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세트 - 전2권
봉준호 지음 / 플레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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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가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계기가 된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생충>은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상 같은 성격이라고 할까? 아니 아직도 젊고 찍을 영화도 많은데 너무 섣부른 게 아니냐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오손 웰스를 보라. 그의 데뷔작이 향후 영화사의 한 획을 그는 명작이 되리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가 숱한 작품을 연출했지만 첫 영화를 능가하지 못한 건 어떻게 볼 것인가? 봉준호의 장점은 디테일에 있다, 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디가? 라고 하면 마땅한 답을 해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시대배경에 철저해서, 소품을 잘 챙겨서, 대사를 바꾸고 또 바꾸어서. 아니다. 정답은 3차원적 사고다. 곧 영화에 구현된 화면을 공간적으로 잘 구현해낸다. 이 책은 그 비밀을 알려준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발견의 즐거움을 아직 감상하지 못한 분들은 상상의 기쁨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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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h Kleiber - 베토벤 교향곡 7,9번 /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 이 한 장의 명반
에리히 클라이버 (Erich Kleiber) 지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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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 시대가 지니고 씨디가 등장하고 그마저 점점 희귀종이 되어 이제는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었다. 흥미로운 건 시간이 지나면서 슬금슬금 옛 것이 복원되고 있다. 박물관에서 볼법했던 엘피가 다시 발매된다. 음역대가 넓고 사운드가 풍부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유는 음악이다. 곧 콘텐츠가 좋으니 다른 채널로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 선두주자는 클래시컬 뮤직이다. 고전 음악 감상이 취미라고 하면 고리타분함을 넘어 무덤에서 살아나온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몇 백 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에리히 클라이버의 음반도 그렇다. 그는 푸르트벵글러와 자주 비교된다. 거의 같은 시기에 활약했지만 명성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 탓만은 아니다. 한 사람은 적극적이지는 않았더라도 나치에 협력했고 또 한사람은 아르헨티나로 망명했다. 당연히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귀는 예리해서 클라이버의 엄정하면서도 따뜻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베토벤 교향곡 7번과 9번을 담은 이 음반이 대표적이다.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강하고 파괴적인 소리는 배제한 채 악보대로 지휘하고 있다. 이른바 교과서적인 연주다. 양념을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듯 하다고나 할까? 물론 고정적인 베토벤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루드비히 본연의 모습인가,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들께는 귀한 선물 같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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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차이코프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 Great Violinists
차이코프스키 (Peter Ilyich Tchaikovsky) 작곡, 뮌슈 (Charles / 낙소스(NAXOS)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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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예고에 다닌다. 처음엔 바이올린을 연주했지만 지금은 비올라로 바꿨다. 매우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길게 넋두리할 내용은 아니다. 처음 연주할 때가 떠오른다. 중 2때 였다. 명절날 부모의 성화에 억지로 끌려나와 활을 들던 모습이 생생하다. 정직하게 말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 때만해도 취미에서 조금 상급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첫 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프로 연주자들을 직접 보고 들은 적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호흡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바로 눈앞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악기를 다루는 순수함이 떨림으로 전해져서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탄 밀스타인은 썩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다. 하이페츠처럼 엄격하게 정경화처럼 날카롭게 다룰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연주하는 건 왠지 과장되어 보인다. 랄로로 그를 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게는 잊혀진 존재였는데, 난데없이 ‘스와니 강’을 듣다가 바이올린 연주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낙소스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가격은 적당하고 또 연주자도 밀스타인이니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겠구나. 하고 바로 클릭을 눌러 주문했다. 한참 여러 앨범들을 구입하던 때라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언제 한가할 때 심심풀이로 들어야지. 결국 맨 마지막에 포장을 뜯었다. 케이스도 뻑뻑해서 이거 혹시 씨디도 튀는 거 아니야 라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플레이어에 넣고 틀었는데.


