나처럼 코를 팽팽 풀며 울진 않았지만 친구들 역시 감동의 코멘트.
<아지오>에서 점심을 먹었다. 두달 만에 보는 친구들. 서른살, 싱글. 모니카같은 깔끔쟁이 L양과 샬럿같은 우아한 레이디 C양, 그리고 나.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결혼에 대한 혹은 선에 대한 전면전을 펼치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다독이며 연대를 모색한다(전투력 향상이냐? ㅡ.ㅡ).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곤하는 회사생활에 대해서도.
06.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식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카레라이스를 오랜만에 만들었다. 새우와 양송이, 감자와 양파, S&B 고형카레. 음식만들기의 희열과 놀라움은 그것이 갖고 있는 놀라운 창조력과 그것으로 전해질 수 있는 온기때문인 것 같다. 알수 없는 뿌듯함을 동반하는... <내 곁에 있어줘>에서 보여준 음식으로 아픔을 치유한다는 메타포 때문인 것 같다. 어설프게 나도 따라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