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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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경제학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의 노예가 되어 산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경제라는 말은 학문적인 개념과 좀 다르기는 하다. ‘돈’과 관련된 모든 일을 경제와 관련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돈과 무관하진 않지만 대안을 제시하거나 합리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왔지만 경제라는 괴물은 여전히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한 대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다. 아니, 알든 모르든 우리 모두는 매일 매일 경제 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물건을 사고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광고를 클릭하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든 행위가 그렇다. 살기 위해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적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인간은 경제 행위의 주체다. 수많은 이론과 그래프와 수식이 동원되어 실물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데 경제학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경제학도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생각보다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경제인’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이론과 다른 현상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경제학적 개념이나 용어, 현상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보다 행위의 주체인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모습이 21세기의 인간이 아닌가 싶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판단의 밑바닥에는 ‘돈’이 놓여 있는 현대인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경제학에 대해 찬찬히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안내서다. 고등학교 경제나 사회시간에 다루어지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외국어처럼 들어만 보았던 용어들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유시민은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으로 자처하는 사람이다. 이 책이 나오고 정권이 바뀌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경제학 지식과 소신이 어떻게 현실에 접목되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어보자. 이제는 정치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간섭현상이 일어나겠지만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읽어도 이 책은 경제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논리와 직관력을 갖춘 필자다. 어떤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합리성이다.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감정적이거나 아전인수식이라면 독자들은 이 책을 스테디셀러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문장과 더불어 적절한 비유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최대한 경제학 용어와 이론들을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머리가 아프다. 저자는 알기 쉽고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것을 잘 극복해냈다. 다른 경제학 입문서와 구별되는 이 책의 특징이다.

  또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다양하게 다루어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먼저 경제 행위의 주체인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과 시장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쉽게 읽히고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장 시장과 국가는 신문 경제면을 떠올리면 된다. 뉴스와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우리가 잘못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부분은 없는지 돌아 보게 된다. 3장 시장과 세계는 최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알고 넘어가야할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한 내용이다.

  시의성 있는 사례들은 그 결과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든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과 이론적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부에서 3부까지 범위를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지만 꼭 순서대로 읽거나 각 장들을 모두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 보자.


090823-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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