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는 헌혈하면 안돼 ? 2004/11/29 19:28




 


아래 글은 대한적십자사에서 퍼온 글인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아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헌혈을 하지 말거나, 했다면 빨리 회수하여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자진배제란 자신의 혈액이 타인의 몸에 수혈되지 않도록 헌혈자가 스스로 혈액원에 알리는 행위입니다.
헌혈자가 고위험군(동성연애자, 약물중독자 등)에 속하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검사를 위해서 헌혈을 하셨거나 바이러스성 간염의 추적관찰을 위해서 헌혈하신 경우 등 어떤 이유로든지 헌혈하신 혈액이 수혈 받는 사람에게 위험할 것으로 생각되시면 가능한 빨리 해당 혈액원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글은 헌혈하지 전에 헌혈 하기 전에 헌혈할 사람이 스스로 답하도록 하는 '문진표'의 질문 내용이다.


 


15. 최근 1년 사이에 아래에 해당되는 사항이 있습니까?


1. 비합법적인 약물(마약, 각성제,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했다.


2. 에이즈(AIDS)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받은 경우가 있다.


3. 동성이나 다수의 불특정 이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이 있었다.


4. 위 1~3항에 해당되는 사람과 한 번이라도 성접촉이 있었다.


 


===========================================================


 


첫번째 글에서 동성연애자는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단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어로 규정되어지는 사람들이 선택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인 예일 게다(줄임말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조롱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 의도가 없다면 열린우리당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줄임말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줄일 때, 공식 줄임말은 민주노총이다. 따라서, 민노총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단지 단어 선택의 문제만을 위해 위 글을 퍼오진 않았다.


 


적십자사는 고위험군이라고 하여, 동성애자를 그곳에 집어넣었다. 동성애자가 고위험군인 이유는 에이즈 감염자의 1/3 가량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나머지 2/3은 ?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마약 투약용 주사기 사용이나, 수혈 중 감염 등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이성애자다. 그렇다면, 수치상으로 볼 때, 이성애자야말로 고위험군이다.


 


다음으로, 동성이나 다수의 이성과 성접촉을 한 경우라고 했는데, 한명이든 여러명이든 동성과 성접촉을 한 경우는 헌혈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 다수의 이성이 아니라 한명과 성접촉을 한 경우는 해도 되는데, 왜 한명의 동성과 성접촉을 하고서는 안 될까 ? 동성애자는 단 한명과도 성접촉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들린다. 이성애자는 다수의 특정 이성과 성접촉을 해도 되는데, 동성애자는 단 한명도 안된다 ? 왜 ?


 


따라서, 아래와 같이 바뀌여야 한다.


 


첫번째 글에서 고위험군에서 동성애자는 빼도 그 뜻은 충분히 전달된다. 따라서 《헌혈자가 에이즈가 의심되어 에이즈 검사를 하셨거나》라고 하면 된다. 두번째 글에서 동성과 이성을 구분할 하등의 이유는 없으므로, 《다수의 불특정 이성, 동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라고 해야 맞다고 하겠다.


 


그리고, 아래 글은, "동성애=에이즈 감염 경로"라는 등식이 아직도 횡행하는 데 대해 지적하는 글이다. 


 


‘누구나’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 에이즈는 주로 HIV 감염자(이성이든 동성애든)와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콘돔 사용 등 성병 예방을 위한 안전한 섹스를 하느냐의 문제이지, ‘덜 문란한’ 사람은 사소한 성병 정도만 걸리고 ‘많이 문란한’ 사람은 에이즈에 걸리는 식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더욱이 ‘동성애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다[일다 2003-12-08 00:36:00]


 


그럼에도, 왜 저런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을까 ? 게다가 잘못 선택된 단어까지 써가며 말이다. 오로지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알게 모르게 베어있는 차별 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칼럼에 헌혈 경험담을 올렸고, 각시가 내 글을 퍼가서 자기가 운영하는 방 한꼭지를 꾸미는데, 내 글을 본 어떤 이가 문진표에 담긴 위 글에 대해 말해 주었다. 난 늘 문진표에 '아니오'만 적었으니 아무 생각없이 그냥 또 습관처럼 '아니오'에 표시했을 뿐 세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쳤나 보다. 그 댓글을 보고 나서, 오늘 적십자사 홈피를 뒤져 보고 난 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여의도에서 열린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을 반대하는 집회와 파병연장 반대 집회에 참석했을 때 그 자리에서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깃발을 봤다. 소수이거나 또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힘이 없거나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과 침략, 학살을 일삼는 부시와 미국과 그 동조자들부터 억압과 차별을 당하는 이들이, 그들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구분은 없었다. 그 깃발도 생각나서 또한 이 글을 쓸 생각이 들었다.


