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룰 - 세상 모든 음식의 법칙
마이클 폴란 지음, 서민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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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혐오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도발적인 질문은 춘천에서 습작시절 이외수가 춥고 배고팠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에서 읽었던 인상적인 질문이다.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집착과 관심과 열정은 대단하다. 음식은 맛은 물론 향과 모양으로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좋아하는 음식에 따라 성격을 파악하기도 하고 취향을 짐작할 수도 있다. 그만큼 수많은 음식은 나름의 표정과 특징을 갖고 있다. 마치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그래서 음식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만큼이나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은 곧 생존이다. 하지만 이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음식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 지글러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 절대기아로 굶어죽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구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통제하기 힘든 식욕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긴다. 굶어죽지 않을만큼 살게 되면서 이제는 음식을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유기농에 대한 관심과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 발효식품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기도 한다. 인스턴트 음식과 탄산음료로 대표되는 정크푸드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음식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고 우리 삶에서 건강과 직결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드물지만 나처럼 음식에 무관심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못 먹는 음식도 없다. 배고 고프면 먹지만 음식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음식에 대한 욕심도 없고 좋아하는 음식도 없다. 때로는 끼니마다 먹는 일이 귀찮을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생각나거나 무얼 좀 먹고 싶다는 생각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어떤 맛집이라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여긴다. 태생적으로 위가 약하고 소화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즐거움의 하나인 먹는 즐거움을 모른다. 어찌됐든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음식은 여전히 가장 본질적인 삶의 일부이다.

『푸드룰food rules』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음식에 숨어있는 많은 비밀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고,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과 과학적인 상식들도 생각났다. 세상의 모든 음식에는 나름의 법칙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책은 수많은 음식의 특징과 조리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 지켜야하는 식습관 매뉴얼쯤 되는 책이다.

이 책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겨들을만한 음식에 관한 충고들이 명확하고 조리있게 설명되어 있다. 마치 어떤 기계의 매뉴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 확신을 가진 저자의 목소리가 강하게 배어 있다. 선택의 여지를 두지 않고 강한 목소리로 조언을 하기 때문에 웃어넘길 수가 없다. 얄팍한 책으로 1~2시간 정도면 읽어볼 수 있어 부담이 없고 그 내용은 평생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음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곁에 두고 때때로 확인하고 싶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음식을 먹어라. 너무 많이 먹지 마라. 되도록 식물을 먹어라.

무엇을 먹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황당하게도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음식’이 아닌 먹을 수 있는 물질이 너무 많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음식’을 먹고 살자는 말은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며 음식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충고이기도 하다.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할까? 대체로 식물을 먹으라고 것이 저자의 충고이다.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어도 대체로 혹은 되도록 식물을 먹으라는 이야기이다. 육식을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잡식성 동물에게 던지는 충고라기보다는 육식 위주의 식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충고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먹어야 할까?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식욕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초래하는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 책은 이렇게 간단한 세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음식’을 먹되 주로 ‘식물’을 ‘너무 많이 먹지 마라’ 건강과 행복을 지켜나갈 수 있는 수많은 책들 속에서 음식에 관련된 책들도 수없이 쏟아진다. 이 책은 다른 책과 구별될 수 있는 뚜렷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한다. 다만 간명한 문장과 짧은 글들이 모여 음식에 관한 64가지 법칙으로 제시된다. 이 룰에 의해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 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음식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든, 또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든 맛과 향과 건강까지 고려한 즐겁고 행복한 ‘음식’이었으면 좋겠다. 저자도 바로 이런 목적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101226-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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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
신동흔.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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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눈 먼 아버지를 두었다면 심청이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장화와 홍련이는 왜 순순히 죽음의 길을 택했을까?’ 우리 고전 소설을 읽다보면 현실에서 찾기 힘든 인물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문학은 새로운 경험과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어야 하며 동시에 개연성(probability)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의 소설은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많다. 귀신과 사랑을 나누거나 염라대왕을 만나기도 한다. 흥미와 감동이 전해진다면 사실성(reality)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현대소설과 달리 고전소설은 이렇게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즐길 수 있었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시대정신(zeitgeist)’은 당대의 진실을 함축한다. 소설은 이러한 시대 정신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그 범위가 넓고 좁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그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 온 것이 바로 소설이다. 누구나 쉽게 읽고 즐길 수 있으면서도 눈물과 웃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소설이야말로 우리 고전 문학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심청이, 장화와 홍련이, 길동이, 흥부와 놀부, 옹고집, 변강쇠 등 고전 문학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그리 행복한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성격을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소설 속의 인물(character)은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거나 현실의 전형적인 인물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인물 유형이든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고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사람은 주인공이 될 자격이 없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완전할 수 없듯이 소설 속의 인물들도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고전 소설에는 「사씨남정기」의 유연수와 사정옥처럼 재자가인(才子佳人)이 등장하여 우리를 기죽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어느 한 구석이 부족하다. 그 결핍이 갈등의 근원이 되고 관심의 초점이 되며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독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고전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거울과 같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모습은 잘 들여다보면서 나의 모습은 잘 보지 못한다. 기껏해야 거울을 통해 나의 생김새와 앞모습을 왜곡된 형태로 바라볼 뿐이다. 고전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마음의 상처가 수면 위로 떠올라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과 동정, 분노와 비난의 감정을 느낀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이렇게 내 마음 안의 상처를 위로 받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우리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태어나 화석이 된 고전이 아니라 현재적 유용성을 가지고 살아 숨 쉬는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 고전이다. 문학의 보편성은 삶의 보편성이며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보편성이다.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는 이러한 보편성을 바탕으로 우리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고전읽기의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고전문학 작품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유형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짊어졌던 강박증부터 피해의식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도 고스란히 겪고 있는 스트레스성 질병들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순하게 효녀나 영웅으로 볼 수 없는 인간적 상처가 너무 많다. 이 상처들은 고전문학의 인물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간은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가. 그 아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보듬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과정이 우리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고전문학은 오래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에게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는 지혜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신동흔과 고전과출판연구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 책은 젊은 고전문학 연구자들이 ‘문학치료’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고전 속 인물들을 분석하고 있다. 1부 내 마음 속에 귀신이 산다와 2부 상처 입은 관계의 회복을 위하여로 나누어 「장화홍련전」부터 「변강쇠가」를 거쳐 「한중록」을 더듬고 「상사뱀설화」를 통과하여 「흥보가」에 이르는 고전여행을 즐겨보자. 목적은 ‘자기 서사의 발견!’ 이 책은 고전문학을 다시 읽고 뒤집어 생각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심리를 분석하여 ‘나’를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람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문학을 ‘자기서사’라고 하는데 문학치료학의 관점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각자 ‘자기서사’를 점검해 보자는 의도가 이 책을 만들었다.

