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양화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子曰 "唯女子與小人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
자왈 "유여자여소인위난양야, 근지즉불손, 원지즉원"
읽어보았던 네 가지 번역본에서 이 구절과 그에 대한 해설을 각각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성백효, <논어집주>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女子와 小人은 기르기가 어려우니, 가까이 하면 불손하고 멀리 하면 원망한다."
- 此小人은 亦謂僕隸下人也라 君子之於臣妾에 莊以涖之하고 慈以畜之면 則無二者之患矣라.
- 여기에서 말한 小人은 또한 僕隸와 下人을 말한다. 君子(爲政者)가 臣妾에게 장엄함으로써 임하고 자애로써 기르면 이 두 가지의 병폐가 없을 것이다. (359)
김원중, <논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여자와 소인은 돌보기 어렵다. 그들은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326-327)
이을호, <한글논어>
선생 "아무래도 계집애와 심부름꾼은 취급하기가 곤란해. 가까이하면 멋대로 하고, 멀리 하면 투덜거리거든."
- 소인과 여자를 동일시한 공자의 여성관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봉건시대에 있어서의 여자란 학식의 정도가 천박하여 소인과 동일시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한 의미로서의 일반론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88)
신창호, <한글논어>
공자가 말하였다.
"시녀나 하인은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친근하게 대하면 공손하지 않고, 소원하게 대하면 원망한다."
-이 구문의 앞부분은 흔히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로 풀이된다. 그럴 경우, 일반적인 부녀자나 서민을 다루기 어렵고 사람답게 기르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공자는 정상적인 여성이나 서민을 비하하거나 경시하지 않았다. 『주역』의 여러 기록을 보아도 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차원에서 짝으로 이해하였고, 서민은 지도자의 짝이었다. 이 구분은 여자 하인과 남자 하인의 특성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428-429)
이 부분 번역이나 해설을 보면 네 권 책들의 특성이 그대로 보여 재미있다.
성백효 <현토완역 논어집주>는 한자가 병기되어 조금 어렵지만, 한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환영받는 책이다. 김원중 <논어>는 매우 간결하고 원문에 충실하다. 이 부분은 각주도 없다. 원문에서 더 나아가는 해석은 읽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 이을호 <한글논어>는 현장감 있는 한글 번역이 특징이다. 해설도 경우에 따라서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 신창호 <한글논어>에서는 이 구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자를 변호하였다. 여자를 '시녀'로 소인을 '하인'으로 풀이하였다.
이렇듯 고전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는 것이다. 한두 번 읽었다고 다 읽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다른 동양고전들도 이런 식으로 읽어나갈 생각을 하니 조금 막막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