 


위 글을 쓰는 데는 동성애자인권연대, 그리고 그들의 말을 실어 준 [일다]가 도움을 주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11/29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아무리 선의라 해도,
나의 무지로 글 속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잘못이 있어,
혹여나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잘못이 있다면 누구라도 지적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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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30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4-11-3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습니다. 방명록에 인사를 먼저 드리는 것이 우선이겠습니다만 올려주신 글에 대한 의견만 잠깐 말씀드리려는 것이어서 댓글로만 인사드립니다.



올려주신 글 중 반대를 위한 반대로 생각되는 의견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몇 있어서 굳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례로 에이즈 감염자의 1/3이 동성애자이고 2/3이 이성애자이니 이성애자가 고위험군이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수치를 왜곡해서 해석한 사례로 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동성애자 특히 남성동성애자의 경우 성행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액 등 감염위험성이 높은 체액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 감염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 아닌지요? 간단히 남성동성애자와 이성애자 군 간의 바이러스 전파율을 비교하여 보면 결론이 나올 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양쪽 모집단의 크기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하게 다른 편이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니 그쪽이 고위험군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입니다. 다만 그 권리의 행사가 다른 타인의 권리 (이 경우 건강권이 되겠지요)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를 막기 위한 조처를 차별이라고 무차별적으로 단정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숨은아이 2004-12-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저는 삐뚤어진 동반자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데용. ^^

따우님 : A/S라기보담 따우님 댓글에서 뭔가를 배운 거지요. :-) 지적하신 부분은 분명 차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만, 혈액 검사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헌혈된 혈액은 단시일 안에 사용해야 하기에, 현실적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하겠지요.

호련님 : 반갑습니다. 지난주에 호련님 이벤트 페이지에도 잠시 기웃거렸는데(엠티 날짜랑 겹쳐서 참여는 못했지만 ^^). "에이즈 감염자의 1/3이 동성애자이고 2/3이 이성애자이니 이성애자가 고위험군이 아니냐"고 한 부분은, 역설적인 비유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에이즈 환자의 2/3가 이성애자라고 해서 이성애자를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없듯이, 단지 성애의 경향을 가지고 에이즈 감염 위험이 더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에이즈는 정액과 혈액으로 감염되는데, 정액에 노출될 가능성은 이성간의 성교에서 더 높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혈액으로 인한 것은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냐 하는 문제하고는 관계가 없고요.

瑚璉 2004-12-0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딴지를 거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만 그래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글을 잇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역설적 비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수치로만 보면 1/3보다는 2/3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말씀드렸듯이 모집단 수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성애의 경향에 따라 감염위험이 더 높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남성동성애의 경우 감염위험이 더 높은 것은 그 성행위의 양태상 항문성교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고, 이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항문성교에서 출혈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조사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액에 단순히 노출된다고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고 피부 장벽이 손상된 경우에 감염의 가능성이 큽니다. 항문성교로 인한 출혈이 바로 피부 장벽 손상에 해당되는 사항이며 남성간 동성애에서 감염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로 이 경우에는 성애의 경향이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남성동성애의 경우 감염위험이 더 높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혈 내지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경우 성애의 경향과 무관하다는 것은 말씀하신 바와 같고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겠지요.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숨은아이 2004-12-0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호련님 글을 보고 생각을 좀 가다듬게 되네요.



