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지
꼭대기에 있는 자
바닥에 있는 자
그리고
추락하는 자
올 한 해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2월에 발발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10월 현재까지 종식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끙끙 앓고 있다. 정작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창궐하지 않는다고 단언하지만 글쎄.
<더 플랫폼>은 수직빌딩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운데 바닥은 뻥 뚫려 있으며 한 달에 한번 층이 바뀐다. 처음엔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알게 된다. 윗층에서 먹다 남은 음식의 양이 달라진다는 걸. 참고로 한 층에는 두 사람이 거주하는데 고렝은 함께 있는 트리마가시에게 의존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바닥까지 떨어지자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급기야 쌀 한 톨도 구경할 수 없다. 어느 날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온 몸이 묶여 있다. 산 채로 야금야금 자신의 살을 베어 먹으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고렝은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데.
나는 이 영화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은유로 보았다. 사람들끼리 연대하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근근이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투표나 회의를 거쳐 그러자고 동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눈앞의 먹을거리에 현혹되어 약육강식의 길을 걸을 것인가?
당장 현재의 우리 모습이 떠올랐다. 바이러스 초창기 마스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있는가? 만약 마스크가 아니라 백신이라면 남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독감주사를 맞고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코비드 때문이든 주사에 의해서건 죽어야 한다면 둘 중 어느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가? 영화는 모호하게 끝이 난다. 희망인지 절망인지 알 수 없는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