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지 시리즈가 하드보일드라고 분류할 수 있는 책들 중에서는 괜찮다..고 하면
너무 야박한가?아니다, 그쪽에도 생각해보면 괜찮은 것도 있었다.
<위철리 여자>도 괜찮았고 또 뭐 있더라....이놈의 기억력.
분명 몇 권이 더 있었는데.
동서 미스터리 목록을 다시 한번 뒤져야 할 모양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유명한 레이몬드 챈들러 시리즈도 넘기는 맛이 참으로 깔깔했고,
마이크 해머 시리즈는 코를 쥐어잡고 억지로 삼켰다.
그래, 내게 하드보일드란 장르는 그랬다.
어찌 되었건 도통 취향이 아닌 거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철저히 남성독자를 타겟으로 한 장르라는 것.
남성의 로망을 바탕으로 모든 스토리가 진행되다보니
하드보일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성녀와 악녀 딱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남성인 탐정이 코트깃을 세우고 고뇌에 차 어두운 밤거리를 걷고
뒷골목 바에서 바텐더와 농담을 주고받고 한 잔 술에 인생을 논할 때
여성들은 탐정의 눈빛 한번에 순정을 맹세하거나, 그를 이용하려다 오히려 사랑에 빠진다.
탐정은 아름다운 여자들의 육체를 탐하는 데 결코 주저함이 없고,
총과 주먹, 자신만의 정의를 믿고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
탐정은 결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아, 훌륭해라.

....

어떤 것을 좋다, 싫다로 구분하는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하드보일드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번번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어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음, 그럴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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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6-1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챈들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이고, 챈들러의 모든 책을 여러 버젼으로 가지고 있어요. 로스 맥도널드 좋지요. (그의 책에선 여자는 항상 희생자이거나 범인) 개빈 라이얼의 심야플러스 원의 그 후까시도 전 좋아해요. 에 또, 딕 프랜시스라던가, 존 딕슨 카라던가( 동서미스테리 덕을 많이 봤지요 ^^)
요즘이야 일본추리소설이 하도 많이 나오니, 그 쪽으로 쏠리는데, 하드보일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에요.

하이드 2007-06-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이크 해머 시리즈는 하드보일드라기보다 트래쉬죠.( 딱히 비하해서가 아니라, 말그대로 쓰레기;;)

보석 2007-06-1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감스럽게도 전 챈들러마저 썩 와닿지 않더란 말이죠.ㅜ_ㅜ 하드보일드 특유의 문체나 구성,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제 취향이 아닌가봐요.
 

한때 돈을 겁~나게 잡아먹는 취미에 몰두한 적이 있다.
돈 많이 주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배짱이었는지.
한 2년 돈을 퍼붓고 나니 처음의 열기가 거짓말인 것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론 그 열기가 그냥 확 사라진 건 아니었다.
조금씩 조금씩, 활활 타오르던 불이 꺼지는 것처럼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가끔 나 여깄어 하듯 반짝 다시 타오르기도 했고.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간 지금, 이제 완전히 발을 빼도 될 만큼 열기는 사라졌다.
관련된 글을 봐도, 사람들을 만나도 처음의 감정은 살아나지 않는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가?


덧:
완전히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들지만 미련 50%,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 40%, 우유부단함 10% 때문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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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19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취미였을까요? :)

보석 2007-06-20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덜트적인 취미였다..고만 힌트를.^^;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들여다볼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소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 속에 숨은 사소한(?) 미스터리를 밝힌다는 컨셉에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을 했다.
비슷한 컨셉을 내세운 책들에 실망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표지마저 지나치게 소녀풍-한때 유행했던 귀여니류의 인터넷소설류-이라
더더욱 의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책소개에 끌렸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보 편집장이 된 와카타케 나나미는
사보에 재미있는 단편소설을 실으라는 지시를 받고 선배에게 글을 청탁한다.
부탁을 받은 선배는 자신이 직접 글을 쓰는 대신
주변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해설한다는 친한 친구를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연재를 수락한다.

이런 배경으로 1달에 한편씩 1년분,
즉 그 달에 맞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12편의 단편이 소개된다.
(각 소설 앞에는 그 달의 사보목차도 있다)
12편의 소설은 책의 제목처럼 '미스터리한 이야기'이다.
방화사건의 진범 알아내기부터 동네 야구단의 스파이 찾기,
거래처 직원의 딸 이름 맞추기, 사라진 그림 찾기,
쇼핑중독자의 비밀, 초콜릿 가게에서 본 이상한 여자 등등.
추리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지만 괴담에 가까운 것도 2편 정도 된다.
넓은 의미에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외의 결말이란 점에서 '귀신'을,
미스 마플을 연상하게 하는 사소하지만 낭만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밸런타인? 밸런타인'을 꼽고 싶다.

1년간의 연재가 끝난 후 와카타케 나나미는 드디어 익명의 작가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1년간 소설을 보며 알아낸 비밀을 밝힌다.
이렇게 12편의 소설을 모두 아우르는 큰 줄거리가 별도로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나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책을 읽었는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지 생각하며
꼼꼼하게 이 책을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힌트를 주자면 당신이 미심쩍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바로 답이라는 것이다.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 여긴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괜히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니었다)

맛있는 과자로 가득찬 종합선물세트를 갑자기 선물받은 느낌의 책이었다.
오래간만에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고.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역자의 말처럼 일본어 특유의 말장난이 제법 나오는데
한국어로는 표현이 안 된다는 점이다.
(눈에 눈이 들어가면 눈물인가 눈물인가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정도일까?)

읽으면 좋을 사람: 소소한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격렬한 소설 대신 잔잔한 소설이 읽고 싶은 사람,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사람
읽으면 실망할 사람: 스케일이 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미스터리라면 시체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치밀한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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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 2007-09-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고맙습니다; 좋은 책 알게되었어요.

보석 2007-09-13 00:51   좋아요 0 | URL
잔재미가 있는 책이지요.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주위에 책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서로 빌려주고 빌리는 사이라면 금상첨화.

옆자리 대리가 책을 좋아한다.
나도 책을 좋아한다.
요즘 서로 책 빌려주고 빌려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이성이었다면 뭔가 연애의 싹이 틀지도 모르지만
동성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쉬운 상황?
그래도 사고 싶었지만 망설였다던가,
미처 몰랐던 좋은 책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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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열심히 책을 읽었다.
약속도 없었고 신기하게 게임도 손에 잡히지 않고,
덕분에 근래 보기 드물게 집중해서 여러 권의 책을 독파했다.
기쁜 것은, 그래도 아직 읽을 책이 남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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