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이즘’을 목격하라 |
‘포토저널리즘의 신화’ 로버트 카파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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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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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다가가서 찍은 현장 속 20세기 전쟁의 비극 생생
아름답고도 섬뜩한 140여점 5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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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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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패망이 눈앞에 다가온 1945년 4월, 미군은 전선의 가장 동쪽인 독일 라이프치히로 쳐들어갔다. 시가전이 벌어졌다. 이곳 고급 저택 테라스에 총좌를 놓고 전투병들을 엄호하던 미군 사수는 독일군 저격병의 총에 머리를 맞고 즉사했다. 이제 곧 집에 돌아간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었을 법한 그가 새빨간 피를 흘리면서 숨진 모습을 헝가리 출신의 거장 로버트 카파(1913~1954)가 찍었다.
사진은 회화적 감동과 섬뜩한 충격을 동시에 내어뱉는다. 바로크 풍 창살이 있는 테라스, 고풍스런 내부 가구, 그냥 넘어진 듯한 미군의 주검,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와 그 핏물 위에 반사된 주변의 풍경이 비친다.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하고, 비참하면서도 인간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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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내전 당시 전선에서 돌격하던 공화파 병사의 죽음. 1936년 9월 5일.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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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사진의 영원한 신화가 된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항상 인간과 문화의 온기가 있다. 이런 요소들이 저널리즘 사진의 속성인 충격적인 고발, 폭로로 매몰되는 것을 막아주었고, 그의 신화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 안에 인간의 문화, 인간의 존엄이 깃들어있었다. 가장 유명한 사진인 <공화파 병사의 죽음>은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전선에서 돌격하려던 그의 친구 병사가 머리에 총알을 맞고 즉사해 쓰러지던 순간을 찍었다. 순교자처럼 팔을 벌리고 약간 찡그렸지만, 어떤 표정이라고 딱히 잡기 어려운 표정, 공허한 하늘, 스페인 거장 고야의 풍경화 배경 같은 황량한 풀숲 속에 쓰러지는 한 순간이 카파의 영원한 앵글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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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여인.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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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낯설게 보면 회화적이며 우아한 비장미마저 풍긴다. 연합군의 파리 해방 뒤 독일군과 결혼해 아이 낳은 아녀자를 조리 돌리는 풍경 사진은 마치 르네상스, 플랑드르 풍속화처럼 다가오지만, 그 사연을 알고보면 인간 비극이 따로 없다. 사진이 세상을 뒤덮는 시대, 그 선봉에서 서막을 열었던 전쟁 사진 장르를 개척하면서 그는 현대 사진사의 새 경지를 개척했다. 평생지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모어와 손잡고 만든 다큐사진가 모임 ‘매그넘’은 지금도 저널 사진 동네에서 지존의 권위를 확보하고 있다.
문외한도 고개를 끄덕이는 거장 카파의 사진들이 한국 전시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한겨레>와 매그넘, 중앙대 공동주최로 29일부터 5월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포토저널리즘의 신화 로버트 카파’전이다. 그가 만든 세계적인 다큐 저널 사진가 집단인 매그넘에서 직접 빌려온 그의 사진작품 140여점이 네가지 범주로 나뉘어져 전시된다. 위에서 소개한 그의 대표작은 물론, 그가 누볐던 20세기 초반의 주요 전쟁 현장이 생생한 스펙터클로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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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나폴리. 소년 유격대 장례식에서 우는 여인들.1943년 10월 2일.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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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품 외에 카파의 가필 원고와 카파의 저서, 매그넘 전시작품, 대형 포토프린터로 만든 그의 이미지 10여점이 나온다. ‘가장 가까운 현장을 간다, 다른 사람은 달아나도 사진기자는 거꾸로 되돌아간다’는 저널리즘 사진의 본령을 몸소 실천했던 발자취를 눈여겨 볼 수 있는 자리다.
4월4일에는 중앙대 아트센터 극장에서 ‘21세기 카피이즘의 가치와 포토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밖에 31일과 4월14일에는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강재훈(<한겨레> 사진부문 선임기자)씨 등이 강연하는 세미나가 마련된다. (02)514-3983~4.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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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병사와 영국의 전쟁 고아들. 1943년 초.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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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와 그의 아내 프랑수아즈 질. ROBERT CAPA © 2001 By Cornell Capa/Magnum Photos/유로포토-한국매그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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