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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의 경제학 / 류동민
한겨레
» 류동민/충남대 교수·경제학
어떻게 조사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외국 학술지에 실린 어느 논문에서 경제학자의 97%가 자유무역 이론을 지지한다는 보고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 주위에 있는 경제학자들 중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확히 말해 지금과 같은 형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이들이 더 많으니 아무래도 그들이 바로 경제학을 잘못 배운(?) 그 3%에 속하는 모양이다.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경제적 논란거리를 넘어 찬성이나 반대 어느 한편에 반드시 줄서도록 강요하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는 분신 노동자에 대한 언론의 보도자세조차 극명하게 두 편으로 갈리는 상황이 아닌가? 어차피 그런 것이 사회과학 이론의 운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각종 경제이론은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여 이리저리 동원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현재와 같은 정치적 구도 때문에라도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이른바 국익 우선이라는 담론의 허구적 성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한국팀이 미국팀에 두 골 내주더라도 세 골 넣으면 3:2로 이겨서 16강에 올라가는 에이(A)매치 축구경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사실 경제학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굳이 국익을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 자유무역은 정의상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자유무역은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가? 찬성론자들이 전가의 보도로 꺼내는 소비자 잉여라는 개념 때문이다. 쉽게 말해 담배자판기 안에 국산 담배뿐만 아니라 미국 담배도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행복해지는 것이고, 그 미국 담배의 값이 내릴수록 행복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주장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찬성하는 쪽 신문들에 요 며칠 사이 실리고 있는 계몽적인 기사들, 예컨대 “몇 백 만원이나 싸진 포드자동차를 살까 말까?”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2010년 김 과장의 하루’ 따위의 기사에서 강조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경제현상을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구도로 나누어 설명함으로써 현실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가가 임금을 비용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자본가의 입장에 설 때 노동자는 이미 소비자가 아니다. 반면 노동자를 고용하여 생산한 상품을 팔아야 하는 생산자의 입장에 서게 되면 노동자는 매우 중요한 소비자가 된다. 그러므로 자본가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은 최대한 싸게 노동력을 조달하는 것이고,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은 그 노동력의 소유자들이 많은 임금을 받아서, 즉 높은 구매력을 가지고 내 상품을 사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마르크스나 케인스가 강조한 딜레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그 소비자가 어느 산업의 어떤 노동자냐라는 정체성과 함께 비로소 구체화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김 과장이 포드자동차 구입 여부를 고민하기 전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 약간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의 야유처럼, 정말 소비자 잉여가 목표라면 우리나라가 모든 나라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즉각 다 철폐하면 된다(<프레시안> 4월2일치).

사실 97%의 경제학자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몇 가지 추상적이고 순수한 가정 하에서 성립하는 비교우위론의 논리적 정합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과서 속에서 추상화된 이론을 한국 대 미국이라는 현실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알고 한다면 기만이고 모르고 한다면 어리석음이다.

류동민/충남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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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Magnum의 창립멤버인 Robert Capa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의 책 "Slightly Out of Focus"와 Magnum 사진집을 통해 본 여러 참전 사진을 새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내 눈에 띈 것은 Capa의 긴장감 넘치고 인간의 희비가 엇갈린 참전 사진들보다 아주 평안해 보이는 몇몇 인물사진이 더 시선을 끌었다. 

그래서 어두컴컴한 전시장 안에서 마음먹은대로.... 그 사진을 훔쳐왔다. 내 카메라에. 역시 인간은 어두운 곳에 있으면 나쁜 마음을 먹나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입구 : Capa 사진전 포스터를 쳐다보는 나의 모델들
나는 종종 이런 연출된 포즈를 요구한다. 사진값 안받는 대신. 모델들은 빨리 찍으라 승질이다.

2차대전 참전시 부상당한 헤밍웨이
헤밍웨이와 Capa는 진보적인 지식인들마저 전장으로 뛰어가게 한 스페인내전부터도 알고지낸 사이로 Capa의 책에는 헤밍웨이를 '파파'로 부를 정도로 친밀했었다.

Capa의 연인 : 일레인 파커
엉덩이 까고 있는 사람은 헤밍웨이이고, 환자복을 뒤집어 장난치는 여인이 2차대전시 유럽대륙으로 참전하기 전에 Capa와 교재한 일레인 파커. Capa의 책 속에서 마치 소설속 허구의 여인처럼 느껴졌던 그 여인이 내 눈앞에 실제로 나타났을 때, 나는 이 사진을 보고 한참을 서서 웃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할까... 일레인 파커의 살인적인 미소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을 훔쳐올 수 밖에 없었다.



연설하는 트로츠키
트로츠키가 권력에서 밀려난 이후 극도로 언론공개를 꺼렸다고 한다. 절대 사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데, Capa와 Cartier-Bresson은 비밀스럽게 연설장으로 잠입해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것도 훔쳤다.

 

  사진은 그냥 사진인지라, 배경상황을 알지 못하면 사진을 보는 재미가
  훨씬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그의 사진은 대부분이 참전사진인지라
  더욱 그러하다.

  이 전시회를 가보기 전에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작년에 번역된 그의 책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나
  다른 사료들을 미리 읽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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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2007-04-0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촌 우리군대가는 불쌍한 조카좀 이런데 데리고 가고 하세욧! ㅋㅋㅋㅋㅋ

다락방 2007-04-0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제가 아는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가서 소곤소곤 알려줘야겠어요.
:)

dalpan 2007-04-0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님) 군대가기 전에 너무 좋은 걸 많이 경험하면, 군대가서 당장 때려치우고 싶어지니 참으소서.

