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띠지 사랑

 

띠지에 책에 관한 정보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보(홍보)글이 꽤 괜찮을 때가 있어요. 또 글이 그냥 그렇더라도 나름 출판 당시 책을 어떻게 홍보하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에 저는 될 수 있으면 보관합니다.

보관하는 방법은 앞 뒤 두 군데에 적힌 글들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하여 띠지를 두 개로 잘라 책갈피로 씁니다. 가름끈이 있을 경우도 있지만 가끔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거기다가 이 책갈피를 꽂아두지요. 음... 아무래도 사진과 함께 얘기하면 좋겠네요. (여기까지 썼다가 먼 댓글로 다시 씁니다) 

 

제가 얼마전에 샀던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매우 두꺼운 책이고, 어려운 책입니다. 배달을 받고 보니 하얀 띠지가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띠지가 있는 상태를 이미 만들어 버린 책갈피로 재현해본 것입니다.

 

 

 

 

 

 

 

저는 자주 읽을 것 같은 책은 사진과 같이 비닐로 포장을 하는데요. 띠지가 있으면 그것 그대로 포장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이 띠지를 책갈피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 글이 적힌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가위로 깔끔하게 잘라 책갈피 두 개를 마련했습니다. 꼭 책갈피로 쓰지 않더라도 비닐 안쪽에 넣어두고 띠지에 무슨 글이 적혀있었는지 나중에라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게다가 어떤 경우는 띠지에 있는 정보가 책에는 없는 일이 있어서(책값, 번역자·편저자 정보 등) 띠지를 버리면 난감할 때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깔끔하게 보관하면서 활용도 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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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7-2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저도 책갈피용으로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책갈피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의지와 표상으로.... 요거 ... 어려운 책을... -_-

돌궐 2015-07-28 13:57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는 버리기도 했었는데, 스승님 옛날 책을 빌려보다가 띠지와 구입 당시 가격표까지 고이 모셔두신 걸 보고는 아 이것도 정보가 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그 다음부턴 저도 띠지를 거의 버리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cyrus 2015-07-2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를 잘라서 책갈피를 만들 수 있군요.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방법인데 저 같은 책 청결주의자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ㅎㅎㅎ

돌궐 2015-07-28 19:55   좋아요 0 | URL
띠지의 물리적 기능을 훼손하고 변형하는 무식한 방법이죠. 띠지의 글자가 없는 빈 공간을 잘라낼 때 외과의사가 종양을 잘라내듯이 깔끔하게 망설이지 말고 해야합니다.ㅋㅋㅋ

양철나무꾼 2015-07-2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원형 그대로 보관하자는 주의예요. 띠지는 원래 위치에 테잎으로 고정시켜 줍니다, ㅋ~.

근데 말이죠, 비닐로 북 커버 하신거예요?
완전 꼼꼼하시군요!

돌궐 2015-07-29 10:48   좋아요 0 | URL
책 읽다가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가끔 비닐로 쌀 때가 있어요. 다 이렇게 하는 건 아니고요.^^

transient-guest 2015-08-2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글을 보고서 띠지를 버리지 않고 오려서 책갈피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돌궐 2015-09-05 06:29   좋아요 0 | URL
띠지로 만든 책갈피가 서점에서 홍보용으로 막 주는 것보다 훨씬 좋은 거 같아요.ㅎㅎ
 

논어 양화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子曰 "唯女子與小人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

자왈 "유여자여소인위난양야, 근지즉불손, 원지즉원"

 

읽어보았던 네 가지 번역본에서 이 구절과 그에 대한 해설을 각각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성백효, <논어집주>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女子와 小人은 기르기가 어려우니, 가까이 하면 불손하고 멀리 하면 원망한다."

- 此小人은 亦謂僕隸下人也라 君子之於臣妾에 莊以涖之하고 慈以畜之면 則無二者之患矣라.

- 여기에서 말한 小人은 또한 僕隸와 下人을 말한다. 君子(爲政者)가 臣妾에게 장엄함으로써 임하고 자애로써 기르면 이 두 가지의 병폐가 없을 것이다. (359)

 

김원중, <논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여자와 소인은 돌보기 어렵다. 그들은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326-327)

 

이을호, <한글논어>

선생 "아무래도 계집애와 심부름꾼은 취급하기가 곤란해. 가까이하면 멋대로 하고, 멀리 하면 투덜거리거든."

- 소인과 여자를 동일시한 공자의 여성관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봉건시대에 있어서의 여자란 학식의 정도가 천박하여 소인과 동일시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한 의미로서의 일반론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88)

 

신창호, <한글논어>

공자가 말하였다.

"시녀나 하인은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친근하게 대하면 공손하지 않고, 소원하게 대하면 원망한다."

-이 구문의 앞부분은 흔히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로 풀이된다. 그럴 경우, 일반적인 부녀자나 서민을 다루기 어렵고 사람답게 기르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공자는 정상적인 여성이나 서민을 비하하거나 경시하지 않았다. 『주역』의 여러 기록을 보아도 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차원에서 짝으로 이해하였고, 서민은 지도자의 짝이었다. 이 구분은 여자 하인과 남자 하인의 특성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428-429)

 

이 부분 번역이나 해설을 보면 네 권 책들의 특성이 그대로 보여 재미있다.

성백효 <현토완역 논어집주>는 한자가 병기되어 조금 어렵지만, 한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환영받는 책이다. 김원중 <논어>는 매우 간결하고 원문에 충실하다. 이 부분은 각주도 없다. 원문에서 더 나아가는 해석은 읽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 이을호 <한글논어>는 현장감 있는 한글 번역이 특징이다. 해설도 경우에 따라서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 신창호 <한글논어>에서는 이 구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자를 변호하였다. 여자를 '시녀'로 소인을 '하인'으로 풀이하였다.

