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습한 날씨가 될 것 같아 향수를 뿌리고 나왔다.
버버리 위크엔드 포 맨.
남성용이지만 오렌지 계열의 향이라 여자가 써도 잘 어울린다.
나에게는 깔끔하게 느껴지는 향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종종 뿌려본다.
지금도 괜히 손목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중.

꽤 오래 전 어느 광고의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맞나?)라는
카피가 아니라도 향은 꽤 강한 인상을 남긴다.
스쳐지나간 사람에게서 좋은 향이 나면 괜히 돌아보게 되고
밀폐된 공간에 향수를 퍼부은 사람이 타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렇게 향수를 뿌린 날은 나를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좋은 느낌을 가졌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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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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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정말 강렬하고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그로테스크>를 통해 처음으로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을 접한 덕분에 그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너무 어둡고 습하고 끈적끈적하고...
불쾌할 정도의 그 음습함 때문에 <그로테스크>는 읽다가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이후 황금가지에서 <아임 소리 마마>를 시작으로 <아웃> <암보스 문도스> <잔학기> 등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호기심이 동했지만 손을 댈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고만 있었는데
다른 분의 추천 때문에 용기를 내어 <아웃>을 구입하게 되었다.

도시락공장의 야간반에서 일하는 4명의 주부 파트타이머들에게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박과 여자에 미처 집 마련을 위해 모아둔 돈을 모두 써버린 남편을 둔 야요이,
반항적인 딸과 거동 못하는 시어버니 병수발에 끼여 꼼짝도 못하는 책임감 강한 요시에,
계획없는 소비 생활로 엄청난 빚을 지고도 여전히 허영심 많은 구니코,
한겹 벽을 두른듯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이성적인 마사코.
일이 끝난 후 모여 수다를 떨 정도로 친밀했던 이들의 관계는
야요이가 남편을 돌발적으로 죽이면서 기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야요이는 마사코에게 도움을 청하고 마사코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러겠다'고 답한다.
마사코가 생각한 방법은 야요이 남편의 시체를 해체해서 작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몰래 버리는 것.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 마사코는 돈을 미끼로 요시에를 끌어들이고,
때마침 돈을 빌리기 위해 찾아온 구니코까지 가세한다.
그러나 시체가 발견되지 않게 하려던 마사코의 신중한 계획은
겁 많고 게으른 구니코가 쓰레기봉투를 공원에 아무렇게나 버리면서 무너진다.

이 뒤에 따라올 아수라장에 대해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4명의 여자들은 불안에 떨다가, 안심했다가 또 뜻밖의 순간을 만나기도 하는 등
물 위에 더 있는 나뭇잎처럼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작가는 그들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호락호락 봐주지도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숨겨진 추한 모습을 바닥까지 드러내며 조금씩 변해간다.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글에 몰두하는 바람에
결국 새벽 4시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달콤한 환상이나 희망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어둡고 씁쓸한 글이지만
인간적으로 느껴지기에 매력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리노 나쓰오는 꽤나 취향을 타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기존에 읽었던 그의 작품에 실망했던(?) 사람이라도 <아웃>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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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6-2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 강추하는 작품입니다^^

보석 2007-06-25 09:21   좋아요 0 | URL
덕분에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사 때문에 책을 정리하면서
또 한편으론 새 책을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
무소유는 나와는 멀고 먼 단어.


덧1:
요며칠 칵테일 때문에 웹서핑을 하다 '레서피'라는 단어를 자주 보았다.
'레시피'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정확한 단어가 따로 있는데
난데없는 '레서피'는 어디서 나온 단어일까?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어서 네이버 국어사전으로 확인해보았다.
(참조: http://krdic.naver.com/detail.nhn?kind=newword&docid=2884)

덧2:
인터넷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 역시 몇 가지 버전이 있다.
처음 이 단어가 쓰일 때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많이 표기했지만
현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의견이다.
자주 보이는 유사품으로 '오블레스 노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제' 등등이 있다.
낯선 두 단어의 결합인데다 둘 다 발음이 어려워서 이런 일이 있는 것 같다.
(참조: http://100.naver.com/100.nhn?docid=759644)

덧3:
네이버 사전 만세!(저 네이버 직원 아니에요)
100%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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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2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샌 한국말인데도 못알아 듣는 말이 있다는;;;

보석 2007-06-2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을 하다 보면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코스모폴리탄

하이드님 글을 보고 기억난 칵테일 하나.
불행히도 술에 조애가 깊지 않아 이름은 잊었지만;;;
(섹스온더비치나 오르가슴 같은 이름이었으면 절대 안 잊었을 것을)

지난번에 괌에 갔을 때 들렀던 바에서 우연히 시킨 칵테일이었는데 맛있었어요.
재료는 민트잎(생으로), 라임, 시럽, 소다, 바카디.
긴 잔에 민트잎과 라임, 시럽을 넣고 나무막대로 으깬다.
거기에 바카디와 소다를 넣고 섞는다.
라임의 새콤한 맛과 민트의 시원한 향, 시럽의 달콤함이 어우러져서
저처럼 술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칵테일이었습니다.

꽤 마음에 들어서 바텐더에게 서툰 영어로 만드는 법을 물었더니
바텐더가 웃으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주더군요.
다만 도저히 발음을 못 알아들어서...
(민트를 '민~'이라고 발음하니 제가 어떻게 알아듣겠어요ㅡ_ㅜ)
2번을 말해도 제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더니
아예 재료를 하나씩 보여주면서 눈 앞에서 만들어주더군요.
그래서 제조법을 확실하게 알게되었지요.(정확한 분량은 모르지만)

아쉬운 것은 라임을 구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고
말리지 않은 생 민트잎은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 건지 짐작도 안 된다는 것.
(꽃집에 가서 화분을 사는 게 빠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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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6-2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히-토네요. 헤밍웨이의 술이에요. 쿠바의 술이구요. 제 서재 어딘가에 사진도 있는데,

보석 2007-06-2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_+ 찾아보겠습니다. 이름이 계속 궁금했어요.
 

책욕심이 많아서 한번 내 손에 들어온 책은 취향이든 아니든 놓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게 해서 나날이 책은 불어가고...

조만간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책정리를 시작했다.
헌책방에도 좀 가져다주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이긴 하지만 마음을 비우니 의외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제법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도 티가 안 난다는 거.
어쩌면 좋냐규~~~~!
이사짐 센터 아저씨가 젤 싫어하는 게 책이라던데..ㅜ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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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6-2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삿짐 아저씨가 이해하실걸요??
책 나눠주기 쉽지 않던데 잘하셨네요..^^&

보석 2007-06-20 13:11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그래주셔야 할 텐데... 좀더 열심히 정리를 해야겠어요.

물만두 2007-06-2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이사도 못가요 ㅜ.ㅜ

보석 2007-06-20 13:13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의 화려한 책장을 떠올려보니 확실히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책 싸는 데만도 1주일은 걸릴듯. 그냥 지금 집에 정을 붙이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