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재구성
하지현 지음 / 궁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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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진정한 죽음은 망각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 존재는 소멸하고 만다. 육체적 죽음과 별개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의미망에서 잊혀지면 그 사람은 비로소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거꾸로 살아있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을 온전한 사람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 삶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나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또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되기도 한다. 가족, 학교, 직장, 지역사회, 동호회, 각종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곧 한 사람의 삶이고 그 사람의 정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은 누구나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1차적 관계도 있고 직장동료 같은 사회적 관계도 맺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관계가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 관계 안에서 충만한 사랑과 행복을 찾기도 하고 인생의 비극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현의 『관계의 재구성』은 바로 이런 관계들을 조망해 보는 책이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관계망 속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우리의 삶은 큐브의 한 조각과 같다. 상하, 좌우 서로 다른 색을 맞추고 정확한 위치를 찾아 제 몫을 해내야 한다. 변신로봇처럼 대상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페르소나를 통해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힘겨울 때가 많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피할 수 없는 관계 양상들을 점검하고 그 관계의 특징들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상처받는 이유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먼저 그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살펴보자. 우리 인생의 출발인 부모와의 관계다. 유년기에 맺은 부모와의 관계는 일생을 지배한다. 최초의 신뢰 대상이며 세상을 보는 창의 역할을 하는 부모는 나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의 기초를 형성한다. 형제라는 거울을 통해 다양한 페르소나를 익히고 친구를 통해 비밀을 공유하며 나의 또 다른 자아를 확인한다. 성장한 후에는 결혼을 통해 부부라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관계를 형성한다. 인생의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나는 중년에 일어나는 제 2의 사춘기는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남은 후반생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렇게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사랑, 공감, 후회, 상실 등 다양한 감정을 통해 기쁨과 행복, 좌절과 절망을 경험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한 인간은 성장하며 삶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된다. 따라서 ‘관계’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시작이며 결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관계와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본다. 상황에 따라 또는 나이에 따라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그 관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확인해준다. 우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들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이 문제를 풀어가는 도구로 사용한 것은 ‘영화’다. 그는 영화감독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굿 윌 헌팅>,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통해 유년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확인하고 <스타워즈>와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정체를 밝힌다. <냉정과 열정 사이>, <봄날은 간다>는 사랑과 돌봄의 차이를 밝히는 도구가 되며, <나비효과>, <박하사탕>을 통해 후회라는 감정을 다룬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아들의 방>은 영원한 이별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인 상실이 주는 고통을 말해준다. 이 밖에도 다양한 영화 속의 관계를 빌려 실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관계 양상을 설명한다. 때로는 동일시를 통해 또 때로는 감정이입을 통해 울고 웃었던 영화들을 재해석하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항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관계 맺을 사람들에 대해 간접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비록 영화 속 인물이지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거나 유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을 읽는 동안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듯 그 원리와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나를 알고 타인과의 관계 양상을 파악하면 주어진 숙명을 이해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09082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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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유혹 수학의 유혹 2
강석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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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까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같이 증명을 해보았다. 그 증명 과정이 너무나 간결하니까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잘 간직하길 바란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가슴, 이 증명을 외우라는 뜻이 아니라 그 느낌을 잘 간직하라는 뜻이다. - P. 280

  수학은 아름답다. 아니, 질서와 규칙은 매혹적이다. 시험에서 벗어나 바라본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연의 조화와 신비는 인간을 충분히 유혹할 만하다. 대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우리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그 비밀을 풀어내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수학이야말로 “전 우주를 통해 통용될 수 있는 ‘범우주적(universal)’ 언어다(영화 <콘택트>에서 조디포스터의 대사)”라는 말에 공감한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사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은 수리적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단 하루도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 날이 없다. 시계를 보며 학교나 직장에 갈 준비를 하고 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계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공부나 시험에서 벗어나 생활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 수학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ㅐ도로 수학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강석진의 『수학의 유혹』은 우리를 유혹한다. 저자는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학문인지 보여주기 위해 신명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 저자의 열정과 노력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 책은 어떤 수학책보다도 저자의 수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묻어나는 책이다. 흥미위주의 생활 수학 이야기가 아니라 본격적인 수학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다. 수학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오랜 시간 수학에 미쳐 살아온 저자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수학의 재미를 느끼고 어느덧 수학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다.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하드 3>에서 목숨을 걸고 수학문제를 푼다. 공원의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4갤런의 물을 올려놓아야 하는데 물통은 3갤런 짜리와 5갤런 짜리 2개다. 주어진 시간은 5분! 여러분도 이 문제를 풀어보자. 두 가지 방법이 있으니 목숨이 걸렸다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 풀지 못한 사람은 <다이하드 3>을 보거나, 이 책을 읽거나!

