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를 던지다 - 왕들의 살인과 다산의 탕론까지 고전과 함께 하는 세상 읽기
강명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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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탁오는 어떤 진리도 스스로 자신만이 진리라고 주장할 때 그 진리는 더는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통렬하게 지적한 것이다. - P. 76

  ‘진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세상에 객관이 존재하지 않듯이 진리는 현실밖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신념과 진리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밖에 없으며 어떤 사람도 그것을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에 비추어 보아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다수결과 다르다. 잘못된 법과 제도가 통용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이 전근대 사회에서는 자연스런 사회 현상이었지만 그것을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폭넓은 안목과 미래지향적인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최선의 가치일 수 없듯이 자유경쟁과 자본의 논리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고 해서 미래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강명관의 <시비를 던지다>는 조선 사회를 통해 21세기 한국사회를 조망하고 있다. 한학자인 저자는 조선시대를 학문적 관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밝혀보지 않는다면 지식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처한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또 그것을 만족스럽게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위해 역사가 필요하고 선인들의 글을 도구로 삼았다.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의 학문적 열정을 통해 바라본 21세기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선별하여 제공하는 글이지만 오늘에 되새겨 볼 만한 글을 읽다보면 책은 우리에게 영원한 길잡이며 삶의 교훈과 미래에 대한 지혜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전체 4부로 나누어 노비와 비정규직을 비교하고 역대 왕들의 행적을 돌아보며, 학문적 진리를 논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선조들의 고민을 살펴본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매일 일어나 숨 쉬고 살아가는 일상이 편리해졌지만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변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도 과거제도가 공평하게 치러지지 않았고 21세기 수능도 공평한 경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의 폐단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권력에 의해 억압되었으며 탐관오리와 지방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지배층의 백성 훈육과 입시에 짓눌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꾼다.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몸부림치고 있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내일을 꿈꾼다. 하지만 소통과 어울림은 요원하기만하다. 그들만의 세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백성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나는 국민이란 명사를 들을 때면, 백성이란 명사가 떠오른다. 백성이 사실상 멸시받는 ‘상것’의 현실을 덮고 있는 호사스런 말이었던 것처럼, 국민이란 명사는 다른 어떤 명사를 그 속에 덮고 있는가. - P. 93

분명한 것은 돈과 권력, 학벌과 인척관계로 결합한 극소수 귀족층의 한국 사회 지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지, 외국 국적을 가진 자녀를 두고 있는지, 왜 특정 대학 출신들인지 묻는 것조차 이제는 어리석다. 이런 속성의 ‘고소영’과 ‘강부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21세기 대한민국은 정확하게 19세기 조선의 연장이다. 세상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 P. 118

“일제고사 좋아하네!”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산의 <하일대주(夏日對酒)>의 한 구절이 또렷이 떠올랐다. “그들만이 재상이 되고, 그들만이 판서와 감사가 되고, 그들만이 승자가 되고 그들만이 헌관(憲官)이 되네.” - P. 274

  부정적 시각과 비판적 안목은 구별되어야 한다.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 무모함이 영원할 수는 없다. 국민과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먼 안목으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삶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다.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과 독단으로 결정된 일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놓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념과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뼈아픈 충고와 자기반성의 시간을 촉구한다. 멀지않은 과거였던 조선시대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비춰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수많은 고민들은 어쩌면 얼마 전 선조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발짝만 비껴서서 스스로를 돌아보자. 나의 믿음과 진리에 시비를 걸어볼 시간이다.