몸이 아프면 금방 병원에 가는 사람들도 마음이 아플 때는 회피, 외면, 인내 등의 방법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어떤 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나를 비추어보고 ‘포용의 서사, 신뢰와 성장의 서사’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다.

우리 마음속의 고전은 영원한 고향처럼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지치고 힘들 때 다시 꺼내 보고 함께 울고 웃으며 ‘자기서사’를 점검하고 또 힘을 내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고리타분하고 지겨운 고전을 생각하지 말고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고전 속의 친근한 인물들을 다시 보자.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인물의 말과 행동이 아니라 이면에 숨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 내 안에 숨어있는 아픔과 고통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인물들과 함께 우리들의 삶은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어보자. 그러면 책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누구보다 진실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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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플레이어 - 왜 우리는 열광하고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는가
매슈 사이드 지음, 신승미 옮김, 유영만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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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성장 기간이 매우 긴 편이다. 사춘기가 지나면 육체적 성장이 끝나고 스무 살이 넘어야 사회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성인이 된다. 고요한 수면 위의 백조는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면 아래 오리발의 움직임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승자 독식 사회로 명명되는 이 시대는 수면 아래 부지런한 발놀림이 아니라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흰 백조의 눈부신 아름다움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과연 스스로 그러한[自然] 것인가.

자연스러움은 거침없는 부드러움과 막힘없는 흐름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부단한 노력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것이어도 좋고 과학적인 이론과 고도의 지적 능력이 뒷받침된 움직임이어도 좋다. 다만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의 눈부신 아름다움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노력 없는 결과가 어떻게 찬란할 수 있으며, 아름답게 빛날 수 있겠는가. 매슈 사이드의 『베스트 플레이어』는 지극한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쏟아지고 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나 독특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일뿐이다. 내 몸에 맞는 옷은 정해져 있듯이, 숙명론적 세계관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지만, 자신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법과 연습이 필요하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성격과 행동 특성들이 존재하는 한 동일한 기준과 방법은 통용될 수 없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조금씩 노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얻고 생의 즐거움을 얻는다. 이 책의 저자인 매슈 사이드는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몇 가지 안내와 충고로 힘을 보탠다. 하고자하는 의지와 성실한 자세가 뒷받침 된 사람이라면 저자의 몇 가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최고는 남과 경쟁하지만 유일한 베스트 플레이어는 자신과 경쟁한다. 세상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방식을 찾아서 즐겁게 하다보면 의미심장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 7쪽

책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너무 많이 인용되어 식상하기까지 한 공자님 말씀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따를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를 수 없다. 지극한 자기만의 세계와 즐거움을 찾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게 된다. 남과 다른 방식으로 어떤 분야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분야에서는 금방 전문가가 된다. 이 책은 타이거 우즈, 윌리암스 자매, 영국 탁구의 전설적인 플레이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지만 그것은 스포츠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해 보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춰야 하며, 재능이 아닌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시작이 어떠하든 과정과 결과에 주목하며 그들의 플레이를 살펴보자. 지식과 경험의 산물인 ‘통찰력’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책읽기처럼 천부적인 재능은 없다. 다만 내적 동기와 끝없는 훈련만이 놀라운 기적을 만든다. 사람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게으름을 애써 외면하고 출발선이 다르다는 핑계로 불공평을 탓한다. 인종주의도 말하자면 유전적 우월성과 열등감에 대한 지독한 고정관념에 불과한 것이다.

