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워치 - 하 밀리언셀러 클럽 27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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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는 '반지의 제왕'을 누른 판타지라는 등의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띠지 문구에 반신반의했다.
그간 유명 소설의 후광을 이용하려는 광고카피에 속은 게 한두번이라야지.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읽으면서 속으로 '심봤다'를 외쳤다.
독특했고...또 재미있었다.

여러 나라의 판타지를 읽다보면 확실히 나라마다 특색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판타지는 미국 판타지대로, 일본 판타지는 일본 판타지대로.
문제는 그 나라마다의 특색이 과연 나-대한민국 평범한 독자-의 기호에
맞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껏 겪은 바에 의하면 외국 판타지는 묘하게 우리 정서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너무 무겁고 진지하거나...너무 가볍거나.....또는 묘하게 거슬리거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유명하고 자국에서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나이트 워치'는 그런 면에서 꽤 한국 정서에 잘 맞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성격도 그렇지만 세계관이나 설정도 친근하고 매력적이다.
주인공인 안톤을 비롯해 그의 상사인 보리스나 올가, 안톤의 운명의 상대 스베틀라나...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도 모두 개성적이고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까놓고 말하자면 매우 대중적인 소설이다.
나 역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아쉬운 점은 넓은 세계관과 많은 등장인물에 비해 분량이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공을 비롯한 중심인물 몇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 설명이 부족하다.
(꽤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은데 아쉬운 일이다)
또 이건 내 이해력 부족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의 결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지..

이 책은 나이트, 데이, 더스트의 3부작 시리즈라고 하고,
책 뒤의 설명에는 출판사에서 나머지도 출간하겠다고 하는데
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빠른 시일 내에 출간되면 좋겠다.

심각하고 무게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너무
대중적이고 가볍다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어하는 일반적인 독자라면 아마
열의 여덟은 이 책을 재미있다 느낄 것이다.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판타지를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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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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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는 추천을 받고 읽게 되었다.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읽게 되어 처음에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정통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사회소설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종의 르포 형식을 빌린 이 소설은
고가의 호화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책은 저자-또는 리포터-의 시점에서 일관되게 진행된다.
떠들썩했던 사건이 모두 종결된 이후에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을 하나하나
인터뷰하는 형식을 빌어서 사건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얽혀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밝힌다.
'사건 발생-범인 추리-범인 밝히기'의 일반적인 형식과 다르다고 하겠다.
'재미있는 소설' 그것도 추리소설이라는 말에
일반적인 형식에서 매우 흥미진진하고 치밀한 추리소설을 읽으리라
기대했던 나에게는 다소 의외의 책이었다.
기대와 달라 초반엔 약간 지루한 느낌도 있었는데
뒤로 가면서 점점 흥미를 더했다.

'왜' 그 사람은 그때 그런 행동을 했는가,
'왜' 그런 일이 생겼나.
사건도 현실적이고 이야기의 형식 자체도 무척 현실적이어서
실제로 소설이 아니라 실제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초반에 독자를 위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다는 것만 빼면
뒤로 가면서 점점 재미있어지는 글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출판사에도 약간의 불만이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보통 뒷표지 등에서 책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이 책 뒷표지에는 일본 작가의 해설과 번역자의 글에서 발췌한 짧은 글이 전부이다.
그나마 일본 작가의 해설 발췌문은 나았지만
번역자의 글에서 발췌한 글에는 '현대 일본의 빛과 어둠을 드러내고,
사회와 인간을 폭넓게 그린 발자크적인 작업'이라는
한국말은 한국말인데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고 명확한 의미의 전달도 되지 않는
이상한 말만 나온다.
만약 저자나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들었을 때,
단순히 서점에 서서 책을 훑어보는 정도로 알 수 있는 정보만으로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고
흥미를 느껴 구매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글은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냐고 묻는다면..그건 좀 애매할 것 같다.
추리소설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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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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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제목을 보고 고양이가 뭔가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물론...고양이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긴 하지만
거창하게 제목에서 다루어질 만큼은 아니라고 여겨지거든요.
다른 리뷰를 봐도 그렇고 책 뒤의 해설을 봐도 그렇고,
작가의 초기작이고 오래된 소설이라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은 실망의 지름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런저런 점을 감안하고 생각하면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 귀여운 작품입니다.
탐정인 두 남매의 느낌도 그렇고 분위기가 아기자기해서
와! 하는 감탄이 나오는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고전 소설들이 이렇게 뒤늦게라도 하나씩 번역되는 건 저의 즐거움이고요.
저자의 첫 추리소설을 정식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가진 의의 중 하나겠지요.
전 남매가 등장하는 다른 소설들도 궁금하지만..아마 보긴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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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블랜디시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7
제임스 해들리 체이스 지음, 이태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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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약육강식 먹이가 된 여체
아름다운 포획물을 놓고 벌이는 처절한 쟁탈전
사디즘과 마조히즘, 폭력이 난무하는 냉혹무비한 갱의 세계를 보라!'

