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아침은 매우 어수선했다. 마치 내 마음을 반영하듯이. 이 학교로 다시 돌아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 달인가를 다니다 다시 재수를 선택했다.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말은 변명이고, 사실은 내 수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나은 대학교로 가고 싶었다. 그 땐 몰랐다. 얼마나 건방진 생각이었는지를. 결과는 단 10점 올랐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원래 원했던 학교에 원서를 썼다. 혹시 아나, 행운이 내 편이 되어줄지. 


“자네는 잠바 지퍼를 다 채우는 게 낫지 않나?”


딱 봐도 교수 인듯 싶은 심사관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보자마자 꺼낸 문장이 고작 그거라니? 그 때 이미 체감했다. 아, 떨어졌구나. 정문까지 이어진 기나긴 길을 걸어 나오자마자 병무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게 낯설었다. 아는 얼굴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의실에서 3년 전 나를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막타워 앞에 선 기분이었다. 분명한건 난 뛰어내려야했다. 그 장소국 혜자도 있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야, 어때 복학한 소감은?”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 이제 2학년이 된 동기였다.


“글쎄 ...”

“너 이번에 도망치지 마라. 그럼 나한테 죽어.”


휴학계를 내겠다고 했을 때 나를 응원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고맙다, 너 밖에 없다.’ 속으로 주절거렸다. 

“뭘 멍하게 있어? 가자, 제대 기념으로 선배가 술 한 잔 살게”

“선배는 무슨?”

“너 임마, 이게 선배한테 게기네. 그럼 니가 사든지”

“알았어, 가자구 자”


결국 우리는 필름이 끊겼다. 


* 순수 창작물입니다. 주인 허락없이 무단 도용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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