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Magnum의 창립멤버인 Robert Capa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의 책 "Slightly Out of Focus"와 Magnum 사진집을 통해 본 여러 참전 사진을 새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내 눈에 띈 것은 Capa의 긴장감 넘치고 인간의 희비가 엇갈린 참전 사진들보다 아주 평안해 보이는 몇몇 인물사진이 더 시선을 끌었다.
그래서 어두컴컴한 전시장 안에서 마음먹은대로.... 그 사진을 훔쳐왔다. 내 카메라에. 역시 인간은 어두운 곳에 있으면 나쁜 마음을 먹나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입구 : Capa 사진전 포스터를 쳐다보는 나의 모델들
나는 종종 이런 연출된 포즈를 요구한다. 사진값 안받는 대신. 모델들은 빨리 찍으라 승질이다.

2차대전 참전시 부상당한 헤밍웨이
헤밍웨이와 Capa는 진보적인 지식인들마저 전장으로 뛰어가게 한 스페인내전부터도 알고지낸 사이로 Capa의 책에는 헤밍웨이를 '파파'로 부를 정도로 친밀했었다.

Capa의 연인 : 일레인 파커
엉덩이 까고 있는 사람은 헤밍웨이이고, 환자복을 뒤집어 장난치는 여인이 2차대전시 유럽대륙으로 참전하기 전에 Capa와 교재한 일레인 파커. Capa의 책 속에서 마치 소설속 허구의 여인처럼 느껴졌던 그 여인이 내 눈앞에 실제로 나타났을 때, 나는 이 사진을 보고 한참을 서서 웃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할까... 일레인 파커의 살인적인 미소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을 훔쳐올 수 밖에 없었다.

연설하는 트로츠키
트로츠키가 권력에서 밀려난 이후 극도로 언론공개를 꺼렸다고 한다. 절대 사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데, Capa와 Cartier-Bresson은 비밀스럽게 연설장으로 잠입해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것도 훔쳤다.
사진은 그냥 사진인지라, 배경상황을 알지 못하면 사진을 보는 재미가
훨씬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그의 사진은 대부분이 참전사진인지라
더욱 그러하다.
이 전시회를 가보기 전에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작년에 번역된 그의 책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나
다른 사료들을 미리 읽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