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과학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존 그리빈 지음, 김옥진 외 옮김 / 들녘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2004년 11월 21, 여느 때 처럼, 대형 서점에서 넘쳐 나는 책들 사이에서 혼자만의
    (다 읽을 것도 아니면서, 그 책들이 모두 나의 것인 양 되는 것처럼) 만족스런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이 책을 집어든 것은, 내가 지금까지 선택했던 거의 대다수의 책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서'였다.
    초판 인쇄일이 2004년 11월 20일인 것을 보면 무척이나 '따끈따끈한' 최신간이었음에도 나는
    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맛보기 시작한 이유는, 본의 아니게 그러나 필요에 의해서
    법률 서적과 함께 과학 서적(생물, 물리, 화학, 지구과학)을 보게 되면서이다.
    지금까지 생물이나 지구과학 분야는 관심이 조금 있었지만 화학이나 물리는 (실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불문하고)
전혀 관심도 없었고 그다지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러나 화학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를 끌게 되고, 지금은 각자 고유의 영역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저렇게 구분된 모습으로 학문이나 과학의 발전 단계에서 개성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위 네 녀석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재밌어서 결국, '좀 더 쉽고
    한 번에 - 긴 역사 속의 과학'을 접할 수 있는 녀석을 읽게 된 것이다.
    ('읽게' 되었다는 표현이 중요하다,내겐. 왜냐하면 지금 내공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기에.) 

    건방지게도, 제목에 굳이 '현대까지'가 아니라 '근대까지'라고 붙인 이유는 저자가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도 동의하는 것처럼 '과학의 전진은 결코 멈춘 적이 없기 때문' 이다.
    즉, 아직도 발전하고 새로이 발견되고, 지금까지 '진실' 혹은 '진리'라고 믿어왔던 것이 어느 순간
    (과거에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잘못된 앎'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기에 '현대의 과학까지'
    라고 말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서이다.
    기원전 3세기경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16세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진리'로 여겨졌던 것이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에 의해서 '지동설'로 바뀐 것이 대표적 예이지 않은가.
    (물론, 무려 1,500년이상 유지되어 왔던 '진리'를 종교적인 이유에서 쉽게 바꿀 수 없었지만, 그 후로
     500년이상 지속되어 현대인들에게 이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지동설'이 또 언제 다른 학설로 인해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은 굉장히 재밌지만 말이다.)  

    감히 과학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쓴다거나, 이 책을 아직 1/3 정도 밖에 안 읽은 상태에서 (전체 페
    이지가 무려 759페이지다!)
리뷰를 쓴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저자 존 그리빈이 '들어가는 말'
    에서 '여러분들 중 누군가는 이 책의 끝부분에 이어지는 다음 단계의 전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실제로 나는 '과학에 대해 그리고 과학자들의 삶과 환경과 시대적 역사에 대해' 좀 더 알아야
    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이 리뷰가 또 누군가에게는 '읽어볼까' 하는 의욕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더불어 정말 어딘가에서 시대가 기다리고 있는 천재적 '미래의' 과학자가 이 책의 끝을
    연결해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결국 이렇게 쓸 수 밖에 없다.(라고는 해도, 솔직히 말하면, 갑자기 
    한꺼번에 들어온 여러 과학 지식들과 너무나 빠르게 전개되는 이 책의 과학사가 머리에서 뒤엉키는 덕에
    소화불량이 되어버린 나를 정리하고 싶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웃음) 

