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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블랜디시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7
제임스 해들리 체이스 지음, 이태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잔혹한 약육강식 먹이가 된 여체
아름다운 포획물을 놓고 벌이는 처절한 쟁탈전
사디즘과 마조히즘, 폭력이 난무하는 냉혹무비한 갱의 세계를 보라!'
이상은 이 책의 띠지에 쓰인 문구이다.
뒤쪽을 봐도 하드보일드의 기법과 진수를 드러낸 역사적 문제작이라는
자극적이고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이다.
책을 읽고난 내 감상을 말하자면....
포장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일단 메인 카피에는 잔혹한 약육강식'의'가 빠졌다.
조사 하나가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얼마나 느낌이 다른지.
아름다운 포획물이라는 건 유괴의 대상이 된 부자집 딸 미스 블랜디시인 것 같은데
그래, 그녀가 하고 나온 고가의 진주 목걸이 때문에 그녀가 유괴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 때문에 유괴범들이 미묘한 다툼을 벌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디즘과 마조히즘, 폭력이 난무하는 갱의 세계는 과장이다.
이 문구를 쓴 사람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정확한 의미는 알고
저 단어를 쓴 것인지, 단순히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실제 초판에서는 꽤 과격한 묘사나 설정이 많았는데
너무 잔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라 그런 부분을 상당부분 수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 위의 문구는 일종의 거짓말이 아닌가.
자극적인 문구로 독자를 유혹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 좋을 텐데 이건 명확히 말해 기만행위이다.
얼결에 유괴를 하게 된 별볼일 없는 악당들,
그들보다 한수 위의 갱단, 폭력적인 경찰들....
옛날 흑백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이고,
소설 자체는 흥미진진하게 잘 읽혔다.
그렇지만 출판사의 과도한 선전은 독자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동서문화사의 추리소설을 꾸준히 사고 있기 때문에
이 책도 고민 없이 구입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띠지를 보니 살짝 불쾌하다.
저런 자극적인 띠지 문구를 고민할 시간에 교정이나 열심히 봐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