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유혹 수학의 유혹 2
강석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지금까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같이 증명을 해보았다. 그 증명 과정이 너무나 간결하니까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잘 간직하길 바란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가슴, 이 증명을 외우라는 뜻이 아니라 그 느낌을 잘 간직하라는 뜻이다. - P. 280

  수학은 아름답다. 아니, 질서와 규칙은 매혹적이다. 시험에서 벗어나 바라본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연의 조화와 신비는 인간을 충분히 유혹할 만하다. 대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우리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그 비밀을 풀어내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수학이야말로 “전 우주를 통해 통용될 수 있는 ‘범우주적(universal)’ 언어다(영화 <콘택트>에서 조디포스터의 대사)”라는 말에 공감한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사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은 수리적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단 하루도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 날이 없다. 시계를 보며 학교나 직장에 갈 준비를 하고 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계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공부나 시험에서 벗어나 생활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 수학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ㅐ도로 수학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강석진의 『수학의 유혹』은 우리를 유혹한다. 저자는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학문인지 보여주기 위해 신명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 저자의 열정과 노력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 책은 어떤 수학책보다도 저자의 수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묻어나는 책이다. 흥미위주의 생활 수학 이야기가 아니라 본격적인 수학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다. 수학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오랜 시간 수학에 미쳐 살아온 저자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수학의 재미를 느끼고 어느덧 수학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다.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하드 3>에서 목숨을 걸고 수학문제를 푼다. 공원의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4갤런의 물을 올려놓아야 하는데 물통은 3갤런 짜리와 5갤런 짜리 2개다. 주어진 시간은 5분! 여러분도 이 문제를 풀어보자. 두 가지 방법이 있으니 목숨이 걸렸다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 풀지 못한 사람은 <다이하드 3>을 보거나, 이 책을 읽거나!

  저자는 수학이 멋있는 이유는 엄밀하고 자유롭고 실용적이기 때문에 멋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수학은 우리가 설명하진 못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반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문제는 어렵다는 선입견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한다. 때로는 주변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며칠씩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수학자들이 철학자였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생각하는 방법과 수학은 연결시키지 못한다. 수학적 사고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절차적인 사유 방법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서 수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시켜주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내면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공식과 계산에 얽매이지 말고 조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수학을 즐겨보겠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이 책은 중학생 수준 정도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직접 연결되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고 고등학생이라면 수학의 원리와 기초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에나와 알렉산드리아의 나무 막대기의 그림자 때문에 지구가 둥글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구의 크기까지 측정했던 에라스토테네스를 토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에라스토테네스가 실험 결과와 수학적 추론을 통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수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강의에서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가장 큰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거울이다. 수학이라는 거울에 우리의 지식과 믿음의 여러 가지 모습을 비추어보면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들의 참모습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수학은 이렇게 우리 인생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다. - P. 219

  이 말을 듣고 내가 내린 결론은 미친 사람들은 통한다는 것이다. 수학이 아니라 어떤 학문이 그렇지 않겠는가? 수학을 우리 인생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즐기고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우리 모두 수학에 미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09082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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