성공을 부르는 플라시보 효과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결국 인간이 정신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강한 정신력과 믿음이 어떤 ‘성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이 우리에게 힘이 되는 이유는 우리들의 잠재능력에 대한 믿음과 ‘신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항상 1등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좌절하고 지독한 실패를 경험한다. 거의 초보자 수준으로 돌아가 버리는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초킹 현상’이라고 한다. 어디나 구덩이가 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진정한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저자는 전체적인 구조와 패턴을 읽어내는 직관과 투시력이 베스트 플레이어를 만든다고 한다. 물론 베스트 플레이어에게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것처럼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하루에 세 시간씩 10년을 투자할 수 있는 재밌는 일을 발견했다면 틀림없이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말이다.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계획적인 연습이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든 그렇지 않겠는가.

이 책은 영국의 국가대표 탁수선수였던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의 수많은 베스트 플레이어를 모델로 만들어진 책이다. 운동에 기반을 두고 그 가능성과 최후의 승리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적고 있지만,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상황들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고 즐겁고 행복한 열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제공한다. 열정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다. 그것은 욕망이나 집착이 아니며 생에 대한 싱싱한 발랄함이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탄력적인 생의 감각을 유지하며 청년 정신을 잃지 않는 나만의 분야에서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어보지 않겠는가.

세상의 모든 자기 계발서가 그러하듯 이 책도 자신이 가진 재능을 믿거나 거꾸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일단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것은 ‘노력하라’는 단순한 충고일 수 있지만, 진정한 삶의 기쁨에 대한 비밀의 문일 수도 있다. 열쇠가 자기 손에 쥐어 있는데도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 많은 이야기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일단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고 비틀어 보는 시도가 ‘시작’이다. 그럼 ‘시작’해 보자. 원제인 ‘바운스bounce’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Boundless Thinking 경계를 넘나들어라!
Only One! 유일무이함을 추구하라!
Unreachable Stnadard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설정하라!
Never-ending Practices 훈련만이 완벽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Challenge the status Quo 한계에 도전하라!
Exceptional Energy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라!


10121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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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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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잘 가.”
여우도 어린 왕자에게 작별 인사를 했지만 곧 이렇게 말했다.
“아까 말해 주겠다던 비밀은 이런 거야. 뭐 별 것은 아니야. 어떠한 것을 볼 때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여우를 따라 했다. 그러자 여우는 다시 한마디 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써 버린 그 시간이란다.”

- 『어린왕자』 21장, 쌩 떽쥐뻬리, 김제하 옮김, 소담출판사, 1990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무언가 아주 조그마한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방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순간, 어떤 계기를 통해 무언가를 조금 알게 된다. 가끔 우리는 책을 읽다가 생각했던 무언가를 문장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이런 문장은 아닐까?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너무 평범해서 말해버리고 나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문장이지만 이 문장을 처음 본 순간부터 세상에 온통 하찮은 것들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정말 중요한 우정, 사랑, 믿음, 평화, 배려, 나눔, 희망, 여유, 두근거림, 따뜻함, 꿈 같은 것들은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돈’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며 현대인들이 피할 수 없는 세상의 ‘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어린왕자에 열광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네 시에 오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세 시부터 행복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는 명성만큼이나 거시적인 이론서이다. 세상이 존재하게 된 이유와 왜 그러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이 책에는 과학적 이론에 근접한 신화나 신화 같은 과학적 이론들이 다수 등장한다. 상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 경연대회를 하듯 이 세상이 탄생한 배경과 원인을 고민하고 있다.

