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 메디치 WEA 총서 4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왜 필요할까.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가장 충격적인 전쟁에 대한 경험도 개인에 따라 다르고 그 의미는 더더욱 같지 않다. 국가와 민족마다 기록도 마찬가지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하는데 이의가 없다. 권력 쟁탈에 실패한 자, 패전국의 이야기는 묻히기 마련이다. 개인도 국가도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선택적 기억뿐 아니라 오해와 소문이 겹치면 사실fact는 사라지고 진실truth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

 

김시덕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는 서술 방식과 내용 전달 방법이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책이다. 연구자의 결과물은 논문의 형태로 일반에게 읽힐 목적의 과 구별되어야 한다. 그래서 ○○연구소, ○○대학교에 적을 둔 사람들의 책은 대체로 노잼이라는 편견이 생겼다. 아카데미즘의 울타리를 넘어 저널리즘의 세계로 진입하려면 하얀 가운을 벗고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챙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학벌과 현직을 믿고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 읽기 시작하면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대개 그러하다. 내용이 허접하고 별 볼일 없다는 평가가 아니다. 읽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항변이라면 할 말 없다. 너의 선구안을 반성하라면 그도 할 말 없다. 그래서 연구 결과물, 학문적 성과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자는 언제나 출판시장에서 환영받는 저자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벌어졌다. 16세기 중반부터 오백년간 벌어진 동아시아의 생존경쟁과 권력다툼은 국가가 전쟁 혹은 민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이 책은 일본을 중심으로 조선과 중국, 러시아, 타이완 등 유라시아의 전쟁사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인 인명과 지명이 수업이 등장하고 일본의 국내 사정을 사정이 인용된 자료를 통해 상세히 제시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지극히 개인적인으로 놀랄 일은 나의 무지無知. 익숙하지만 가본 적 없는 오키나와, 이오지마 섬의 위치를 구글 지도에서 확인하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역사는 시간공간의 좌표축 위에서 3D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2D는커녕 겨우 시간의 흐름만 줄줄 꿰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르 강과 사할린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러시아의 충돌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벌어졌는지 다시 확인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정 위치가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공간적 위치와 거리가 새삼스러웠다. 확대, 축소가 자유자재로 가능하고 해양과 대륙의 높낮이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구글 지도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세계지리부도지구본이 전부였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점점 높아지는데 디지털로 확보된 자료를 읽어내는 눈과 파편화된 정보 사이를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은 점점 낮아지는 건 아닌지.

 

한국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 북한과 중국, 미국과 일본의 역학관계가 초미의 관심사다. 저자가 가진 관점이 옳다고 볼 수는 없으나 역사적 안목이 필요한 부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힘의 논리, 각국의 역학 관계는 이제 한두 가지 요소로 환원될 수 없는 시대다. 위아래로, 안팎으로 깊고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갈 길은 멀고 날은 금세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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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각국의 교류 양상을 이해하고 얽힌 역사적 관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정수일의 한국 속의 세계 (), ()가 좋다. 키워드로 읽는 동아시아도 여러 사람의 지혜를 빌릴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최근에 나올 신간 동아시아 지식인의 대화, 김소영 편,현실문화연구, 2018.03.30동아시아 고전의 이해, 문현주 외, 경상대학교출판부, 2018.02.28.이 기대된다. 어렵지 않게 서술된 다음 책들도 동아시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미래를 여는 역사,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 한겨레출판, 2005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박노자, 한겨레출판, 2007

동아시아의 역사 1~3, 동북아역사재단, 2011

키워드로 읽는 동아시아, 신윤환 외, 이매진, 2011

동아시아를 만든 열 가지 사건, 아사히신문취재반, 창비, 2008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박태균 외, 창비, 2011

우리 안의 타자 동아시아, 김만수 외, 인하대학교한국학연구소, 2011

세계의 중심 동아시아의 역사, 워렌 코헨, 일조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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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토 2018-06-20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리뷰, 좋은 정보 매번 잘 읽고 갑니다~!

sceptic 2018-06-23 00: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