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The Soloist, 어떤 독주자이길래?
표지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얼핏 감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첼로를 연주하는 갈색의 사나이와 무표정하게 상념에 빠진듯한 흰색의 사나이...

영화 한 편 예매 하려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11월 개봉 예정작을 발견했고, 끌리는 마음에 읽게 되었는데, 영화적인 요소가 넘쳤다.

알 수 없는 미래와 권태로운 기자 생활에 찌든 저널리스트 스티브 로페즈...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근무하는 LA타임스를 향해 정신 없이 달려가던 스티브 로페즈...
그 순간 그는 지하 차도에서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고 있는 기품 있는 분위기의 노숙자를 발견한다.
스티브와 나다니엘 안소니 아이어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다니엘에게 돌아왔을 때 그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자려고 했지만 아까보다 더 신경이 곤두서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근처의 호텔에 들어가서 숙박계를 쓰고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쓰러져 천장을 말똥말똥 바라봤다. 나다니엘이 내 마음을 온통 사라잡았다. 독특한 캐릭터를 찾아 여러 도시를 30년간 헤맸지만 그처럼 매혹적이거나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105쪽)

베토벤 조각상 아래서 자유로운 연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년의 흑인...
아홉 살 때 이혼한 부모와 너무도 사랑을 원했던 아버지의 외면, 점점 더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갈 때, 아버지보다 자상한 스승을 만나 콘트라베이스를 배우고 세계 최고의 천재들만 간다는 줄리아드 음악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던 사나이... 하지만, 하루 종일 연습에 매달려야만 하고 숨 쉴 여유마저 느껴지지 않는 그 피나는 각축장에서 폭발해 버린 성격은 이미 그를 예전 모습으로 돌려 놓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고 했다. 고통의 날들이 지속 되다가 결국 피해망상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학교를 그만 두기에 이른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제트기 한 대가 로스앤젤레스 시내 상공을 날아가면서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크게 요동쳤다. 나다니엘은 아이처럼 하늘을 올려보다가 다시 나를 보고 한쪽 눈썹을 둥글게 찡그리면서 내가 저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가 망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는 오싹한 순간이었다. (30쪽)

스티브가 취재를 하면서 조금씩 나다니엘에게 다가 가고, 그의 이야기를 컬럼으로 내 보내면서 기자로서의 명성이 더 빛남과 동시에 권태롭던 삶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컬럼은 인기가 치솟았고, 나다니엘의 인기 또한 사람들에게 연민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자, 마치 그가 정상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지만... 그 착각은 나다니엘의 돌발적인 언행으로 금방금방 깨져 버린다.

나는 지금까지 본 수업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열등생이었던 것이다. 진단을 하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레긴스 박사가 말했다. 나다니엘이 낫게 된다면 그건 정확한 진단과 교과서식 치료 프로그램에 따라서 나은 것이 아니라 그가 나와 다른 사람을 신뢰해서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레긴스 박사의 책 제목이 '치유로 가는 길'이 아니라 '회복으로 가는 길'인 이유이기도 했다. 정신병에 완치란 없다. (85쪽)

그간의 앎을 깨트리는 레긴스 박사의 접근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스티브에게 희망과 안도감을 선사하는 계기가 된다. 아직도 알 수 없는 질병이기에 정신질환에 관한 전통적인 다른 견해도 있다.

코페로위츠 박사의 접근법이 환자에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중점을 둔 반면 레긴스 박사는 환자를 지지해주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환자가 자신의 회복 상태를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방법을 방법을 선호하고 있었다. 코페로위츠 박사는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도를 보기 힘들어지고, 별 차도도 보지 못하게 될 거라고 했다. (146쪽)

과연 나다니엘의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나다니엘이 연주를 시작하자 오케스트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나와서 피리 부는 사나이의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찾아다녔다. 그들은 유리벽을 두른 사무실 바깥에 서서 한 남자 노숙자가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는 기이한 광경을 들여다봤다. 내 짐작이 틀렸다고 해도 놀랍지 않지만 나다니엘은 주위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단한데요."
크레인이 속삭였다.
음악가로부터 이런 평가를 들으니 새삼 안심이 됐다. 가끔씩 표가 나게 실수하는 소리도 듣긴 했지만 나는 나다니엘의 소리가 그의 영혼을 드러내는 소리이며, 지금처럼 나다니엘이 눈을 감을 때면 마치 숲속의 빈터로 들어가서 텅 빈 하늘 밑에서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163~164쪽)
 

아! 나다니엘... 그는 과연 어떻게 변해갈까?
스티브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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