  저자는 수학이 멋있는 이유는 엄밀하고 자유롭고 실용적이기 때문에 멋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수학은 우리가 설명하진 못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반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문제는 어렵다는 선입견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한다. 때로는 주변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며칠씩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수학자들이 철학자였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생각하는 방법과 수학은 연결시키지 못한다. 수학적 사고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절차적인 사유 방법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서 수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시켜주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내면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공식과 계산에 얽매이지 말고 조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수학을 즐겨보겠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이 책은 중학생 수준 정도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직접 연결되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고 고등학생이라면 수학의 원리와 기초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에나와 알렉산드리아의 나무 막대기의 그림자 때문에 지구가 둥글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구의 크기까지 측정했던 에라스토테네스를 토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에라스토테네스가 실험 결과와 수학적 추론을 통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수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강의에서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가장 큰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거울이다. 수학이라는 거울에 우리의 지식과 믿음의 여러 가지 모습을 비추어보면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들의 참모습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수학은 이렇게 우리 인생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다. - P. 219

  이 말을 듣고 내가 내린 결론은 미친 사람들은 통한다는 것이다. 수학이 아니라 어떤 학문이 그렇지 않겠는가? 수학을 우리 인생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즐기고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우리 모두 수학에 미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09082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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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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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경제학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의 노예가 되어 산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경제라는 말은 학문적인 개념과 좀 다르기는 하다. ‘돈’과 관련된 모든 일을 경제와 관련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돈과 무관하진 않지만 대안을 제시하거나 합리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왔지만 경제라는 괴물은 여전히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한 대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다. 아니, 알든 모르든 우리 모두는 매일 매일 경제 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물건을 사고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광고를 클릭하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든 행위가 그렇다. 살기 위해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적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인간은 경제 행위의 주체다. 수많은 이론과 그래프와 수식이 동원되어 실물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데 경제학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경제학도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생각보다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경제인’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이론과 다른 현상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경제학적 개념이나 용어, 현상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보다 행위의 주체인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모습이 21세기의 인간이 아닌가 싶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판단의 밑바닥에는 ‘돈’이 놓여 있는 현대인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경제학에 대해 찬찬히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안내서다. 고등학교 경제나 사회시간에 다루어지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외국어처럼 들어만 보았던 용어들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유시민은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으로 자처하는 사람이다. 이 책이 나오고 정권이 바뀌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경제학 지식과 소신이 어떻게 현실에 접목되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어보자. 이제는 정치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간섭현상이 일어나겠지만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읽어도 이 책은 경제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논리와 직관력을 갖춘 필자다. 어떤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합리성이다.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감정적이거나 아전인수식이라면 독자들은 이 책을 스테디셀러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문장과 더불어 적절한 비유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최대한 경제학 용어와 이론들을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머리가 아프다. 저자는 알기 쉽고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것을 잘 극복해냈다. 다른 경제학 입문서와 구별되는 이 책의 특징이다.

  또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다양하게 다루어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먼저 경제 행위의 주체인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과 시장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쉽게 읽히고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장 시장과 국가는 신문 경제면을 떠올리면 된다. 뉴스와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우리가 잘못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부분은 없는지 돌아 보게 된다. 3장 시장과 세계는 최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알고 넘어가야할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한 내용이다.

  시의성 있는 사례들은 그 결과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든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과 이론적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부에서 3부까지 범위를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지만 꼭 순서대로 읽거나 각 장들을 모두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 보자.