09090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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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재구성
하지현 지음 / 궁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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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진정한 죽음은 망각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 존재는 소멸하고 만다. 육체적 죽음과 별개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의미망에서 잊혀지면 그 사람은 비로소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거꾸로 살아있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을 온전한 사람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 삶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나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또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되기도 한다. 가족, 학교, 직장, 지역사회, 동호회, 각종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곧 한 사람의 삶이고 그 사람의 정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은 누구나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1차적 관계도 있고 직장동료 같은 사회적 관계도 맺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관계가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 관계 안에서 충만한 사랑과 행복을 찾기도 하고 인생의 비극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현의 『관계의 재구성』은 바로 이런 관계들을 조망해 보는 책이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관계망 속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우리의 삶은 큐브의 한 조각과 같다. 상하, 좌우 서로 다른 색을 맞추고 정확한 위치를 찾아 제 몫을 해내야 한다. 변신로봇처럼 대상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페르소나를 통해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힘겨울 때가 많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피할 수 없는 관계 양상들을 점검하고 그 관계의 특징들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상처받는 이유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먼저 그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살펴보자. 우리 인생의 출발인 부모와의 관계다. 유년기에 맺은 부모와의 관계는 일생을 지배한다. 최초의 신뢰 대상이며 세상을 보는 창의 역할을 하는 부모는 나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의 기초를 형성한다. 형제라는 거울을 통해 다양한 페르소나를 익히고 친구를 통해 비밀을 공유하며 나의 또 다른 자아를 확인한다. 성장한 후에는 결혼을 통해 부부라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관계를 형성한다. 인생의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나는 중년에 일어나는 제 2의 사춘기는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남은 후반생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렇게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사랑, 공감, 후회, 상실 등 다양한 감정을 통해 기쁨과 행복, 좌절과 절망을 경험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한 인간은 성장하며 삶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된다. 따라서 ‘관계’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시작이며 결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관계와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본다. 상황에 따라 또는 나이에 따라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그 관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확인해준다. 우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들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이 문제를 풀어가는 도구로 사용한 것은 ‘영화’다. 그는 영화감독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굿 윌 헌팅>,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통해 유년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확인하고 <스타워즈>와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정체를 밝힌다. <냉정과 열정 사이>, <봄날은 간다>는 사랑과 돌봄의 차이를 밝히는 도구가 되며, <나비효과>, <박하사탕>을 통해 후회라는 감정을 다룬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아들의 방>은 영원한 이별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인 상실이 주는 고통을 말해준다. 이 밖에도 다양한 영화 속의 관계를 빌려 실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관계 양상을 설명한다. 때로는 동일시를 통해 또 때로는 감정이입을 통해 울고 웃었던 영화들을 재해석하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항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관계 맺을 사람들에 대해 간접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비록 영화 속 인물이지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거나 유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을 읽는 동안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듯 그 원리와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나를 알고 타인과의 관계 양상을 파악하면 주어진 숙명을 이해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09082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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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유혹 수학의 유혹 2
강석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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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지금까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같이 증명을 해보았다. 그 증명 과정이 너무나 간결하니까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잘 간직하길 바란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가슴, 이 증명을 외우라는 뜻이 아니라 그 느낌을 잘 간직하라는 뜻이다. - P. 280

  수학은 아름답다. 아니, 질서와 규칙은 매혹적이다. 시험에서 벗어나 바라본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연의 조화와 신비는 인간을 충분히 유혹할 만하다. 대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우리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그 비밀을 풀어내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수학이야말로 “전 우주를 통해 통용될 수 있는 ‘범우주적(universal)’ 언어다(영화 <콘택트>에서 조디포스터의 대사)”라는 말에 공감한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사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은 수리적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단 하루도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 날이 없다. 시계를 보며 학교나 직장에 갈 준비를 하고 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계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공부나 시험에서 벗어나 생활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 수학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ㅐ도로 수학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강석진의 『수학의 유혹』은 우리를 유혹한다. 저자는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학문인지 보여주기 위해 신명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 저자의 열정과 노력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 책은 어떤 수학책보다도 저자의 수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묻어나는 책이다. 흥미위주의 생활 수학 이야기가 아니라 본격적인 수학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다. 수학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오랜 시간 수학에 미쳐 살아온 저자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수학의 재미를 느끼고 어느덧 수학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다.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하드 3>에서 목숨을 걸고 수학문제를 푼다. 공원의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4갤런의 물을 올려놓아야 하는데 물통은 3갤런 짜리와 5갤런 짜리 2개다. 주어진 시간은 5분! 여러분도 이 문제를 풀어보자. 두 가지 방법이 있으니 목숨이 걸렸다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 풀지 못한 사람은 <다이하드 3>을 보거나, 이 책을 읽거나!

  저자는 수학이 멋있는 이유는 엄밀하고 자유롭고 실용적이기 때문에 멋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수학은 우리가 설명하진 못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반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문제는 어렵다는 선입견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한다. 때로는 주변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며칠씩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수학자들이 철학자였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생각하는 방법과 수학은 연결시키지 못한다. 수학적 사고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절차적인 사유 방법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서 수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시켜주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내면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공식과 계산에 얽매이지 말고 조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수학을 즐겨보겠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이 책은 중학생 수준 정도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직접 연결되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고 고등학생이라면 수학의 원리와 기초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에나와 알렉산드리아의 나무 막대기의 그림자 때문에 지구가 둥글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구의 크기까지 측정했던 에라스토테네스를 토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에라스토테네스가 실험 결과와 수학적 추론을 통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수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강의에서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가장 큰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거울이다. 수학이라는 거울에 우리의 지식과 믿음의 여러 가지 모습을 비추어보면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들의 참모습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수학은 이렇게 우리 인생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다. - P. 219