우선, 이 글은 에이즈 감염의 원인이 동성애 자체는 아니며, "동성애자=에이즈 보균자"처럼 인식되는 건 잘못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쓴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교를 하지 않으면 성병에 걸리지 않겠지만 성교 자체가 성병의 원인은 아니듯이, 동성애 자체가 에이즈의 원인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적십자사에서 쓴 글귀는 건강한 동성애자에게도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동성애에 의한 감염률보다 다른 원인에 의한 감염률이 훨씬 높다고 들었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동성애자들은 스스로 매우 조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숨은아이 2004-12-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건강 검진 삼아 무책임하게 헌혈하지 말아달라는 뜻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검사를 위해서 헌혈을 하셨거나 바이러스성 간염의 추적관찰을 위해서 헌혈하신 경우 등 어떤 이유로든지 헌혈하신 혈액이 수혈 받는 사람에게 위험할 것으로 생각되시면"이라는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성이나 다수의 불특정 이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이 있었다"와 같은 문장은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접촉을 한 적이 있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어떤가 합니다.

瑚璉 2004-12-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동성애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분들이 차별과 구별의 차이점에 대한 논의가 없이, 모든 것을 차별이라는 말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렇게 여쭙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단어들을 낱낱이 따져볼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니 이 정도로 논의를 줄일까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썼던 글들은 내일 쯤 해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숨은아이 2004-12-0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호련님 덕분에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괜찮으시면, 쓰신 댓글들 그냥 두어주시지요.
 
이웃에 온 아이 - 치히로 아트북 2,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이웃에 온 아이”는 1971년에 발표했다고 합니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을 보면, 3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어쩌면 이리 세월의 거리를 전혀 느낄 수 없는지 신기합니다. “작은 새가 온 날”이 수채물감으로만 그린 데 비해 이 그림책은 (아마) 목탄과 수채물감을 같이 사용한 듯합니다. 목탄을 써서인지 어린이들의 존재감이 더 손에 잡힐 듯합니다.

여기 나오는 아이가 “토토”입니다. 토토가 이틀 사이에 새로 이사 온 이웃집 아이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과 배타심,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미움이란 사실은 가까워지고 싶은 이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 데서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이 책을 어찌 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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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3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글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창가의 토토에서와 그림은 같으니 분위기가 비슷한가요? 새로운 사람과 사귀는 거, 어른과 아이는 어쩌면 첫 대면은 그다지 다르지 않아도 갈수록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이 되어 이웃사람과 좋은 친구되기가 참 어렵거든요. 어릴 적 친구는 오래도록 친구로 남는데 말이죠.

숨은아이 2004-11-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더 은은하고 짤막하지요. 그림책이잖아요! ^^ 이웃과 친구 되기... 동네 친구는 국민학교 다닐 적까지만. 중학교 이후엔 생활의 중심이 학교, 직장, 동호회 같은 것이 되었고, 그래서 이웃과는 친구가 되지 못했는걸요.
 
작은 새가 온 날 - 치히로 아트북 1,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와사키 치히로라는 작가의 그림을 처음 본 건 “창가의 토토”에서였지요. 참 예쁜 삽화로구나, 감탄했는데(사실 전, “창가의 토토”가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예쁜 표지 그림 덕이 매우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이들 삽화가 책의 내용에 맞춰 그려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어요. “창가의 토토”는 1981년 발표됐는데, 화가 이와사키 치히로는 1918년에 태어나 1974년에 세상을 떴거든요. 그러니까 이와사키 치히로가 이미 그려놓은 그림 중에서 “창가의 토토”라는 책에 어울릴 만한 걸 골라 넣은 것이었어요. “창가의 토토”를 쓴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바로 치히로 미술관(1977년 이와사키 치히로가 살던 집을 개조해서 문을 엶) 관장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렇담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책에서 쓴 “토토”란 이름도, 바로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에서 따온 게 아닐까요.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의 주인공이 바로 “토토”거든요.

1972년 발표한 “작은 새가 온 날”은 연필이나 먹으로 스케치한 흔적 없이 오로지 수채화 붓질의 농담과 번짐으로만 화사하고 예쁘고 천진하게, 동무가 필요한 어린이와 작은 새를 그렸습니다. 엄마는 바쁘고, 곰돌이는 말을 않고, 어항에 살던 동무 금붕어는 먼 곳으로 가버렸어요. 작은 새가 찾아오면 좋겠어, 생각하는데, 정말로 작은 새가 날아옵니다. 하지만 주인공 어린이(이 책이는 “토토”란 이름이 나오지 않아요)는 날아가려는 새를 난폭하게 잡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곁에 두고 싶지만 새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엷은 먹으로 주저앉은 아이를 그렸을 뿐인데도, 어두워진 아이의 마음이 저릿 느껴집니다.

