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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 사랑과 성공, 성격을 결정짓는 관계의 비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롭다.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부터 사주, 별자리 등 올 한 해가 궁금하기만 하다. 개인적인 삶은 물론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전 세계의 동향까지 너무 복잡해서 예측 자체가 무의미한 일들조차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진다. 그 전망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예측가능한 개인의 행동과 심리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로 요약된다. 정치적 행위든 경제적 활동이든 모든 사람은 사회화된 패턴 속에서 움직이고 새로운 변화와 흐름을 받아들이며 보다 나은 삶을 욕망한다. 이기적인 태도와 비합리적인 움직임의 소비기호는 늘 자본주의 사회의 판매자들을 긴장시키고 급격한 사회변화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내일이 궁금하다. 내일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이크로 트렌드와 메가트렌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의 문제는 현재 사회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사람들의 관심일 뿐이다. 넓은 범주에서 개인은 언제나 ‘따로 또 같이’ 움직인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기질은 쉽게, 아니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천성이라 부르든 팔자라고 부르든 말이다. 유전적 정보를 통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향과 우주의 시공간 속에 운명적으로 결합된 명운이 합해져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는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면 내면적 자아는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혹은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는 ‘나’에 대해서 말할 때 내가 알고 있는 자아(anima/animus)와 사회적 자아(persona)를 일치시키는가. 아니면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두 개의 자아가 드리운 그림자의 영역을 말하는가.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는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의 문제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의 무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무의식의 억압된 요소를 다른 사람들에게 투영한 후 자신의 결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결점을 남에게 전가하여 공격하고 비판한다. 칼 융이 말한 인간의 무의식 영역은 이후의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든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부모를 통한 가정교육으로부터 또래집단, 학교교육,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인간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인간에 대한 상반된 태도 등 수많은 조합으로 이루어진 개인들이 탄생하게 된다. 현대사회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하는 일은 피부에 닿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현재 ‘나’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혹은 ‘나’의 미래를 알기 위한 수단으로 타인과 사회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라 관찰의 주체와 대상이 뒤바뀔 뿐 개인과 사회 어느 쪽이 분석의 대상이 되든 무관한 일인 것 같다.
‘자기’는 ‘계발’될 수 있는가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 애니멀』을 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인간은 스스로 계발되는가, 아니면 언제나 외부의 조건, 타인에 의해 변화되는가. 또 하나는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인간의 삶의 토대를 이루는 관심사이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보다 많은 사람이 읽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책을 꾸미고 있다.
먼저 외모를 평가해보자. 567페이지의 두툼한 분량의 책을 코팅표지로 무선제본했다. 결과는 2만 5천원. 어떤 ‘물건’과 비교해도 책값은 항상 가장 저렴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책값은 더구나 번역서는 다양한 가격결정 요소가 있지만, 내용에 어울리는 외모를 가졌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한마디로 너무 비싸게 포장했다. 소장한 후 자주 찾아보고 참고하다가 자손대대로 물려줄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뜻이다. 자기계발서를 낮잡아 보는 것이 아니라 소설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고 나름의 운명대로 흘러갈 책으로 보이지만 책의 표지와 디자인은 잔뜩 힘을 주고 권위를 가지려고 애쓰고 있어 안타깝다.
전체 2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에리카와 해럴드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소설처럼 두 주인공의 부모님부터 연대기적 서술에 의존하고 있다. 마치 고전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부모님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두 주인공을 통해 구체화된다. 에리카와 해럴드는 어떻게 일과 사랑을 이루며 그들의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저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 비밀의 열쇠를 찾는다.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큰 틀과 체계를 세우지 않고 연대기적 소설 기법을 활용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가상의 주인공의 내세워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간과하기 쉽다. 책의 내용은 사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심리학적 요소를 설명하고 다방면의 전문가와 방대한 저서가 소개된다. 핵심적인 내용을 짚어내고 간략하며 설명하며 두 주인공의 심리상태, 관계를 맺는 양상, 선택의 순간에서 발휘되는 능력 등을 적절하게 결합시키고 있어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반면에 특정한 주제나 내용을 장으로 구별해 놓았으나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고 읽고 나서도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음식점으로 치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뷔페에 해당되겠다. 넓고 고급스런 인테리어, 온갖 종류의 음식, 즉석요리와 다양한 음료, 신속한 서비스와 만족스런 사람들의 표정. 그러나 문을 나서는 순간 뿌듯한 포만감이 아니라 잔뜩 먹었는데 뭘 먹었는지 알 수 없는 허전함.
이 책은 결국 비범한 성취와 행복으로 이끄는 조건, 과정, 방법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두루 살피고 있다. 의사결정과정, 인간관계, 학습, 재산, 문화, 지능, 자기통제력, 실수, 집단사고, 도덕, 본능, 정서 등 두 주인공의 생활을 통해 다른 자기계발서와 달리 실제 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생한 현장감은 미국사회의 가장 화려한 면을 부각시키며 기회의 땅에서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그것이 삶의 목표와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1%의 행복에 도전하는 이 책은 2011년 미국사회를 뒤덮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피로가 극대화되고 있는 99%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1%가 아니라 99%를 위한 세상을 고민할 시점에 1%의 삶을 꿈꾸며 그것이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 안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난감하다. 나쁜 책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하지는 않고 싶은 애매~한 책이다.
2012010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