이상은 이 책의 띠지에 쓰인 문구이다.
뒤쪽을 봐도 하드보일드의 기법과 진수를 드러낸 역사적 문제작이라는
자극적이고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이다.

책을 읽고난 내 감상을 말하자면....
포장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일단 메인 카피에는 잔혹한 약육강식'의'가 빠졌다.
조사 하나가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얼마나 느낌이 다른지.

아름다운 포획물이라는 건 유괴의 대상이 된 부자집 딸 미스 블랜디시인 것 같은데
그래, 그녀가 하고 나온 고가의 진주 목걸이 때문에 그녀가 유괴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 때문에 유괴범들이 미묘한 다툼을 벌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디즘과 마조히즘, 폭력이 난무하는 갱의 세계는 과장이다.
이 문구를 쓴 사람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정확한 의미는 알고
저 단어를 쓴 것인지, 단순히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실제 초판에서는 꽤 과격한 묘사나 설정이 많았는데
너무 잔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라 그런 부분을 상당부분 수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 위의 문구는 일종의 거짓말이 아닌가.
자극적인 문구로 독자를 유혹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 좋을 텐데 이건 명확히 말해 기만행위이다.

얼결에 유괴를 하게 된 별볼일 없는 악당들,
그들보다 한수 위의 갱단, 폭력적인 경찰들....
옛날 흑백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이고,
소설 자체는 흥미진진하게 잘 읽혔다.
그렇지만 출판사의 과도한 선전은 독자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동서문화사의 추리소설을 꾸준히 사고 있기 때문에
이 책도 고민 없이 구입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띠지를 보니 살짝 불쾌하다.

저런 자극적인 띠지 문구를 고민할 시간에 교정이나 열심히 봐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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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이블 블랙 캣(Black Cat) 5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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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과 첫 도입부만을 봤을 때는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3가지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더욱 감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캠핑카를 타고 떠도는 야영족의 아이인 울피의 가족과 그 주변사람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낸시,
셴스테드 지방의 사람들.
각기 3가지 시점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면서 진행됩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각 인물들이 하나의 줄거리를 가지고 교차진행되어
초반에 몰입이 어렵지만 한번 관계도가 이해되면 책 읽기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책의 말미까지 정말 뒷장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습니다.
아쉬운 건마지막에 가서 뒷심이 좀 부족하다는 겁니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숨가쁘게 몰아가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린 느낌이랄까요.
줄곧 팽팽하던 긴장감이 마지막에 너무 어이없이 무너져서 아쉬웠습니다.
너무 급하게 마무리하느라 허술하단 기분도 들고요.

결말부분도 앞처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정말 최고였을 것 같습니다.
줄곧 궁금증을 자아내던 낸시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와 삼촌인 레오의 이야기나
범행의 동기나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마무리가 좀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긴장감 있고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낸시와 그녀의 조부인 제임스, 그의 변호사 마크의 이야기도 좋았고,
셴스테드 마을 사람들, 특히 흠잡기 좋아하는 두 부인의 말로도 재미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울피를 둘러싼 야영족들의 이야기는 약간 아쉬운 감이 있고요.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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