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클래식 1기쁨 (양장 특별판)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김재용 옮김 / 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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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마스크를 끼고 밖으로 나갔다.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확진자수도 좀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조금씩 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백신 수습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문득 우리가 인류 최후의 세대가 되는 건 아닌가라는 망상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사방은 봄이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오늘(3월 31일)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생일이다. 책상 옆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는 1일1클래식을 펼쳐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내 인생에 빛으로 찾아온 그에게 생을 마치는 그날까지 열렬한 감사를 보내고자 한다. 그의 음악이 수록된 음반을 틀자. 음악에 관한 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선사한 그를 위해 축배를 들자.


바흐의 음악을 듣자 마음이 조금은 안정을 찾는다. 종교와 상관없이 그야말로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이다.


J S Bach Jesus bleibet meine Freude BWV 147 Ton Koopman 480p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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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씨가 고양이 다홍이를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친 반려견이나 반려묘에 관심이 생긴 터라 주의 깊게 보았다. 평소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그가 직접 키우게 된 계기가 궁금해서다. 


그러다 소식을 들었다. 매니저 역할을 하던 친형이 약 30년 동안 동생에게 재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황당했다. 일이년도 아니고 그렇게 오랫동안. 밝혀진 상황도 엉뚱했다. 착한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려고 당연히 자신 소유라고 믿었던 건물의 실소유자를 알아보니 형이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사건이 전개되면서 더 밝혀지겠지만 일단 박수홍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으리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형이. 


더욱 공감이 되는 이유는 우리 가족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형제 중 둘째였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단 한 푼의 상속도 받지 못했다. 형, 곧 큰 아버지가 미리 선산을 포함한 재산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예순 초반에 돌아가신 것도 그 때 얻는 화병이 큰 역할을 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당연히 그 집안과는 남남이 되었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그만큼 가족이야말로 믿고 의지할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관계가 파국을 몰고 오기도 한다. 가족 가운데 한 명이 가장 노릇을 할 때는 더욱 도드라진다. 나머지 식구 모두 그를 돈줄로 여기고 뜯어 먹기에 바쁘다. 행여 불만을 표시하려고 하면 돈 좀 번다고 유세하냐면서 윽박지른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부모행세를 하거나 형 혹은 동생이 없었으면 너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다그친다. 


어쩌면 박수홍씨는 본인 스스로도 잘못된 길임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의심을 하는 순간 가족은 깨진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겠지. 그래서 끝까지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단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족 간 거래는 증여로 추정한다. 돈을 주는 순간 영영 돌려받을 수 없다.   


덧붙이는 말


물론 법인을 상대로 한 반환소송은 경우가 다르다. 그럼에도 돈을 돌려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준다고 하더라도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와 더 나아가 가족 붕괴는 막을 수가 없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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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는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다. 


위인전은 가장 읽기 싫은 책이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과연 글처럼 영웅이었는지부터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국가에 충성, 부모에 효도라는 철칙에 어긋나는 전기는 거의 없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정 인물을 내세울 경우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미화하고픈 욕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불행하게도 마담 퀴리도 이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그려냈다는 점은 높게 사고 싶다. 사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의 업적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방사선을 발견했다는 정도. 영미계통이라고 해서 별 차이는 없다. 도리어 그들 세계에서 퀴리는 남편과 사별하고 바람을 피운 여인으로 취급받았다. 조선시대 열녀상열지사가 따로 없다. 영화는 과학적 내용을 다루기보다 퀴리를 둘러싼 시대와 그가 진정 사랑했던 남자에 집중하고 있다. 여자이기에 제대로 과학자 대접을 받지 못했던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사진 출처 : 유럽 최강의 근성 폴란드 (1) 코페르니쿠스에..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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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흔들려도 끝장이야


음악영화는 잘 만들기 어려운 장르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영화로 볼 이유가 없어서다. 직접 연주회를 가거나 운동경기를 관람하는 게 천배 만 배 더 재밌다. 그럼에도 굳이 제작하는 이유는 기록의 중요성 때문이다. 곧 반드시 남겨야만 하는 역사적 공연은 찍어 두여야 하니까. 아니면 아예 드라마를 강화하여 음악은 배경정도로 넣든지. 예를 들면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이도 저도 아니다. 다큐 형식을 띤 픽션이다. 슬럼프에 빠진 노 피아니스트. 그는 극복을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는데. 벌써부터 지루하다. 게다가 그 방식이 흔하디흔한 젊은 여자를 사귀는 것이라니. 그것도 기자를.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굳이 리뷰를 남기는 까닭은 영화 속 한 대사 때문이다.


늘 외워서 연주하는 콜이 순간 박자를 놓친다. 매니저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다음부터는 악보를 보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한숨을 쉬면 말한다.


살짝만 흔들려도 끝장이야


살다보면 대충 넘어갈 때가 많다. 매 순간 순간을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중요한 자기 일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조금만 틀려도, 남들은 전혀 눈치 못 챌지라도, 모든 게 무너진다는 걸 직감으로 안다. 그걸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을 헛살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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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 : 기타의 신
릴리 피니 자눅 감독,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 외 출연 / 인조인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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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에게는 두 가지 큰 트라우마가 있었다. 엄마라고 믿었던 사람이 할머니였음을 알게 되었고, 아들이 주상복합아파트먼트 열어둔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다. 누나라고 생각했던 인간이 진짜 어머니였다니? 게다가 그 누나는 아니 엄마는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냉랭하게 자신을 대했다. 친구인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 부인에 꽂혀 결혼까지 했지만 끝내 헤어지고 심심풀이로 만난(?) 여인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는다. 원치 않은 자식이었지만 정작 아들이 생기자 에릭의 인생은 바뀌었다. 가정적인 남편으로. 그러나 겉모습만 그랬다. 


그의 거의 모든 인생은 엉망진창이었다. 기타에 강박적으로 빠져 신의 손이라 불리웠지만 음악을 제외하고는 빵점이었다. 늘 술과 마약에 쩔어 지냈다. 그런 그를 구원한 건 역설적으로 코너의 죽음이었다.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게 하는 영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천국에서의 눈물. 


이 다큐는 그의 업적에 치중하기보다 도리어 인간적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에릭을 더 좋아하게 될 사람도 있고 나처럼 참 운 좋은 인간이구나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백인에 훤칠한 미남에 흑인블루스에 게다가 대단한 서사까지. 만약 이런 아우라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곧 유색인종에 가난하고 못생긴 기타 연주자였다면? 


차라리 이 영화를 보지 말걸. 그에 대한 내 평가가 완전히 바뀌었다. 클랩튼은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주변의 너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멀쩡하게 재재재혼하고 아이들까지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행운아도 이런 행운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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