다락방님) 별 내용도 아닌데...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술, 야근, 술, 술, 야근, 술, 야근, 술, 술.... 우리의 일상이 고단합니다. 안그렇습니까!!

다락방 2007-04-0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야근, 술, 술, 야근, 술, 야근, 술, 술....

무슨 말씀이신지.. (.. )( '')

프레이야 2007-04-2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 엉덩이 까는 저 여인, 무척 귀엽더군요. 독일병사의 아이를 낳은 삭발녀,
부상당한 딸을 폐허 속에서 안고 나오는 아빠의 입에 물린 담배 한 개피...
모두 인상적인 사진들이 참 많았습니다.

dalpan 2007-04-2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Capa전을 보셨구만요! 전쟁사진은 Capa 책에서 너무 많이 봐서 그랬는지 저는 심드렁하더라구요. 일레인 파커... 졸도할 정도로 귀여웠어요. ㅎㅎ 독일병사 아이를 낳은 삭발녀...그 조리돌리던 장면을 책에서 보고 한참을 멍하게 가슴아파 한 적이 있어요. 그 어떤 처참한 전쟁사진보다 더 처참한 느낌이었어요.
 

‘카파이즘’을 목격하라
‘포토저널리즘의 신화’ 로버트 카파전
한겨레 노형석 기자

바짝 다가가서 찍은 현장 속 20세기 전쟁의 비극 생생
아름답고도 섬뜩한 140여점 5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 전시

»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독일 패망이 눈앞에 다가온 1945년 4월, 미군은 전선의 가장 동쪽인 독일 라이프치히로 쳐들어갔다. 시가전이 벌어졌다. 이곳 고급 저택 테라스에 총좌를 놓고 전투병들을 엄호하던 미군 사수는 독일군 저격병의 총에 머리를 맞고 즉사했다. 이제 곧 집에 돌아간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었을 법한 그가 새빨간 피를 흘리면서 숨진 모습을 헝가리 출신의 거장 로버트 카파(1913~1954)가 찍었다.

사진은 회화적 감동과 섬뜩한 충격을 동시에 내어뱉는다. 바로크 풍 창살이 있는 테라스, 고풍스런 내부 가구, 그냥 넘어진 듯한 미군의 주검,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와 그 핏물 위에 반사된 주변의 풍경이 비친다.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하고, 비참하면서도 인간적인 풍경이다.

 

 

 

 

 

» 스페인 내전 당시 전선에서 돌격하던 공화파 병사의 죽음. 1936년 9월 5일.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저널리즘 사진의 영원한 신화가 된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항상 인간과 문화의 온기가 있다. 이런 요소들이 저널리즘 사진의 속성인 충격적인 고발, 폭로로 매몰되는 것을 막아주었고, 그의 신화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 안에 인간의 문화, 인간의 존엄이 깃들어있었다. 가장 유명한 사진인 <공화파 병사의 죽음>은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전선에서 돌격하려던 그의 친구 병사가 머리에 총알을 맞고 즉사해 쓰러지던 순간을 찍었다. 순교자처럼 팔을 벌리고 약간 찡그렸지만, 어떤 표정이라고 딱히 잡기 어려운 표정, 공허한 하늘, 스페인 거장 고야의 풍경화 배경 같은 황량한 풀숲 속에 쓰러지는 한 순간이 카파의 영원한 앵글에 담겼다.

» 전쟁과 여인.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그의 그림은 낯설게 보면 회화적이며 우아한 비장미마저 풍긴다. 연합군의 파리 해방 뒤 독일군과 결혼해 아이 낳은 아녀자를 조리 돌리는 풍경 사진은 마치 르네상스, 플랑드르 풍속화처럼 다가오지만, 그 사연을 알고보면 인간 비극이 따로 없다. 사진이 세상을 뒤덮는 시대, 그 선봉에서 서막을 열었던 전쟁 사진 장르를 개척하면서 그는 현대 사진사의 새 경지를 개척했다. 평생지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모어와 손잡고 만든 다큐사진가 모임 ‘매그넘’은 지금도 저널 사진 동네에서 지존의 권위를 확보하고 있다.

문외한도 고개를 끄덕이는 거장 카파의 사진들이 한국 전시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한겨레>와 매그넘, 중앙대 공동주최로 29일부터 5월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포토저널리즘의 신화 로버트 카파’전이다. 그가 만든 세계적인 다큐 저널 사진가 집단인 매그넘에서 직접 빌려온 그의 사진작품 140여점이 네가지 범주로 나뉘어져 전시된다. 위에서 소개한 그의 대표작은 물론, 그가 누볐던 20세기 초반의 주요 전쟁 현장이 생생한 스펙터클로 와닿는다.

» 이탈리아 나폴리. 소년 유격대 장례식에서 우는 여인들.1943년 10월 2일.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전시품 외에 카파의 가필 원고와 카파의 저서, 매그넘 전시작품, 대형 포토프린터로 만든 그의 이미지 10여점이 나온다. ‘가장 가까운 현장을 간다, 다른 사람은 달아나도 사진기자는 거꾸로 되돌아간다’는 저널리즘 사진의 본령을 몸소 실천했던 발자취를 눈여겨 볼 수 있는 자리다.

4월4일에는 중앙대 아트센터 극장에서 ‘21세기 카피이즘의 가치와 포토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밖에 31일과 4월14일에는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강재훈(<한겨레> 사진부문 선임기자)씨 등이 강연하는 세미나가 마련된다. (02)514-3983~4.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미국 병사와 영국의 전쟁 고아들. 1943년 초.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 피카소와 그의 아내 프랑수아즈 질.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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