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벌레
- 박 성 우 -
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땐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던 소금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꽃 터트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이 없다 일생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할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비금도 대산염전의 늙은 소금벌레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
< 가뜬한 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