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 있어서 서울 제일은행 본점 앞에서 사람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산 소세지도 씹어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지.
  얼마쯤 지났을까?
  내 근처에서 서 있던 말쑥한 치마 정장을 입은 멋진 여성이 당당하게
  제일은행으로 걸어 들어갔다.
  뒷모습 밖에 못봤지만 그 걸음걸이에서 당당함이 묻어 나왔다.
  '좋구나~' 하고 끝내기에는, 내 눈이 그녀의 스타킹에 포착되고 말았다.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것 같던데...
  종아리에 일자로 길게~ 길게~ 올이 나가 있었다.
  궁금했다.
  모르는걸까?
  아님, 눈치채고 화장실로 직행한걸까?
  그깟 스타킹 별거 아니지만,
  왠지 너무나 당당했던 사람의 모습에서 발견하면 허걱스럽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럴 때 울더라.
  지금 막 사서 입는데 스타킹이 죽- 나갈 때....
  알 것 같다.
  나 역시, 지금 막 사서 한 입 베어 물려고 산 아이스크림이 땅바닥으로 번지 점프할 때의
  그 슬픔이란.ㅋㅋㅋ

  커피를 먹다가 예전 일이 생각났다.
  캔 커피가 아니고, 플라스틱인데 위에 반투명한 두껑이 또 있는 커피를 처음 먹었을 때,
  빨대 구멍이 따로 있는줄 모르고 도대체 어디에 찍어야 들어가냔 말이다! 하면서
  콕콕 여기저기 엉뚱한 곳을 쑤시다가..
  빨대를 찌그러트린 적이 있었다. ㅡ.,ㅡ 

  웃긴 것은 옆에 있던 선배도 그걸 몰라서 둘이 한참 씨름하다가 결국...
  플라스틱 부분을 떼어내야 하나봐 하면서 그걸 무식하게도 뜯어내고 마셨다.
  가끔은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일상생활 빵점인 내가..
  여지껏 잘 사는거 보면 참 용하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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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moon 2009-05-1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그거 낯설지 않은데요!
제가 처음에 그랬더랍니다. :)
뚜껑을 빼고 종이를 다 뜯은 후에 빨대를 꼽고 마셨다는./
지인이 보더니 한 마디 던지더라고요.
“그냥 꼽으면 되는 건데, 일부러 그럴 필요 있냐? 재미로 그러는 거야?”라고.=_=;
나 바보 아닌가? 한참 생각했어요. :)
그렇다는 건, 저 또한 용한 걸까요? (갸웃)
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밀린 거 이것저것 하다 보면, 까먹을까 봐, 젤 먼저 들렀답니다.
나, 잘했죠? (웃음)

L.SHIN 2009-05-14 04:55   좋아요 0 | URL
응,응, 잘했어요, (쓰윽쓰윽, 머리 쓰다듬어주기 ^^)
문님의 댓글을 보고, '역시 우린-!' 하면서 동지애가 느꼈다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