    차례에서 볼 수 있듯이, 르네상스 시대부터 중세, 근대에까지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천재적 과학자들이나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꼭 필요했던 수 많은 '비인기'
    과학자들의 발견 혹은 발명들이 그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어떤 영향과 연결 고리를 주었는지 매끄
    럽게 이어가고 있다. 망원경 발명, 피의 순환, 행성 운동, 초신성 발견, 혜성 관측, 캠퍼스 발명, 뉴턴보다 
    훨씬 앞서서 중력에 대해 언급했던 갈릴레오, 철학자로 많이 알려졌지만 과학자로써도 업적을 남겼던
    데카르트, 원자와 분자, 호이헨스의 광학과 빛의 파동설에 대한 연구, 보일의 공기 압력에 대한 연구,
    훅의 현미경 사용, 너무나 유명한 뉴턴의 과학적 업적, 핼리 등등...까지가 현재 내가 읽은 부분이다.
    그러니까 나는 18세기에서 잠시 뛰쳐나와 21세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이 말은, 그 이후의 과학자들과 과학적 업적은 아직 '쳐다도 보지' 않은 상태이지만, 매우 흥미로웠던
    것은 종교와 (정확히는 교회측) 과학은 서로 원수지간처럼 지내면서, 일방적으로 과학이 종교에게 
    박해와 억압을 받으면서 힘들게 지금까지 발전해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정말 예상 외로!) 수학, 철학(과거에서는 종종 과학을 철학의 한 부류로 여겼던 것도 흥미롭다), 천체학,
    의학(사람의 몸을 해부하는 것 까지 포함하여)상당한 부분의 과학 발전에 로마 교황청이나 카톨릭
    교회측에서 도움과 지지와 협력을 많이 해줬다는 사실이다.
물론, 종교적인 부분에서 자신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가차없이 화형대에 올리거나 과학적인 업적 혹은 그것을 다룬 책들을 사장시키는 잔인함과
    무지함을 내보이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종교측에서 보면 '이단적인 성향이 있는' 과학 저작들도 관대하게
    출판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때로는 경제적, 정신적 도움을 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러니까 인간은 신에게 의지하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정과
    학구열 또한 대단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어쩌면, 신은 자신이 만든 생명체가 얼마나 '진리'에 가깝게 다가
    가는지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신은 거대한 '과학자 혹은 실험자'이고 지구를
    비롯한 생명체가 있는 다른 은하계 (통털어 우주 전체 혹은 몇 개의 우주)는 그저 실험 대상일지도 모른다. 
    가끔씩 신 혹은 자연이 인간의 삶에 가볍게 관여하면서.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정말로 순수하게 無에서 有를 창조한 과학자나 철학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과학자, 철학자, 수학자 등은 과거의 뛰어난 과학자들이나 그들의 책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후세대의 과학자들 혹은 연구자들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을 뿐이다.
    게다가 망원경의 발명이나 중력의 발견 등이 가장 좋은 예이긴 한데, 그 위대한 과학적 행보들은 결코
    천재 한 사람에 의해서만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누가 먼저 세상에 공식적으로 내놓고
    기득권을 잡았는지에 따라 역사에 '발명자 혹은 발견자'로 기록될 뿐이다.
    억울하겠지만 늦게 세상에 내놓거나 아예 알릴 생각이 별로 없었던 이들은 과학의 역사에 그다지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시대이니까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과학자는(실제로 그
    시대에서 그들은 과학자로 불리는 것보다는 각 상황이나 때에 걸맞는 직업 - 교수나 철학자, 점성술사,
    목사 등등의 다른 명칭으로 불리는 일이 더 흔했다)
일부러 자신의 업적을 저술한 저작물을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 뒤에 출판하는 경우도 있었다. 뉴턴처럼 고의적으로 경쟁자인(그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는 행동을 했기에)
훅을 엿 먹일 생각으로(이 표현이 상당히 마음에 안들지만, 이것만큼 적절한 표현은
    없다) 저작의 출판을 늦추는 경우도 있었고, 전쟁이나 정치적 혹은 종교적인 시대나 환경적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출판이 늦춰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도 재밌었던 부분 중 하나이다.  

   이 책은 과학의 업적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저자의 의도에 나타나 있듯이 과학자들 - 즉,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학자들의 삶과 환경, 시대적 흐름에 의해 그들이 마치 미리 씌여진 시나리오대로 자신의
   과학적 업적을 남기기라도 한 것처럼. 저자는 일반인들도 쉽게 과학사에 다가가기를 원해서 이 책을 출판
   한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 한 권의 책에 몇 세기에 걸쳐 발전된 과학을 다 풀기란
   무리이므로 (특히, 과학자들 개개인의 삶까지 서술하기에는!) 내용들은 요약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과학적인 명칭이나 업적들에 대해 일일히 친절하게 설명할 수 없음은 당연하므로 기초 과학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거나 관심이 있으면 모를까, 평소 전혀 과학에 대해 모르다가 '이번에 한 번
   친해져볼까' 하는 '순수한 일반인'이 읽는다면 그 방대하고 빠른 전개의 양에 책을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물의 표면장력'에 대해 가볍게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겐
   짜증만 날 뿐이다. 나 역시 이 부분은 화학책에서 미리 접했던 부분이라 반가우면서 쉽게 읽어 내려갔지만,
   아직 다른 과학 서적을 통해 접하지 못했던 부분들에서는 나 역시 짜증이 났던 것을 고백한다.
   (특히, 한 부분 부분마다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을 공부하거나 관심이 많아 다른 과학책을 기꺼이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이라는 이 책의 부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과학을 몰라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거의 모든 인간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라고 알아야 할
    의무도 없지만 부제목 때문에 이 책이 끌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편안한 생활이 어디에서부터 누구로부터 왔는지 전체적이면서도 비교적 간단하게 알고 싶은 자들에겐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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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10-2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반가워요. 그동안 무탈하니 지내셨는지요?
이렇게 조밀한 리뷰로 돌아오셔서 대환영이에요!!

L.SHIN 2009-10-23 12:19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반갑습니다, 프레이야님.
부끄럽게도 '조밀한 리뷰'는 되지 못합니다.^^;
솔직히 쓰는 내내 '어떻게 하면 빨리 마무리 지을까'하는 게으른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