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랩튼 : 기타의 신
릴리 피니 자눅 감독,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 외 출연 / 인조인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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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에게는 두 가지 큰 트라우마가 있었다. 엄마라고 믿었던 사람이 할머니였음을 알게 되었고, 아들이 주상복합아파트먼트 열어둔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다. 누나라고 생각했던 인간이 진짜 어머니였다니? 게다가 그 누나는 아니 엄마는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냉랭하게 자신을 대했다. 친구인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 부인에 꽂혀 결혼까지 했지만 끝내 헤어지고 심심풀이로 만난(?) 여인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는다. 원치 않은 자식이었지만 정작 아들이 생기자 에릭의 인생은 바뀌었다. 가정적인 남편으로. 그러나 겉모습만 그랬다. 


그의 거의 모든 인생은 엉망진창이었다. 기타에 강박적으로 빠져 신의 손이라 불리웠지만 음악을 제외하고는 빵점이었다. 늘 술과 마약에 쩔어 지냈다. 그런 그를 구원한 건 역설적으로 코너의 죽음이었다.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게 하는 영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천국에서의 눈물. 


이 다큐는 그의 업적에 치중하기보다 도리어 인간적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에릭을 더 좋아하게 될 사람도 있고 나처럼 참 운 좋은 인간이구나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백인에 훤칠한 미남에 흑인블루스에 게다가 대단한 서사까지. 만약 이런 아우라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곧 유색인종에 가난하고 못생긴 기타 연주자였다면? 


차라리 이 영화를 보지 말걸. 그에 대한 내 평가가 완전히 바뀌었다. 클랩튼은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주변의 너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멀쩡하게 재재재혼하고 아이들까지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행운아도 이런 행운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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