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올해, 구정 전의 일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구정 선물을 해야 한다는 사람과 모 백화점 식품 코너에 들어갔다.
    그 사람은 내게 굴비를 사주겠다며 몇 십만원씩 호가하는 굴비들을 보여주며 고르라 했다.
    사실, 난 그 누가 아무리 비싼 선물을 해줘도 늘 반응이 시큰둥한 녀석이라서 별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오히려, 1만원대의 자동차 마우스를 받고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정말
    특이한 인종, 아니, 외계인이다. ( -_-)

    나는 화려하게 진열해놓은 선물들을 구경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입에서 나온 뜨악할 소리, 

    "지인들에게, 이번 구정에는 그 때, 봤던 떡 돌릴려구요. 정말 고급스럽잖아요?" 

    나는 기가 차서 한 번 확- 째려주었다.
    그래, 일반 떡에 비해 확실히 고급스럽다. 가격도 보통 10만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나는 그 곳에 있던 백화점 점원들이 쳐다보든 말든 버럭 언성을 높이며 잔소리를
    가동하고 말았다.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떡이라니! 그 지인들은 다 중요한 사람들 아니에요?
     근데, 떡이라니! 평소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을 명절 선물로 주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래갖고 무슨 비즈니스를 한다고! 나, 참!
     여기 보세요, 차라리 수삼이나 홍삼이 낫지! 가격은 별 차이 없는데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좋은 대접을 받는구나' 라는 느낌이 나는 선물을 줘야 합니다." 

    한국은 건강에 좋은 음식류를 선호하는 문화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건강에 관련된 음식류의 선물이나, 상대에 따라서는 그다지 비싸지 않아도 취향에 맞춰 선물해서
    감동을 살 수도 있다. 나는 결국 답답해서, 그 사람을 데리고 명절 선물 코너들을 돌며 계속해서
    잔소리 릴레이 플레이를 하고 말았다. 아마도 점원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웬 고등학생 같이 생긴 놈이 캐쥬얼 입은채로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을 호되게 야단치니까.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맛도 좋고 고급스러운 양주(대게 그들은 좋은 술을 전시해놓고 손님들에게
    자랑하기 좋아하는 부류이므로 좋은 술일수록 더 좋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청정 한우 중
    가장 좋은 부위를 선물해주는 등(소고기를 안 좋아하면 흔한 돼지고기 보다는 양고기도 좋다),
    상대의 취향에 맞게 서물하는 것이 더 좋다. 특히, 외국 사람에게는 그들이 흔히 먹는 양주 보다는
    쉽게 접하지 못 하는 한국의 토종술을, 한국인에게는 흔하고 값싼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한국의 전통 음식류나 다과 종류를 주는 것이 좋다.
    도대체, 10년 넘게 사회생활 해봤다는 사람이 왜 그것도 모르는 걸까. 왜 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함께 있다 보면 짜증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도대체 사회에서 뭘 배운 걸까? 

    며칠 뒤, 그는 당당하게 모든 지인들에게 수삼을 돌렸다며 자랑(?)을 했다.
    그렇게 설명을 해줬건만, 이 인간, 학습 능력이 제로(0)다. 하나를 알려주면 곧이곧대로 그것만 듣거나
    자기 고집이 너무 강해서 문제이다. 내가 처음에 수삼 이야기 한 건 어디까지나 예를 들어준 건데, 쯧. 

   

    이 책,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는 해외영엽인의 생생한 노하우가 가득 실려 있다.
    특히, 내가 많은 부분 공감했던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에게 애정 어린 관심과 기억으로 감동을
    주는 '감성 영업'이다.
심리학이 어렵다고? 천만에. 조금만 내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
    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누구나 다 심리학 혹은
    심리학자의 대가가 될 수 있다. 상대의 심리를, 의중을, 행간 혹은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신에게 익숙하게, 자신에게 편리하게,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자기합리화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
    하는 그 못된 버릇만 고친다면 말이다.  

    끊임없이 상대의 생각이나 기분 등을 읽어내는 더듬이를 머리 위로 똑바로 세우고 있어야 한다.
    내가 좋다고 남도 좋은게 아니다, 결코!!! (이 말을 열 번 이상 해도 못 알아처먹는 인간이 있지만...) 

