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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세자르 카푸르 감독, 제프리 러쉬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영국의 현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는 뭔가 달랐을 것 같은, '여왕제의 시초' 답게 좀 더
카리스마 있고 애환이 많고, 역사적 위업을 많이 달성했을 것 같은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든 것은 저 놈의 영화 표지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리니지]의 '질리언'을 떠올렸었다)
은빛 갑옷을 입고 백마를 타고 전장에 직접 나가 진두지휘 했을 것 같은 이 표지를 보라.
화려한 왕실의 '여자'로써가 아닌 한 나라의 '왕'으로써의 멋지고 강인한 모습, 감동을
기대했던 나는 허탈해야만 했다.
물론, 실제로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을 위해 많은 것을 이룬 '훌륭한 왕'이었던 것은
사실이겠으나 이 영화는 그러한 것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그저 지금까지 봐 왔던 다른 감독, 다른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숱한 엘리자베스 영화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왕도 두려워하고 고민하며 사랑을 하고픈 평범한 여자다' 라는 인간적인 면만을 보여주는
그런 흔한 영화.
역사적인 내용도 왕이 한 나라를 이끌어 가면서 보여주었을 카리스마나 감동도 없다.
보는 내내 느꼈던 것은 여왕의 패션쇼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것.
보라.
형형색색 화려한 옷과 보석들. 지저분하고 어두운 색 계통의 옷을 누더기처럼 입은 국민들 사이로
지나가면서 '내가 너무 치장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없었나.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
(하늘색 - 특히 푸른색 계열의 옷이 가장 많았다)
(하얀색 혹은 아이보리색 - 거기다 자신의 최측근 시녀도 늘 자신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혔다)
부가 왕의 특권이라고 치자.
도대체 왜 이 영화 제목을 골든 에이지(Gloden age)로 지었나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여왕의 통치 아래 영국 국민들이 모두가 행복한 '황금 시대'를 만들었다는 역사적 위업을
다루는 것이 아닌 '엘리자베스 개인 생활'만을 보여주는 듯한 영화라니.
계속 엘리자베스 여왕의 평범한 일상만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전투를 벌여 이겼다
라는 아주 짧은 영상 한 토막으로 '엘리자베스 1세는 대단해' 라는 주제를 완성시켰다고 하지 말라.
여왕의 초상화들을 보면 실제로도 엄청 화려하게 꾸몄던 엘리자베스 1세.
제발 그녀의 업적이 '뛰어난 베스트 드레서'로서만 길이길이 기억될 영화만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겹다구)
도대체 이 영화의 주제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