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는 헌혈하면 안돼 ? 2004/11/29 19:28




 


아래 글은 대한적십자사에서 퍼온 글인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아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헌혈을 하지 말거나, 했다면 빨리 회수하여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자진배제란 자신의 혈액이 타인의 몸에 수혈되지 않도록 헌혈자가 스스로 혈액원에 알리는 행위입니다.
헌혈자가 고위험군(동성연애자, 약물중독자 등)에 속하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검사를 위해서 헌혈을 하셨거나 바이러스성 간염의 추적관찰을 위해서 헌혈하신 경우 등 어떤 이유로든지 헌혈하신 혈액이 수혈 받는 사람에게 위험할 것으로 생각되시면 가능한 빨리 해당 혈액원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글은 헌혈하지 전에 헌혈 하기 전에 헌혈할 사람이 스스로 답하도록 하는 '문진표'의 질문 내용이다.


 


15. 최근 1년 사이에 아래에 해당되는 사항이 있습니까?


1. 비합법적인 약물(마약, 각성제,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했다.


2. 에이즈(AIDS)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받은 경우가 있다.


3. 동성이나 다수의 불특정 이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이 있었다.


4. 위 1~3항에 해당되는 사람과 한 번이라도 성접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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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에서 동성연애자는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단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어로 규정되어지는 사람들이 선택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인 예일 게다(줄임말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조롱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 의도가 없다면 열린우리당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줄임말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줄일 때, 공식 줄임말은 민주노총이다. 따라서, 민노총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단지 단어 선택의 문제만을 위해 위 글을 퍼오진 않았다.


 


적십자사는 고위험군이라고 하여, 동성애자를 그곳에 집어넣었다. 동성애자가 고위험군인 이유는 에이즈 감염자의 1/3 가량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나머지 2/3은 ?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마약 투약용 주사기 사용이나, 수혈 중 감염 등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이성애자다. 그렇다면, 수치상으로 볼 때, 이성애자야말로 고위험군이다.


 


다음으로, 동성이나 다수의 이성과 성접촉을 한 경우라고 했는데, 한명이든 여러명이든 동성과 성접촉을 한 경우는 헌혈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 다수의 이성이 아니라 한명과 성접촉을 한 경우는 해도 되는데, 왜 한명의 동성과 성접촉을 하고서는 안 될까 ? 동성애자는 단 한명과도 성접촉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들린다. 이성애자는 다수의 특정 이성과 성접촉을 해도 되는데, 동성애자는 단 한명도 안된다 ? 왜 ?


 


따라서, 아래와 같이 바뀌여야 한다.


 


첫번째 글에서 고위험군에서 동성애자는 빼도 그 뜻은 충분히 전달된다. 따라서 《헌혈자가 에이즈가 의심되어 에이즈 검사를 하셨거나》라고 하면 된다. 두번째 글에서 동성과 이성을 구분할 하등의 이유는 없으므로, 《다수의 불특정 이성, 동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라고 해야 맞다고 하겠다.


 


그리고, 아래 글은, "동성애=에이즈 감염 경로"라는 등식이 아직도 횡행하는 데 대해 지적하는 글이다. 


 


‘누구나’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 에이즈는 주로 HIV 감염자(이성이든 동성애든)와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콘돔 사용 등 성병 예방을 위한 안전한 섹스를 하느냐의 문제이지, ‘덜 문란한’ 사람은 사소한 성병 정도만 걸리고 ‘많이 문란한’ 사람은 에이즈에 걸리는 식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더욱이 ‘동성애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다[일다 2003-12-08 00:36:00]


 


