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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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입견이 강한 사람이다. 책에 대해서는 마찬가지이다. 좋은 책은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따라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드는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 생애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선물한 것이다. 방송의 힘은 역시 강하다. 이 책은 카나다로 이민온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화자는 갓 부임한 처녀 선생이다. 이런 설정은 마치 이 소설을 논픽션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이미 대가로 인정받은 소설가가 말년에 쓴 것이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박경리 선생이나 박완서 선생이 느즈막에 자신의 유년시절을 소설로 각색한 식으로고 할까?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시선은 따뜻하다. 인생의 황혼에서 지난 시절은 아름답게 치장되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그 따스함에 감동받으며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추억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힘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최루가 언제부터인가 싫어지고 있다. 아마도 힘들게 살아갈 날이 아직도 많아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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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그냥 재미로 - 우연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
리누스 토발즈 &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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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출판협회에서 발간한 책을 읽던화제의 책을 다룬 좌담내용을 보게 되었다. 좌담에서 소개된 다른 책들은 대충 알겠는데, <리눅스, 그냥 재미로>라는 책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컴퓨터 소개 책이거나 아니면 성공담 정도로 생각하고 잊어 버렸다.

얼마전 우연히 이 책을 다시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컴퓨터를 다루기는 하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그저 남하는 것 만큼 쓰는 정도다. 이 책은 유닉스라는 운영체계를 연구개발하는 루니스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사실 나는 그가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인줄도 몰랐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사람의 인생살이가 독특하다는 것이다. 컴퓨터 자체에 빠져 사는 사람이지만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공짜로 이용해야 한다는 유닉스의 원칙또한 엉뚱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세상은 엉뚱한 사람들이 바꾸기 마련이다. 그저 별다른 특징이 없다고 주장하는 리누스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이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을 잡고 어여쁜 마무라를 얻고 (혹은 돈 잘 벌고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오손도손 아이 낳아 기르는 삶을 갈망할 때, 그는 컴퓨터라는 세상에 빠져버렸다. 단지 그것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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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남영신 지음 / 까치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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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그동안은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이기에 우리 말과 글은 새롭게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것 같은 우리 글은 평생을 두고 배울 필요가 있다. 즉 익숙한 것과 잘 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지도교수로부터 소개받았다. 사회학이 전공인 그 분은 우리 글을 잘 쓰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분이다. 나 또한 그분의 영향을 받아 글에는 좀 민감한 편이다. 이 책에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의미가 다른 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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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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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 소설에 대한 불만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즉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쓰는 글이 적다는 것이다. 그 결과 소설은 하나마나한 말장난의 연속, 혹은 작가의 관념의 덩어리에 머물고 만다. 서양의 경우 전문가 소설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로빈 쿡, 존 그리샴 등은 대표적인 예다.

김탁환의 소설은 그래서 반갑다. 그는 엄염한 전문가이다. 국문학 전공자인 그는 특히 조선시대 산문(혹은 소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출신이다. 그래서인가? 그의 소설에는 우리 작가에서 느껴지는 과잉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근거있는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나, 황진이>를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전형적인 1인칭 소설인 이 책을 읽노라면 훌쩍 조선시대 어떤 때쯤으로 돌아가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각본>에서 보여준 어설픈 추리기법보다 규방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이 책이 훨씬 성과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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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지리학
최병두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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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막스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금기가 더 컸기때문인지 그 당시 대학생치고 자본론이나 정치경제학 개론서를 한번쯤 읽지 않은 학생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내용을 다 이해한 학생은 그중 소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3년. 80년대의 열풍은 사라지고 자본이 진정 주인행세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도 정치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정도로 취급받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것이 돈이 된다면 모를까?

최병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드문 정치경제학자이다. 김수행 교수가 자본주의에 정통한 정치경제학자인 것에 비해 지리 혹은 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다르지만. 따라서 이 책은 현대사회지리학이라는 제목보다는 현대정치경제지리학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물론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때문이겠지만.

이 책은 자본논리가 우리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신도시, 지역운동, 환경문제 등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 적은만큼 귀중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추신 : 편형이 답답하다. 즉 지면에 글이 너무 많다. 가뜩이나 딱딱한 문장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편형의 불편함은 전적으로 출판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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