약 한 시간 가량 무아지경이었다. 우선 음질이 너무 빼어나서 깜짝 놀랐다. 엔지니어가 손을 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선명했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랄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타이틀이 앙코르라 소품 위주라고 생각했는데 곡목도 다양했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부터 떡하니 나오더니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의 날개, 아베마리아, 마주르카 등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가히 앙코르 음반의 최고봉이 아닌가 싶다. 그냥 서비스 군만두처럼 냉동을 데운 게 아니라 대작을 대하듯 한곡한곡 세심하게 요리하여 정찬으로 내놓고 있다. 진가를 아직도 모르는 분들께 감히 권한다. 당장 사시라. 두말 할 것 없이. 내 블러그를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껏 어떤 음반에도 별 다섯 개를 준 적이 없다. 그러나 마일스턴의 앙코르는 퍼펙트 파이브다. 가격, 구성, 연주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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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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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충동적 본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삶의 목표 중 대다수가 예측과 통제를 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 때문에 방향을 잃고 좌초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끔찍한 무기력이 기다리고 있다.”


군에서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을 잔다. 겨울에는 30분 더 늦게 일어나지만 이 원칙은 변함이 없다. 물론 짬밥을 먹을수록 규칙을 살짝살짝 어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상시간은 변함이 없다.


지금 나는 평균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잠이 들고 아침 7시쯤 일어난다. 군 시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변함없는 루틴이다. 일주일에 한번은 산에 가고(휴 다행이다) 수영장에 들르고(코로나 때문에 4개월째 수영은 못하고 있다) 댄스학원에 들른 지도(이 또한 금지되었다) 약 10년이 넘었다. 하루에 세 시간은 무조건 야외에서 산보나 조깅을 하고 밤 10시 이후에는 되도록 음식을 먹지 않는다. 글은 오전에 쓰고 책읽기는 주로 밤에 한다.


내 생각에는 꽤 바람직한 삶이다. 알차게 시간을 보내서가 아니라 습관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곧 일어나서 무엇무엇을 해야 할지 거의 정해져있다. 다행히 이 중에 나쁜 관습은 없다. 일단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사람 많은 곳은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도시보다는 전원을 사랑한다.


<해빗>은 뻔하면서 놀라운 책이다. 별 것 아닌 취급을 받은 습관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뭔가 거창한 말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본다.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의심을 한다. 과연 저 사람은 자신의 말대로 살고 있을까? 강남에 아파트먼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부동산 약자를 위한다며 가짜 정책을 펼치고 젊고 늘씬한 여비서와 놀아나며 페미니즘의 대변자가 되고 책이라고는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서재를 자랑하지는 않는가? 웬디 우드는 그게 정상이라고 한다. 곧 인간은 그만큼 나약하다는 말이다. 의지보다 환경이 중요하다.


지난주(2020년 7월 9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다 깨달은 게 있다. 이케아의 수석디자이너가 등장했는데 그가 쓰는 책상은 일반 직원들과 다르지 않았고 같은 장소에 있었다. 만약 서울시장이 따로 거대한 집무실을 두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했다면 어땠을까? 여자에게 눈이 돌아갈 수는 있었어도 나쁜 짓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들의 눈이 있기에. 물론 따로 불러내는 건 못 말리겠지만.


이 책은 의지력이란 얼마나 허망하며 충동이란 말 그대로 얼마나 충동적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을 단단히 뿌리내려야 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이 무의식적인 습관이다. 곧 눈을 부릅뜨고 실천해야지 하고 다짐하는 대신 자연스레 몸에 익도록 해야 한다. 말이야 쉽지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께는 천천히 정독한 후 다시 물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아실 것이다.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이 조작되었다는 걸. 여러분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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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 호러쇼 - 뉴 브로드웨이 캐스트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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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미군방송에서였다. 여기서 잠깐. 예전에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공중파 채널 하나를 따로 양도해주었다. 번호는 2번. 당연히 공중파니 한국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영어라 알아듣는 사람들은 드물었지만. 그러나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만화영화는 말과 상관없이 볼 수 있었다. 특히 토요일 오전 내낸 틀어주던 애니메이션은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금요일 저녁에는 무서우면서도 야한 영화를 방영하기도 했다. <록키 호러 픽쳐 쇼>도 그 중 하나였다. 음산한 시골마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쇼쇼쇼. 하도 반복해서 나와서 나중에는 뜻도 모르면서 노래나 춤을 따라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보니 야해도 이렇게 야한 영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유쾌했다. 음악 덕이었다. 세상의 모든 금기를 벗어던지고 신나게 놀아보자, 는 주제는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 음반은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아니다. 영화가 주는 인상이 너무 강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아쉽지만 색다른 버전을 만나는 즐거움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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