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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 ㅣ 탐사와 산책 2
김석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예술적 기질이나 심미안적 안목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림이나 음악과는 달리 여행을 떠나 낯선 도시를 거닐고 사진이나 화보 속의 건축물들을 보고는 쉽게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젖어드는 경험들은 많았다. 건축이라는 것이 역사적인 영향도 짙게 베어있지만, 설계자의 예술적인 조형으로서의 구현물이자 사회화된 예술이라 생각하는 탓에 비전공자이지만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차에 '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은 20세기의 굵직한 세계적 건축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개괄서로서 비전공자라도 많이 들어봄직한 가우디, 코르뷔지에, 미스 등의 건축가들을 많은 건축화보와 함께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자연스레 건축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 적절하리라 생각했다.
처음 이 책을 쥐었을 때는 비전공자이지만 건축, 도시계획 등에 관심을 가진 독자로서 걸출한 건축가들의 건축물과 생애, 이론적 바탕에 대한 내용을 편한 수필의 형태로 읽어봄직한 책이라 여겼는데 막상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얻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무척 실망을 하였다. 생애를 다룬 전기물도 아니고, 건축물에 대해 파헤친 전문서도 아니고, 그들의 설계에 대한 이론적 바탕을 심도있게 설명하는 이론서도 아니어서 말 그대로 건축을 놓고 빙 둘러보는 '산책'의 수준이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산책'이라 하더라도 산책을 유도하는 가이드의 역할에 따라 미적 안목을 키워줄 수 있는 산책이 될 수도 있고, 그저 건물 주위를 둘러보는 산책이 될 수도 있을터인데 나의 여력이 부족한 탓인지 딱히 어디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건축가별로 잡지에 기고한 내용들을 엮어 만든 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각 건축가의 위대함에 대한 표현이 다소 반복되는 듯한 문장으로 인해 오히려 각각의 차이를 혼동스럽게 한 면도 있지않나 싶다.
스스로 20세기 건축 전체를 꽤뚫는 안목이 부족하여 느끼는 아쉬움이라 생각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