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도
방안 온도계가 1주일씩 지날때마다 0.5도씩 차곡차곡 오르더니 8월 들어 30도를 돌파했고, 오늘 집구석에 들어오니 31.5도로 찍혀있다. 현관문까지 열어두고 선풍기를 돌려도 1시간이 지나도록 0.5도 떨어지는게 고작이다. 물론 에어컨을 돌리기 시작하면 불과 10분에 2, 3도는 후딱 떨어진다. 무서운 돈의 힘 아니겠는가? 그래도 여름엔 더워야 하는 법이니, 도저히 잠이 들지않는 더위가 아니면 에어컨은 생략한다.
지금 사는 곳은 문을 앞뒤로 다 열어도 환기가 썩 잘 되지않는 닭장같은 곳이긴 하나, 그래도 건물 한가운데를 뻥 뚫어 2층을 정원으로 만들어둔 나름 괜찮은 곳이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와서 탄천 다음으로 좋아하는 곳이 이 정원이다. 멍하게 담배 물고 넉넉히 걸을만하다.
31.5도에 어울리지 않게, 여기는 몇 주 전부터 귀뚜라미가 점령했다. 미친 귀뚜라미가 아니고서야 이 폭염경보에...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의 법대로 살아가는 놈들이 틀릴리가 있겠는가 싶어 나도 가을이다라고 믿기로 했다. 계절의 공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마음먹기 나름 아니겠나.
뒤늦은 봄 사진도 꺼내 들었다.



이 폭염에 시시한 이 글 읽으시는 분들께... 여름을 사나, 봄을 추억하고, 귀뚜라미 우는 선선한 가을밤이 함께 하시길 비나이다.
*** 디지털카메라 대신 아직도 필름카메라를 쓰는 덕에 사진 뽑으랴, 해상도가 툭 떨어지는 화일로 스캔하랴... 정말이지 귀찮아져 오늘 작심했다. 필름스캐너 3개월 무이자로 살거다. 화질 짱짱한 사진 올릴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