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입견이 강한 사람이다. 책에 대해서는 마찬가지이다. 좋은 책은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따라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드는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 생애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선물한 것이다. 방송의 힘은 역시 강하다. 이 책은 카나다로 이민온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화자는 갓 부임한 처녀 선생이다. 이런 설정은 마치 이 소설을 논픽션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이미 대가로 인정받은 소설가가 말년에 쓴 것이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박경리 선생이나 박완서 선생이 느즈막에 자신의 유년시절을 소설로 각색한 식으로고 할까?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시선은 따뜻하다. 인생의 황혼에서 지난 시절은 아름답게 치장되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그 따스함에 감동받으며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추억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힘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최루가 언제부터인가 싫어지고 있다. 아마도 힘들게 살아갈 날이 아직도 많아서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