    음식을 하려고 채소나 야채를 사면, 먹기 좋게 다듬게 된다. 그러다보면 버릴게 생기기 마련.
    책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자기계발서나 지침서 혹은 '도우미' 역할을 하는 이런 류의 책들은 모든 내용이
    모두에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춰서, 먹을 건 먹고 버릴 건 버린다.
    해외영업인이 되고자 하는 후배자들 혹은 현재 그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갈팡질팡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국내 영업자든 일반 사무를 하든, 서비스업을
    하든 우리는 모두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히고 늘 부대끼며 산다.
    어떤 업종에서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스스로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 더 나아가 사람들로부터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까지 얻어내고,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은 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내가 상대를 위해 배려하고 관심을 가질 때, 어제와 같은 오늘은 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무척 똑똑하고 일도 남들보다 열심히 하고 애사심도 투철한데 왜 나는 늘 성과가 없을까? 라는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자기중심적인 사고회로에서 못 벗어난 '어린애'다.
    일명, '나이만 먹었지 철 없는 인간'의 부류에 딱이랄까. 
    사회는 나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원하는 환경이 있으면, 나부터 그 환경에 먼저 맞춰야 하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부터 그 사람에게 
    맞춰야 친구가 생긴다.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가 환경과 사람 사이의 중심에 있을 수 있게 된다.
    바다의 고래가 되고 싶은 사람이 '바다는 나와 안 맞아' 이런 소리나 하고 자빠져 있다면 어떻게 고래가
    될 수 있겠는가?

    상대방의 표정, 행동, 말투, 대화 속의 숨은 뜻 등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생각대로만
    밀고 나가서는 절대 발전이 없다.          

    이 책에서는 나처럼 직설적인 화법이 아닌, 너무나 부드럽고 재미나며 설득력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자신의 노하우 하나 하나를 생생히 들려준다. 중간 중간 곁들인 사진을 보는 뽀너스까지!
    아주 작은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꼼꼼하게 챙긴 그녀의 다정한 어드바이스를 읽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이 책이 출판될 당시 그녀는 해외영업 12년차 였으니까, 지금은 14년차.
    스스로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매번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던 오랜 경험의 업무 노하우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직장인들이 알아두면 좋은 팁들도 많이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그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단, 당신이 실천할 마음만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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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2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그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단, 당신이 실천할 마음만 있다면 -> 이 글 참 좋은데요. 마음에 와 닿아요.^^


L.SHIN 2010-03-21 11:08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우린 역시 통하는 건가! 까르르르르르~
오늘은 해가 떴어요, 반짝. 그런데 바람은 차군요.
밤새 태풍이라도 왔다 갔는지 테라스는 난리도 아니더라는...ㅡ.,ㅡ

다락방 2010-03-2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수선 작가의 [나는 오늘도 유럽출장 간다]도 무척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저는 이 작가의 두번째 작품 [밑줄 긋는 여자]가 정말이지 무척 무척 좋았습니다. 그녀는 글을 허투로 읽지 않고 감성도 풍부해서, 책에 밑줄을 긋고 거기에대한 에세이를 써내는것에 무척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았어요.

열심히 책 읽고 계시네요, L.SHIN님.

저는 배고파요. 밥 먹어야겠어요.

L.SHIN 2010-03-21 11:10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어제, 리뷰를 쓰기 전에 수선님의 서재에 놀러갔다 왔습니다.
그 두 번째 책이 나온줄을 저만 모르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그것도 곧 읽으려고 해요. 정말이지,그녀와 함께 있으면 늘 즐거울 것 같습니다.(웃음)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다락님?

비로그인 2010-03-2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생활의 가장 큰 무기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능력'이겠죠. 그에 맞춰 엘신님이 말씀하신 감성영업!...이 따라준다면 완죤 끝장일텐데....

L.SHIN 2010-03-21 11:11   좋아요 0 | URL
네, 업무적인 능력과 심리적인 능력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게 아닌데...다들, 하기 전부터 포기하거나 자신의 스타일에 고집을 부리더군요.

토토랑 2010-03-2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다고 남도 좋은게 아니다, 결코!!! (이 말을 열 번 이상 해도 못 알아처먹는 인간이 있지만...)

맞아요 맞아요 진짜 공감!!!!

L.SHIN 2010-03-22 19:36   좋아요 0 | URL
ㅎㅎ 토토님 주변에도 그런 인간이 있나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