아, 내 것으로만 삼으려고, 소유하려고 잡아 가두면, 새는 내 노예나 장난감이 되겠지만, 진정 자유의사로 내 친구가 되어주진 않을 거예요. 친구는 기꺼운 마음으로, 자유의지로 찾아와 주는 것. 이야기 진행 자체는 수수하고 소박하게 하면서 이렇게 큰 사랑을 암시하다니.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난 걸 괴로워하며 평생을 반전 반핵 평화 운동에 힘썼다는 작가답습니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작가의 그림 두 장이 끼어 있는데요. 한 장은 숨바꼭질하는 듯한 어린이의 뒷모습과 얼굴, 한 장은 벽에 낙서(?)하는 두 어린이 그림이에요. 목탄 아니면 파스텔로 그렸을 겁니다. (사실은 “이웃에 온 아이”의 두 장면임.)

원제는 ことりの くるひ라고 합니다. ことり(고도리)가 ‘작은 새’, くる(구루)가 ‘오다’란 뜻이고, ひ(히)는 '날(日)'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작은 새의 온 날", 곧 "작은 새가 온 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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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4-11-2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도리노 구루 히, 작은 새가 온 날. 이란 뜻입니다.

ひ는 날일자를 읽는 법이거든요.^^

숨은아이 2004-11-2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쳤어요. 글샘님, 고맙습니다. ^^

내가없는 이 안 2004-12-0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제목이 기똥차군요. ^^

이 진리를 모르는 바 아닌데 손아귀를 풀기가 참 힘들지요.

숨은아이 2004-12-02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지 마, 여기 있어! 하고 허리를 꽉 잡고 매달리곤 하지요. --;;;

딸기 2004-12-1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너무 좋지요! 이 책 시리즈 3권 다 갖고 있어요.

일본에선, 반전평화 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듯. 히로시마의 원폭기념관에서도 이와사키의 그림책을 팔더군요.

숨은아이 2004-12-1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 봐요. 이 사람 이름을 내건 미술관만 두 군데나 있다니, 대단하지요. 저도 세 권 다 갖고 있었는데, 최근에 리뷰 쓴 두 권을 입양 보냈어요. ㅎㅎ 그리고 지금은 6권 다 나왔답니다.

딸기 2004-12-1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나왔군요. 반가워라...
 

















주사파 최○○를 만나다 2004/11/24 22:31



메신저를 켜고, 각시에게 물었다.




혹시 87학번. 그 사람 이름 최○○ 맞지 ?




응...




그렇다. 그가 맞다. 꾹 다문 입술의 골수 주사파, 난 그를 그렇게 기억한다.




십수년전 내 이름을 공개하는 대자보를 쓴 적이 있다. 주사파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언제까지 붙일 것이며, 쓴 사람은 아무개다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그 대자보는 곧 떼어졌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내용이라고 할 것도 없다. 도대체 당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이 왜 그 모양이냐고 하는 등등이었다.




세상 보기를 제대로 하라는 철학은 교조주의 취급을 해 버렸으니 당연히 북한은 그저 이상사회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테고, 차이를 넘어 대동단결하자는 말 속에 숨겨진 배타적 생각은 또 얼마나 강하던지. 특정한 시기에 전술로서나 말해봄직한 강한 지도체제 구축이 어찌 수령론이 되어 철학적 지위까지 꿰차고 있게 된 건지....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주체사상은 교내에 널리 퍼져 있었다.




한편, 많은 주사파들은 겉으로 보기에 늘 성실하고 헌신적인 사람들로 기억되기도 한다. 사람이 가져야 할 성정, 태도 등을 통털어 아마 품성이라고 했던가 ? 내 기억 속에 최○○는, 늘 신념에 찬 사람처럼 행동하면서도 품성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사람들로부터 받았지 않았을까 싶다(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그 품성론(?)도 못마땅해 했고, 실제 주사파 = 좋은 품성의 소유자라는 등식이 맞지 않음을 목격했다).




