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룰 - 세상 모든 음식의 법칙
마이클 폴란 지음, 서민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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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혐오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도발적인 질문은 춘천에서 습작시절 이외수가 춥고 배고팠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에서 읽었던 인상적인 질문이다.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집착과 관심과 열정은 대단하다. 음식은 맛은 물론 향과 모양으로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좋아하는 음식에 따라 성격을 파악하기도 하고 취향을 짐작할 수도 있다. 그만큼 수많은 음식은 나름의 표정과 특징을 갖고 있다. 마치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그래서 음식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만큼이나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은 곧 생존이다. 하지만 이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음식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 지글러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 절대기아로 굶어죽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구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통제하기 힘든 식욕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긴다. 굶어죽지 않을만큼 살게 되면서 이제는 음식을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유기농에 대한 관심과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 발효식품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기도 한다. 인스턴트 음식과 탄산음료로 대표되는 정크푸드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음식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고 우리 삶에서 건강과 직결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드물지만 나처럼 음식에 무관심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못 먹는 음식도 없다. 배고 고프면 먹지만 음식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음식에 대한 욕심도 없고 좋아하는 음식도 없다. 때로는 끼니마다 먹는 일이 귀찮을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생각나거나 무얼 좀 먹고 싶다는 생각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어떤 맛집이라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여긴다. 태생적으로 위가 약하고 소화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즐거움의 하나인 먹는 즐거움을 모른다. 어찌됐든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음식은 여전히 가장 본질적인 삶의 일부이다.

『푸드룰food rules』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음식에 숨어있는 많은 비밀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고,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과 과학적인 상식들도 생각났다. 세상의 모든 음식에는 나름의 법칙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책은 수많은 음식의 특징과 조리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 지켜야하는 식습관 매뉴얼쯤 되는 책이다.

이 책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겨들을만한 음식에 관한 충고들이 명확하고 조리있게 설명되어 있다. 마치 어떤 기계의 매뉴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 확신을 가진 저자의 목소리가 강하게 배어 있다. 선택의 여지를 두지 않고 강한 목소리로 조언을 하기 때문에 웃어넘길 수가 없다. 얄팍한 책으로 1~2시간 정도면 읽어볼 수 있어 부담이 없고 그 내용은 평생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음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곁에 두고 때때로 확인하고 싶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음식을 먹어라. 너무 많이 먹지 마라. 되도록 식물을 먹어라.

무엇을 먹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황당하게도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음식’이 아닌 먹을 수 있는 물질이 너무 많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음식’을 먹고 살자는 말은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며 음식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충고이기도 하다.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할까? 대체로 식물을 먹으라고 것이 저자의 충고이다.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어도 대체로 혹은 되도록 식물을 먹으라는 이야기이다. 육식을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잡식성 동물에게 던지는 충고라기보다는 육식 위주의 식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충고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먹어야 할까?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식욕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초래하는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 책은 이렇게 간단한 세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음식’을 먹되 주로 ‘식물’을 ‘너무 많이 먹지 마라’ 건강과 행복을 지켜나갈 수 있는 수많은 책들 속에서 음식에 관련된 책들도 수없이 쏟아진다. 이 책은 다른 책과 구별될 수 있는 뚜렷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한다. 다만 간명한 문장과 짧은 글들이 모여 음식에 관한 64가지 법칙으로 제시된다. 이 룰에 의해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 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음식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든, 또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든 맛과 향과 건강까지 고려한 즐겁고 행복한 ‘음식’이었으면 좋겠다. 저자도 바로 이런 목적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101226-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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