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만 흔들려도 끝장이야
음악영화는 잘 만들기 어려운 장르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영화로 볼 이유가 없어서다. 직접 연주회를 가거나 운동경기를 관람하는 게 천배 만 배 더 재밌다. 그럼에도 굳이 제작하는 이유는 기록의 중요성 때문이다. 곧 반드시 남겨야만 하는 역사적 공연은 찍어 두여야 하니까. 아니면 아예 드라마를 강화하여 음악은 배경정도로 넣든지. 예를 들면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이도 저도 아니다. 다큐 형식을 띤 픽션이다. 슬럼프에 빠진 노 피아니스트. 그는 극복을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는데. 벌써부터 지루하다. 게다가 그 방식이 흔하디흔한 젊은 여자를 사귀는 것이라니. 그것도 기자를.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굳이 리뷰를 남기는 까닭은 영화 속 한 대사 때문이다.
늘 외워서 연주하는 콜이 순간 박자를 놓친다. 매니저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다음부터는 악보를 보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한숨을 쉬면 말한다.
살짝만 흔들려도 끝장이야
살다보면 대충 넘어갈 때가 많다. 매 순간 순간을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중요한 자기 일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조금만 틀려도, 남들은 전혀 눈치 못 챌지라도, 모든 게 무너진다는 걸 직감으로 안다. 그걸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을 헛살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