내가 주사파였다면 그를 간간히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지난 세월 속의 사람들은 잊혀지기 마련이고, 내게 특별하지 않으면 더욱 그러할 테니, 그를 잊고 산 것도 십년을 훨 넘었을 게다. 그런 그의 이름을 오늘 발견한 곳은, 그가 이른바 우파들이 모인 단체의 핵심멤버 중 한 사람이라는 신문 기사에서다.




그는 북한의 현실을 알고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북한의 실상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면, 이 땅의 실상에 대해서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




그가 속해있다는 단체는 "현 정권의 참여민주주의는 80년대 운동권이 주창했던 민중민주주의의 노무현 버전"이며 "주지하듯이 민중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변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 논란중인 이른바 4대 개혁입법 등은 "자유를 신장시키기보다 제약"했다. 그들이 이 땅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대충 짐작할 만하다. 그들이 그렇게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자유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도 대충 알만하다. 자유를 위해 싸우는 단체가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보수주의를 표방한 단체가 아닐런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또 주체사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좋다. 그런데, 북한이 그렇고 주체사상이 그렇다고 해서 이 땅의 실상에 대해서 눈감아서도 안될 테다. 그런데, 그들이 내세운 주장들은 보면, 이 땅 민초들의 자유에 대해서는 별로 안중에 없어 보인다. 만약 북한이 없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될지 즉자적인 의문이 들 정도다. 어찌 어찌해서 그런 주장을 하게 되었는지는 따져보지 않고 주사파들의 영향이 남아서 친북, 반미를 한다는 등으로 진단하고 있으니, 그들의 행보가 매우 우려스럽다.




나는 주사파를 우파라고 불렀다(좃선은 최○○를 극좌라고 하더만 ! ). 내가 겪은 주사파 대부분은 (듣기 거북스러울지도 모르겠다만) 오로지 수령님 말씀만 외워댔지 제대로 공부했다는 생각도 안들었다. 직접 수령님 말씀을 듣지는 않았더라도 결국 수령님 말씀대로 했다. 세상을 수령님 눈으로 보게 만든 주체사상을 이제야 제대로 보았다니 다행이다만, 이 땅의 실상에는 눈감으려 하는 것 같으니 이게 웬말인고 !! 그러니, 그들의 변신이 곱게 보이겠는가 ?




(내가 그들에게 한 말이 믿기지 않거든, 시대정신이라는 잡지를 광고하는 홈피에 가보라 !!! )




나도 한 때 주사파였음을 고백하는 그들의 용기는 좋다만, 제발 친북좌파에 목매는 꼴통들하고 한 덩어리 되지는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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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2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내게, 최○○ 선배의 변신은 충격이다. 그 사람은 그동안 "수령"의 권위에 의지해 살아왔기에, 그 권위가 쓰러지자 쉽게 "반수령"의 권위에 의지할 수 있었을까?

릴케 현상 2004-11-25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사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주사를 맞으면 된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숨은아이 2004-11-2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썰렁해요. --;

깍두기 2004-11-2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권위적인 사람들이 기댈 권위가 없으면 자기 몸을 주체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숨은아이 2004-11-25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운동권 내에선 주사파를 우파라고 했는데...

릴케 현상 2004-11-2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주사파들은 별로...집권당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듯

숨은아이 2004-11-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다지 믿고 따를 만한 생각과 전망을 내보인다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대동단결을 외치면서 그 대동단결이란 게 무조건 자기네 뜻을 따르라는 독선인 것도 알았지만, 그래도 그 선배의 열정만은 순수하다고 믿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 우울하네요.

릴케 현상 2004-11-2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권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순수하리라 봐요^^

chika 2004-11-2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땅의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라며 설쳐댔던 저로서는.... ^^;;;;;

숨은아이 2004-11-2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 허허... ^^

치카님 :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주체사상을? @.@

chika 2004-11-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숨은아이님, 설마요... 우린 그리스도 사상을... ^^;

하느님 나라가 바로 자유, 평등, 평화의 나라거든요.

음,, 그냥 살짝 덧붙이면 초대교회공동체는 자발적으로 가진것을 나누고, 서로 일치하며, 기도생활을 하였다고 성서에 나온답니다. '정의로운 사회'와 일맥상통하지 않나요?

