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플레이어 - 왜 우리는 열광하고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는가
매슈 사이드 지음, 신승미 옮김, 유영만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성장 기간이 매우 긴 편이다. 사춘기가 지나면 육체적 성장이 끝나고 스무 살이 넘어야 사회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성인이 된다. 고요한 수면 위의 백조는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면 아래 오리발의 움직임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승자 독식 사회로 명명되는 이 시대는 수면 아래 부지런한 발놀림이 아니라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흰 백조의 눈부신 아름다움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과연 스스로 그러한[自然] 것인가.

자연스러움은 거침없는 부드러움과 막힘없는 흐름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부단한 노력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것이어도 좋고 과학적인 이론과 고도의 지적 능력이 뒷받침된 움직임이어도 좋다. 다만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의 눈부신 아름다움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노력 없는 결과가 어떻게 찬란할 수 있으며, 아름답게 빛날 수 있겠는가. 매슈 사이드의 『베스트 플레이어』는 지극한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쏟아지고 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나 독특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일뿐이다. 내 몸에 맞는 옷은 정해져 있듯이, 숙명론적 세계관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지만, 자신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법과 연습이 필요하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성격과 행동 특성들이 존재하는 한 동일한 기준과 방법은 통용될 수 없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조금씩 노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얻고 생의 즐거움을 얻는다. 이 책의 저자인 매슈 사이드는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몇 가지 안내와 충고로 힘을 보탠다. 하고자하는 의지와 성실한 자세가 뒷받침 된 사람이라면 저자의 몇 가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최고는 남과 경쟁하지만 유일한 베스트 플레이어는 자신과 경쟁한다. 세상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방식을 찾아서 즐겁게 하다보면 의미심장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 7쪽

책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너무 많이 인용되어 식상하기까지 한 공자님 말씀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따를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를 수 없다. 지극한 자기만의 세계와 즐거움을 찾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게 된다. 남과 다른 방식으로 어떤 분야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분야에서는 금방 전문가가 된다. 이 책은 타이거 우즈, 윌리암스 자매, 영국 탁구의 전설적인 플레이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지만 그것은 스포츠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해 보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춰야 하며, 재능이 아닌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시작이 어떠하든 과정과 결과에 주목하며 그들의 플레이를 살펴보자. 지식과 경험의 산물인 ‘통찰력’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책읽기처럼 천부적인 재능은 없다. 다만 내적 동기와 끝없는 훈련만이 놀라운 기적을 만든다. 사람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게으름을 애써 외면하고 출발선이 다르다는 핑계로 불공평을 탓한다. 인종주의도 말하자면 유전적 우월성과 열등감에 대한 지독한 고정관념에 불과한 것이다.

성공을 부르는 플라시보 효과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결국 인간이 정신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강한 정신력과 믿음이 어떤 ‘성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이 우리에게 힘이 되는 이유는 우리들의 잠재능력에 대한 믿음과 ‘신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항상 1등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좌절하고 지독한 실패를 경험한다. 거의 초보자 수준으로 돌아가 버리는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초킹 현상’이라고 한다. 어디나 구덩이가 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진정한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저자는 전체적인 구조와 패턴을 읽어내는 직관과 투시력이 베스트 플레이어를 만든다고 한다. 물론 베스트 플레이어에게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것처럼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하루에 세 시간씩 10년을 투자할 수 있는 재밌는 일을 발견했다면 틀림없이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말이다.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계획적인 연습이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든 그렇지 않겠는가.

이 책은 영국의 국가대표 탁수선수였던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의 수많은 베스트 플레이어를 모델로 만들어진 책이다. 운동에 기반을 두고 그 가능성과 최후의 승리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적고 있지만,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상황들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고 즐겁고 행복한 열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제공한다. 열정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다. 그것은 욕망이나 집착이 아니며 생에 대한 싱싱한 발랄함이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탄력적인 생의 감각을 유지하며 청년 정신을 잃지 않는 나만의 분야에서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어보지 않겠는가.

세상의 모든 자기 계발서가 그러하듯 이 책도 자신이 가진 재능을 믿거나 거꾸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일단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것은 ‘노력하라’는 단순한 충고일 수 있지만, 진정한 삶의 기쁨에 대한 비밀의 문일 수도 있다. 열쇠가 자기 손에 쥐어 있는데도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 많은 이야기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일단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고 비틀어 보는 시도가 ‘시작’이다. 그럼 ‘시작’해 보자. 원제인 ‘바운스bounce’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Boundless Thinking 경계를 넘나들어라!
Only One! 유일무이함을 추구하라!
Unreachable Stnadard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설정하라!
Never-ending Practices 훈련만이 완벽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Challenge the status Quo 한계에 도전하라!
Exceptional Energy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라!


10121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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