090823-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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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모험 - 수학공부가 즐거워지는 20가지 이야기
안나 체라솔리 지음, 구현숙 옮김, 주소연 감수 / 북로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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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면 결코 우울한 과목이 아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과와 이과로 일단 계열을 분리한다.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과목을 결정하고 수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전공 영역의 제한을 받는다. 물론 교차 지원이 가능한 학교도 있지만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이른 시기에 전공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결정적인 기준은 ‘수학’이다. 수학에 대한 관심 정도와 성적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공부 방법이나 교육과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으나 학생들은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문제해결 과정을 배우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숫자와 계산에 앞서 생활 속의 실험이나 재미있는 문제 풀이 과정으로 수학을 접근하고 있는 책이 안나 체라솔리의 『수의 모험』 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 5~6학년 정도면 이해 가능하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수학은 재미있고 즐거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 줄 수 있다.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손자 필로의 수학적 상상력을 키워주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전직 수학교사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생활 속에서 수학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 방법과 단계별 학습 전략이 가장 필요한 과목이 수학이다. 수학은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과 위치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공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과목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먼저 찾아보자. 끝없이 나열된 숫자와 공식으로만 접근할 때 수학은 내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줄 수 있는 과목이 수학이다.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문 분야다. 어렵고 딱딱한 과목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차근차근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십진법의 기원부터 0의 개념, 피보나치 수열, 무리수의 발견, 피타고라스 정리, 황금분할, 원주율, 프랙탈 도형 등 익숙하고 기본적인 수학적 사실들의 기원과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과정이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 때문에 고민하는 수학선생님의 모습과 유사하다. 할아버지의 친절한 설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수학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버릴 수 있다. 누구나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덧셈, 뺄셈만 할 줄 알면 일상생활에서 지장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상이 수학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이 조금 쉽다고 생각되거나 다음 단계의 책을 원하면 박경미의 『수학콘서트』나 『수학은 아름다워1~2』를 권한다. 『수학콘서트』는 소수, 행렬, 확률, 로그, 미분 등 수학의 원리를 직접 설명하는 내용과 암호, 바코드, 달력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생활 속의 수학적 원리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수학은 아름다워1~2』는 수학선생님 세분이 함께 지은 책으로 숫자, 대수, 기하학으로 나누어 분야별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어떤 책으로 수학에 접근하든지 중요한 것은 수학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흥미가 목적이다. 본격적으로 수학이라는 학문에 몰입하기 전에 몸풀기라고 생각하자. 수학은 ‘수학의 정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훈련을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가 된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이제부터 재미있는(?) 수학 공부 좀 해볼까?

 

09082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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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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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조상은 왜 두 발로 걸었을까? 인간 진화의 주역은 남성 사냥꾼인가, 여성 채집가인가? 백인은 가장 진화된 인종일까? 일부일처제가 가장 합리적인 결혼제도일까? 인종, 종족 그리고 민족이란 무엇인가? 왜 먹고 살만큼만 일하면 안 되나? 종교는 정치에 어떻게 이용되었을까?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수많은 질문들 중에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인류학자다. 쉽게 말해서 문화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습관을 가리킨다. 종족마다 생각이 다르고 지역마다 생활습관이 전혀 다르다. 문화에는 우열은 없으며 차이만 있을 뿐이다. 차별과 차이가 다르다. 우리 혹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문화를 우습게 보는 것은 정말 우스운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고리타분한 ‘인류학’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류학은 흥미진진한 분야다.

  21세기의 한국인을 위한 ‘문화인류학’ 입문서를 지향한다는 취지아래 여러 명의 인류학자가 공동 작업을 해서 펴낸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어떤 학문분야든 이론과 개념에 대한 지루한 설명 그리고 연구 방법론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개론서와 전문서적들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찾아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 생활에서 빈번하게 부딪치는 문제들이나 막연한 호기심을 해결해 준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배운 대로 본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 P. 22

  이 책은 14장으로 나누어 문화가 무엇인지부터 인간의 진화, 여성과 남성, 혼인과 가족, 경제, 정치, 차별, 몸, 아름다움, 종교, 역사, 세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문화인류학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어렵고 개념적인 설명을 다룬 책이 아니라 인류의 실제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문화의 기원과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 곳곳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우리를 비교한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저절로 답이 나온다. 우리가 생활하는 방식과 사소한 생각의 차이는 모두 사회화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어떠한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다른 문화와 대면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문화적 가치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자신의 삶의 방식이 유일하고도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문화상대주의는 때때로 고통과 혼란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다른 문화와의 대면은 성장 과정에서 무뎌지거나 억압되었던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과 감수성을 회복시켜 준다. 즉, 자기 문화를 보다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 P. 30

  개고기를 먹는다고 우리를 욕하는 프랑스의 여배우나 손으로 밥을 먹는 외국인 노동자를 비웃는 우리들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견 덩어리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상대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나도 인정받기 힘든 것이다.

  문화는 집단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마다 풍습이 조금씩 다르듯이 이 넓은 지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상대주의는 단순한 지식과 이해의 수준을 넘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삶의 자세다.

 이 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문화’라는 동일한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화인류학회에서 공동 작업을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데 빈 말이 아니다.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나 타문화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우리를 낯설게 바라보고 우리의 선택이 최선인지 확인하는 것이 인류학이다. 문화인류학은 다른 문화를 통해 우리 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꼼꼼히 살펴보자. 바로 그 안에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또 다른 누군가에 얼마나 신기하고 낯설게 느껴질까 생각해보자. 세상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고 다양한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읽히고 싶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의 경험 세계의 차이를 꼼꼼하게 되짚어 보는 훈련은 인류학자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 P. 291


09082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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