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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들여다볼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소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 속에 숨은 사소한(?) 미스터리를 밝힌다는 컨셉에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을 했다.
비슷한 컨셉을 내세운 책들에 실망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표지마저 지나치게 소녀풍-한때 유행했던 귀여니류의 인터넷소설류-이라
더더욱 의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책소개에 끌렸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보 편집장이 된 와카타케 나나미는
사보에 재미있는 단편소설을 실으라는 지시를 받고 선배에게 글을 청탁한다.
부탁을 받은 선배는 자신이 직접 글을 쓰는 대신
주변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해설한다는 친한 친구를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연재를 수락한다.
이런 배경으로 1달에 한편씩 1년분,
즉 그 달에 맞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12편의 단편이 소개된다.
(각 소설 앞에는 그 달의 사보목차도 있다)
12편의 소설은 책의 제목처럼 '미스터리한 이야기'이다.
방화사건의 진범 알아내기부터 동네 야구단의 스파이 찾기,
거래처 직원의 딸 이름 맞추기, 사라진 그림 찾기,
쇼핑중독자의 비밀, 초콜릿 가게에서 본 이상한 여자 등등.
추리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지만 괴담에 가까운 것도 2편 정도 된다.
넓은 의미에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외의 결말이란 점에서 '귀신'을,
미스 마플을 연상하게 하는 사소하지만 낭만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밸런타인? 밸런타인'을 꼽고 싶다.
1년간의 연재가 끝난 후 와카타케 나나미는 드디어 익명의 작가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1년간 소설을 보며 알아낸 비밀을 밝힌다.
이렇게 12편의 소설을 모두 아우르는 큰 줄거리가 별도로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나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책을 읽었는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지 생각하며
꼼꼼하게 이 책을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힌트를 주자면 당신이 미심쩍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바로 답이라는 것이다.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 여긴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괜히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니었다)
맛있는 과자로 가득찬 종합선물세트를 갑자기 선물받은 느낌의 책이었다.
오래간만에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고.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역자의 말처럼 일본어 특유의 말장난이 제법 나오는데
한국어로는 표현이 안 된다는 점이다.
(눈에 눈이 들어가면 눈물인가 눈물인가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정도일까?)
읽으면 좋을 사람: 소소한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격렬한 소설 대신 잔잔한 소설이 읽고 싶은 사람,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사람
읽으면 실망할 사람: 스케일이 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미스터리라면 시체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치밀한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