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고이네. 한강은 처음이에요.”

‘그런가?’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라 그런지 딱히 감흥은 없는데. 게다가 집에서 걸어서 한강을 갈 수 있으니 신기할 것도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 온 사람에게는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한강유람선은 꼭 타본다고 하잖아. 서울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우리 둘은 강둑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평일 해질 무렵이지만 날씨가 좋아서인지 인파가 좀 있었다. 그렇다고 북적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딱 좋다는 느낌이었다. 바람결에 혜자의 머리카락이 날렸다. 찰랑거리는 물결 사이로. 걸음을 멈추었다.

“왜요?”

혜자는 주춤하더니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3초간 침묵이 이어졌다. 때마침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 강물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뭐라고 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혜자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가볍게 잡고 가까이 다가갔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가 되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댔다. 혜자는 울고 있었다. 


* 순수 창작물입니다. 주인 허락없이 무단 도용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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