 

이렇듯 고전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는 것이다. 한두 번 읽었다고 다 읽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다른 동양고전들도 이런 식으로 읽어나갈 생각을 하니 조금 막막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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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7-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창호의 <한글논어>는 말씀처럼 너무 공자를 변호한 것 같군요
아무리 성인이라도 신이 아닌 다음에야 인간이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돌궐 2015-07-20 13:09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논어에 이것 말고도 얼마든지 명구절이 많은데, 굳이 이런 지엽적인 예문을 든 게 맘에 걸리긴 합니다. 신창호 <한글논어>에 나온 설명으로 원전의 의미가 좀더 명확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한 번 정도는 읽어볼 만 합니다.

cyrus 2015-07-20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문을 공부하려는 목적에서 성백효 논어를 샀는데, 제대로 책을 펴보지 않아서 그냥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았어요. 가끔 그 책을 판 게 후회가 들어요. 다시 관심이 생기면 재구입을 해야겠어요.

돌궐 2015-07-20 22:27   좋아요 0 | URL
저도 성백효 논어는 다 못 읽었어요. 옛날에 읽다가 조용히 덮어두었었죠.ㅎㅎ
 
논어 (양장) -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4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간결한 번역과 충실한 각주로 진짜 고전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의역이 거의 없이 직역 위주로 쓰여져서 의미 파악이 어려운 구절도 가끔 있었지만, 주석을 읽고 정 막힐 때는 다른 논어도 참고하면서 계속 읽어나가니까 어느 순간 문득 ˝그렇지, 과연 그래˝ 하며 무릎을 탁하고 치는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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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7-2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성백효는 현토가 이상해서 말이죠, ㅋ~.
좌파논어가 발상이 신선하고 전 좋았어요. 김원중은 돌궐님 말씀처럼 너무 직역 위주라서 어떤 땐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친구가 논어징을 본다는데 것도 보고싶고, 요즘 유행하는 한글 사서 시리즈도 보고 그렇답니다~^^
님은 깨달음으로 무릎을 치시는데 전 읽지 않은 책을 끌어앉고 있어서 무릎이 나갈것 같아요, ㅋ~.

돌궐 2015-07-20 08:43   좋아요 0 | URL
좌파논어 궁금하네요. 무릎을 치는 구절들도 있었지만 동의하기 힘든 구절, 맘에 안 드는 구절도 있었습니다. 저는 공자 제자 중에서 자로가 정이 가더라구요. 비록 공자한테 야단은 많이 맞았지만요.^^
 
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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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쉽게 풀이한 논어라고 할 수 있다. `군자`는 `참된사람`으로 `인`은 `열린마음` 등으로 해석하여 원전에 나오는 막연한 명칭을 그때그때 문맥에 맞게 적절하게 풀어 썼다. 어떤 구절은 오히려 직역보다 뛰어난 번역을 보여준다. 성백효나 김원중 논어와 비교해 가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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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쌍계사 진감선사 비문 중에서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어제 중고매장에서 산 책을 보다가 이 글이 나와서 반가웠다.

 

허왕실귀 선난후획 채옥자불탄곤구지준 탐주자불사여학지심

虛往實歸, 先難後獲, 亦猶采玉者不憚崑丘之峻, 探珠者不辭驪壑之深.

 

빈 채로 떠나 돌아올 때는 채워서 오고자 하고, 어려운 일을 먼저 한 뒤에 수확을 얻으려 하니,

옥을 캐는 사람이 곤륜산이 험준하다고 해서 꺼리지 않고, 진주를 찾는 사람이 흑룡이 사는 바다 속이 깊다고 해서 피하지 않는 것과 같다. 

- 번역문은 최치원, <새벽에 홀로 깨어> 119쪽에서 인용.

 

진감선사탑비는 최치원의 '사산비명' 중 하나이다. 한창 들판으로 돌아다니던 시절 이 탑비를 탁본한 적이 있었다. 비문은 최치원이 짓고 직접 글씨까지 썼다. 종이 위에 드러나는 그의 글씨는 카랑카랑하면서도 유려하였다.

나는 그 때 탁봉을 두드리며 최치원의 붓끝을 만났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경내에 피었던 매화도 좋았고, 탁본을 마치고 먹었던 섬진강의 재첩국도 맛있었다.

 

진감 혜소는 소림사에서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었고, 범패의 대가가 되어 신라에 돌아왔다. 스님은 고난 끝에 옥과 여의주를 얻어온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곤륜산과 여학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 너머에 있다는 옥과 여의주도 찾지 못하였다. 

위의 구절을 따로 집자한 이미지가 어딘가 있을 텐데 찾지 못했다. '최치원'이란 글씨를 찍은 사진만 겨우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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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7-1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곤륜산이라...곤륜산은 엔날 김용 소설 속에서 줄창 보던 산이었는데...무당파와 곤륜파의 아지트가 되는 산이라는 것으로만 기억되는 산입니다..ㅎㅎ

근데, 여학이 뭘까요?? 하지 못한 공부?? 어떤 학문?? 잘 감을 못잡겠습니다만...저런 책도 있군요!
번역된 시가가 운치 있습니다~

돌궐 2015-07-19 06:48   좋아요 0 | URL
아.. 여학(驪壑)도 곤륜산처럼 지명이라고 하네요. 번역문에는 `흑룡이 사는 바다 속`으로 되어 있는데. 아주 깊은 골짜기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아직도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회한을 어제 술 처먹고 적은 겁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