^^;;;;;

숨은아이 2004-11-2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화로운 코뮌과 비슷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
 
위대한 어머니 여신 : 사라진 여신들의 역사 ㅣ 살림지식총서 11
장영란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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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엔 여성의 모습으로 신의 형상을 빚던 인간이 어이하여 “신”이라면 수염 달린 할아버지를 연상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책입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빚은 신상이 여성인 이유는, 그들이 믿은 신이 여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인식 범위 안에서 위대한 자연의 신성과 가장 닮은 것은 생명을 낳고 젖먹이는 어머니였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다 강력한 군장을 중심으로 한 청동기 문명-계급사회가 도래하면서 신화는 가부장제의 입김을 받아 어머니 여신을 살해하거나, 여신을 어머니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최고 남성신의 아내나 누이로 만들어버립니다. 이 책은 구석기 시대의 여신상-메소포타미아 신화-이집트 신화-바빌로니아 신화-그리스 신화를 훑으며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지은이가 그리스 철학을 전공한 이라선지 우리나라나 동양의 신화 속 여신에 대해서는 말이 없습니다. 94쪽짜리 문고판이니 지식 충족 면에선 배부르지 않은 책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수메르와 이집트를 비롯, 여러 지역의 신화를 더 찾아보고 싶은 의욕(! 사놓은 책이나 다 읽으시지? T_T)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도리어 좋습니다.

다만 책의 머리와 꼬리에서는 약간 황당했습니다. 서두에서 지은이는 여신을 철저히 배제한 기독교를 겨냥해, 완전한 신은 여성도 남성도 아닌데 왜 하느님을 “아버지”로, 구세주를 신의 “아들”로만 인식하느냐고 시비를 겁니다. 그 시비 자체에는 동의하고, 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하느님 아버지를 불러온 기독교인들이 바빌로니아나 그리스 신화를 보고서 태도를 바꿀 것 같진 않습니다. 기독교의 “아버지” 비판과 고대 신화의 변천사는 둘 다 매우 중요하지만, 서로 약간 방향이 다른 이야기인데, 지은이는 두 가지를 다 이야기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맨 마지막 문단도 그렇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결국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긴 여정이었다면, 고대에는 세계로 통하는 통로의 역할을 신화가 주로 담당했고, 중세에는 종교가 그리고 현대에는 과학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프레이저(J. Frazer)의 말처럼 다가올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예측하기 힘든 또 다른 학문이 과학의 자리를 대신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를 결승점이 없는 목표에 대한 무한한 도전의 과정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멋지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런 결론이 이 책의 어떤 맥락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 앞 문단, “신화적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는... (후략)”으로 잘 정리되는 듯했는데.

2003년 7월에 나왔습니다. 살림지식총서 011권인 이 책에는 앞서 보았던 [인도신화의 계보], [두 얼굴의 하나님]보다는 별 한 개를 더 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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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1-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아시아 여성신화를 추천할게요^^ 며칠 전에 밑줄 긋기에 글을 한참 쳤는데 다 날아갔어요-_-

숨은아이 2004-11-2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그 책 읽으시는 거 보고 보관함에 챙겨뒀어요. ㅎㅎ / 저런. 역시 한글에서 치고 나서 복사해 올리는 방법이 안전해요.

로즈마리 2004-11-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와 기독교 신에도 관심이 많으신 듯 하네요. 저도 그쪽으로 관심이 많아요..^^ 비슷한 관심분야를 가진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게 알라딘의 장점인 듯 하네요. 혹시 읽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신의 역사>란 책을 추천합니다. 성서의 신, 이슬람, 유대교의 신, 즉 하나님에 대한 일종의 역사라 할 수 있는데, 아주 재밌고 유익한 책입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장영란 선생님은 신화를 통한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 약간 생뚱맞지만 그런 글귀들을 적어 놓으신 것 같네요.

숨은아이 2004-11-2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즈마리님 반갑습니다. 신화와 종교 역사 쪽에 관심은 있는데, 아직 책을 많이 읽진 못했어요. 추천하신 책, 고맙습니다. 보관함에 넣어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