결국 위대한 과학자는 위대한 예술가이며 위대한 철학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과학’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물질적 ‘존재’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철학서이다. 해명될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은 상상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세상은 무엇으로 시작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우주는 얼마나 클까? 시간과 공간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일까? 존재의 수수께끼는 과학자들에게 영원한 숙제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며 호기심이다.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불어 넣어 준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짤막한 에세이 형식으로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과학의 역사와 이론을 통해 세상의 질서와 신비를 밝히려는 노력은 단순히 해박한 지식만으로 불가능하다. 각각의 이론들이 가진 특징과 과학자들의 생각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면서 현실의 적용 가능성과 문제점을 점검한다. 그리고 그것들의 오류는 무엇이며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주목할 만한 과학자들이 주장했던 이론적 성과를 토대로 현재 우리가 설명하고 만들어가야 할 이론으로 이 책은 마무리 된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 설계’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도 신은 누가 만들었으며 신이 존재하기 이전의 세상은 어떠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학과 종교의 대립도 타협도 아닌 이 책은,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왜 우리가 있을까?
왜 다른 법칙들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다. 생명, 우주, 만물에 관한 궁극적 질문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보지 않겠는가. 그것은 과학적 실험에만 의존할 문제도 아니고, 종교적 해석에 기댈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존재’에 관한 고민은 어쩌면 무한한 상상의 세계만이 해답을 제시할 지도 모른다. ‘우리 개인은 오직 짧은 시간 동안만을 존재하면서, 오직 우주 전체의 작은 부분만을 경험한다’는 문장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주 전체를 고민하는 저자의 노력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생각의 영역을 넓고 깊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존재를 통해 겸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먼지가 되어 언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싶다면 이렇게 오히려 ‘우주의 신비’와 ‘위대한 설계’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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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국가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2
정원오 지음 / 책세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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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Populism)은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행태를 일컫는 말로 현실 정치에서 상대당이나 정적(政敵)을 비난할 때 사용된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으로 1891년에 창당된 파퓰리스트 정당(Populist Party), 즉 인민당(People's Party)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 지배 집단이 통치하는 엘리트주의(Elitism)가 있다.

플라톤은 철인 정치 사상을 내세워 철학자가 국가를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기원전에 주장했던 철학자의 말이지만 정치 엘리트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현상이다. 높은 학력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는 순진한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기본적인 ‘상식’과 ‘합리적 이성’을 갖춘 사람이면 중요한 정책 결정과 국가의 목표를 결정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실무적인 일이나 행정적인 절차는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그리스의 직접 민주정치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철저한 봉사 행위여야 한다. 정치 행위로 인해 어떠한 권력과 금전적 혜택도 얻을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에 다시 불거지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읽어낼 수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서울시 의회의 무상급식 조례 통과에 대해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복지’와 ‘포퓰리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두지 않으면 서울 시장의 말을 찬성도 비판도 할 수 없다. 우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퓰리즘은 대중에 영합하는 행위로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의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우선 당장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제시하고 그 인기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행태를 말한다. 2011년 서울시 예산 20.6조원 중 700억원이 없어 무상급식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이 아니다. 이 예산 중에 각종 토건형 개발, 시설사업 예산이 줄잡아 10조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이 단순히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회 수당 제도가 증장한 배경에는 빈곤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낙인 효과, 소위 스티그마 문제를 제거하려는 목적이 있다. 성장기의 환경은 매우 중요하며, 정신적으로 미성숙 상태에 있는 아동이 낙인을 의식할 경우 정상적인 아동 발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으므로, 아동을 지원하는 제도에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가난한 아동과 부유한 아동을 구분하지 않고 아동 수당을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학교 무료급식 문제도 이러한 측면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에게 한정해 학교 급식을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빈부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무료 급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부유한 가정의 아동에게까지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재원 낭비라는 주장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고려하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것일 수 있다. 가난한 가정의 아동을 배려하는 진정한 복지는 수혜 당사자가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 없이 당연한 권리로서 복지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P. 82

이렇게 긴 인용문은 정원오의 『복지 국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복지’에 대한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이러한 무상급식 논란을 정치적 대립이 아닌 사회적 논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복지 국가의 개념을 설명하고 복지국가의 기원을 영국과 스웨덴에서 찾아 설명한다.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수당, 사회복지 서비스의 차이를 이해하면 무상급식에 대한 생각도 조금 바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이후 영국 노동당도 ‘제3의 길’을 걷고 있지만 복지가 단순히 게으른 가난뱅이를 양산하고 일할 의욕을 저하시키며 공정한 경쟁의 이익을 부당하게 뺏어 간다는 잘못된 생각은 바로 잡아야 한다.

복지 국가는 현재 위기의 상태에 놓여 있으며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향후 급격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도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적고, 기준이 엄격해 사실상 복지 후진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양날의 칼처럼 위험해 보이는 ‘복지’를 국민의 ‘행복’과 ‘평등’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접근해야 할 때이다. 미래 사회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언제 국민의 뜻을 물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기를 기대하겠는가. 또, 국민들은 언제 나와 내 가족의 이익만이 아니라 이웃까지 배려하는 마음으로 ‘복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투표를 하겠는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기준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저녁, 오세훈 시장이 이 책을 들고 조용히 사색에 잠겼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땅 좀 그만 파고 밥 좀 먹자!


1012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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