  이 말을 듣고 내가 내린 결론은 미친 사람들은 통한다는 것이다. 수학이 아니라 어떤 학문이 그렇지 않겠는가? 수학을 우리 인생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즐기고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우리 모두 수학에 미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09082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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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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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경제학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의 노예가 되어 산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경제라는 말은 학문적인 개념과 좀 다르기는 하다. ‘돈’과 관련된 모든 일을 경제와 관련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돈과 무관하진 않지만 대안을 제시하거나 합리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왔지만 경제라는 괴물은 여전히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한 대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다. 아니, 알든 모르든 우리 모두는 매일 매일 경제 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물건을 사고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광고를 클릭하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든 행위가 그렇다. 살기 위해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적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인간은 경제 행위의 주체다. 수많은 이론과 그래프와 수식이 동원되어 실물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데 경제학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경제학도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생각보다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경제인’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이론과 다른 현상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경제학적 개념이나 용어, 현상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보다 행위의 주체인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모습이 21세기의 인간이 아닌가 싶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판단의 밑바닥에는 ‘돈’이 놓여 있는 현대인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경제학에 대해 찬찬히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안내서다. 고등학교 경제나 사회시간에 다루어지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외국어처럼 들어만 보았던 용어들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유시민은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으로 자처하는 사람이다. 이 책이 나오고 정권이 바뀌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경제학 지식과 소신이 어떻게 현실에 접목되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어보자. 이제는 정치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간섭현상이 일어나겠지만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읽어도 이 책은 경제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논리와 직관력을 갖춘 필자다. 어떤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합리성이다.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감정적이거나 아전인수식이라면 독자들은 이 책을 스테디셀러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문장과 더불어 적절한 비유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최대한 경제학 용어와 이론들을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머리가 아프다. 저자는 알기 쉽고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것을 잘 극복해냈다. 다른 경제학 입문서와 구별되는 이 책의 특징이다.

  또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다양하게 다루어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먼저 경제 행위의 주체인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과 시장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쉽게 읽히고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장 시장과 국가는 신문 경제면을 떠올리면 된다. 뉴스와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우리가 잘못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부분은 없는지 돌아 보게 된다. 3장 시장과 세계는 최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알고 넘어가야할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한 내용이다.

  시의성 있는 사례들은 그 결과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든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과 이론적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부에서 3부까지 범위를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지만 꼭 순서대로 읽거나 각 장들을 모두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 보자.


090823-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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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모험 - 수학공부가 즐거워지는 20가지 이야기
안나 체라솔리 지음, 구현숙 옮김, 주소연 감수 / 북로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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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면 결코 우울한 과목이 아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과와 이과로 일단 계열을 분리한다.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과목을 결정하고 수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전공 영역의 제한을 받는다. 물론 교차 지원이 가능한 학교도 있지만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이른 시기에 전공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결정적인 기준은 ‘수학’이다. 수학에 대한 관심 정도와 성적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공부 방법이나 교육과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으나 학생들은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문제해결 과정을 배우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숫자와 계산에 앞서 생활 속의 실험이나 재미있는 문제 풀이 과정으로 수학을 접근하고 있는 책이 안나 체라솔리의 『수의 모험』 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 5~6학년 정도면 이해 가능하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수학은 재미있고 즐거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 줄 수 있다.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손자 필로의 수학적 상상력을 키워주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전직 수학교사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생활 속에서 수학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 방법과 단계별 학습 전략이 가장 필요한 과목이 수학이다. 수학은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과 위치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공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과목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먼저 찾아보자. 끝없이 나열된 숫자와 공식으로만 접근할 때 수학은 내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줄 수 있는 과목이 수학이다.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문 분야다. 어렵고 딱딱한 과목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차근차근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십진법의 기원부터 0의 개념, 피보나치 수열, 무리수의 발견, 피타고라스 정리, 황금분할, 원주율, 프랙탈 도형 등 익숙하고 기본적인 수학적 사실들의 기원과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과정이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 때문에 고민하는 수학선생님의 모습과 유사하다. 할아버지의 친절한 설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수학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버릴 수 있다. 누구나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덧셈, 뺄셈만 할 줄 알면 일상생활에서 지장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상이 수학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이 조금 쉽다고 생각되거나 다음 단계의 책을 원하면 박경미의 『수학콘서트』나 『수학은 아름다워1~2』를 권한다. 『수학콘서트』는 소수, 행렬, 확률, 로그, 미분 등 수학의 원리를 직접 설명하는 내용과 암호, 바코드, 달력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생활 속의 수학적 원리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수학은 아름다워1~2』는 수학선생님 세분이 함께 지은 책으로 숫자, 대수, 기하학으로 나누어 분야별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어떤 책으로 수학에 접근하든지 중요한 것은 수학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흥미가 목적이다. 본격적으로 수학이라는 학문에 몰입하기 전에 몸풀기라고 생각하자. 수학은 ‘수학의 정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훈련을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가 된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이제부터 재미있는(?) 수학 공부 좀 해볼까?

 

09082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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