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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네, 평화의 여신이 분쟁의 화신으로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극히 일부의 죄만 법적 처분을 받는다. 그것조차 피해가는 인간들도 있지만.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고. 그러나 신은 공평하다.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뿌린 씨앗은 스스로 거두게 마련이다.
가수 아이린이 검색어 1위다. 레드밸벳이라는 아이돌 멤버인 그는 스타일리스트에게 20분 가까이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했다. 당사자들끼리의 문제라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소속사에서 즉각 사과한 것을 보면 사실임이 틀림없다. 흥미로운 건 과거 같으면 굽이굽이 소문으로만 나돌던 사건이 즉각 메인 포털을 장식했다. 에스엔에스의 파워다. 그야말로 전 국민이 기자인 시대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메신저와 관련된 주제는 나중에 따로 기회를 내서 글을 쓰겠다. 참고로 나는 카카오 톡을 포함한 그 어떤 소셜 네트워크도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로 하는 기능은 오로지 전화와 문자, 인터넷 검색이 전부다. 앱도 최소한으로 깔아 두었다.
아이린은 과연 법적 판단을 받을까?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한쪽이 사과했고 문제를 제기한 쪽은 글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회생활하면서 익숙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문제는 아이린이 인지도 있는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 그가 속해 있는 그룹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뜩이나 같은 구성원이었던 웬디가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겨우 완전체 컴백을 앞두고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스타일리스트의 일방적인 주장 아니냐, 아이린이 그렇게 막장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매우 살갑게 대했다 등의 반론도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실수였을까? 대부분의 잘못은 누적되기 마련이다. 당하는 쪽에서도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을의 처지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폭발한다. 실제로 스타일리스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 중에는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다수 있었다. 이미 일종의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흔히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더욱이 초창기일수록 따끔하게 매를 맞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미리 조심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러나 아이린의 경우를 봐도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스스로가 잘못이라고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욱 심하다. 그러기에 아이린 사태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스타일리스트가 재발 방지와 직접 사고를 요구한건 정말 잘한 일이다.
아이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숙하고 되살아날지 아니면 서서히 잊혀지다가 은퇴를 할지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죄와 벌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교훈을 알려준 것으로 족하다. 참고로 아이린의 어원은 그리스어 이레네로 뜻은 평화다. 평화의 여신이 분쟁의 화신이 되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
사진 출처 : https://dc.fandom.com/wiki/Eirene_(Prime_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