그럼에도, 왜 저런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을까 ? 게다가 잘못 선택된 단어까지 써가며 말이다. 오로지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알게 모르게 베어있는 차별 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칼럼에 헌혈 경험담을 올렸고, 각시가 내 글을 퍼가서 자기가 운영하는 방 한꼭지를 꾸미는데, 내 글을 본 어떤 이가 문진표에 담긴 위 글에 대해 말해 주었다. 난 늘 문진표에 '아니오'만 적었으니 아무 생각없이 그냥 또 습관처럼 '아니오'에 표시했을 뿐 세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쳤나 보다. 그 댓글을 보고 나서, 오늘 적십자사 홈피를 뒤져 보고 난 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여의도에서 열린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을 반대하는 집회와 파병연장 반대 집회에 참석했을 때 그 자리에서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깃발을 봤다. 소수이거나 또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힘이 없거나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과 침략, 학살을 일삼는 부시와 미국과 그 동조자들부터 억압과 차별을 당하는 이들이, 그들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구분은 없었다. 그 깃발도 생각나서 또한 이 글을 쓸 생각이 들었다.


 


위 글을 쓰는 데는 동성애자인권연대, 그리고 그들의 말을 실어 준 [일다]가 도움을 주었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11/29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아무리 선의라 해도,
나의 무지로 글 속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잘못이 있어,
혹여나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잘못이 있다면 누구라도 지적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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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30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4-11-3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습니다. 방명록에 인사를 먼저 드리는 것이 우선이겠습니다만 올려주신 글에 대한 의견만 잠깐 말씀드리려는 것이어서 댓글로만 인사드립니다.



올려주신 글 중 반대를 위한 반대로 생각되는 의견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몇 있어서 굳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례로 에이즈 감염자의 1/3이 동성애자이고 2/3이 이성애자이니 이성애자가 고위험군이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수치를 왜곡해서 해석한 사례로 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동성애자 특히 남성동성애자의 경우 성행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액 등 감염위험성이 높은 체액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 감염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 아닌지요? 간단히 남성동성애자와 이성애자 군 간의 바이러스 전파율을 비교하여 보면 결론이 나올 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양쪽 모집단의 크기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하게 다른 편이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니 그쪽이 고위험군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입니다. 다만 그 권리의 행사가 다른 타인의 권리 (이 경우 건강권이 되겠지요)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를 막기 위한 조처를 차별이라고 무차별적으로 단정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숨은아이 2004-12-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저는 삐뚤어진 동반자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데용. ^^

따우님 : A/S라기보담 따우님 댓글에서 뭔가를 배운 거지요. :-) 지적하신 부분은 분명 차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만, 혈액 검사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헌혈된 혈액은 단시일 안에 사용해야 하기에, 현실적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하겠지요.

호련님 : 반갑습니다. 지난주에 호련님 이벤트 페이지에도 잠시 기웃거렸는데(엠티 날짜랑 겹쳐서 참여는 못했지만 ^^). "에이즈 감염자의 1/3이 동성애자이고 2/3이 이성애자이니 이성애자가 고위험군이 아니냐"고 한 부분은, 역설적인 비유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에이즈 환자의 2/3가 이성애자라고 해서 이성애자를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없듯이, 단지 성애의 경향을 가지고 에이즈 감염 위험이 더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에이즈는 정액과 혈액으로 감염되는데, 정액에 노출될 가능성은 이성간의 성교에서 더 높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혈액으로 인한 것은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냐 하는 문제하고는 관계가 없고요.

瑚璉 2004-12-0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딴지를 거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만 그래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글을 잇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역설적 비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수치로만 보면 1/3보다는 2/3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말씀드렸듯이 모집단 수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성애의 경향에 따라 감염위험이 더 높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남성동성애의 경우 감염위험이 더 높은 것은 그 성행위의 양태상 항문성교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고, 이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항문성교에서 출혈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조사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액에 단순히 노출된다고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고 피부 장벽이 손상된 경우에 감염의 가능성이 큽니다. 항문성교로 인한 출혈이 바로 피부 장벽 손상에 해당되는 사항이며 남성간 동성애에서 감염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로 이 경우에는 성애의 경향이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남성동성애의 경우 감염위험이 더 높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혈 내지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경우 성애의 경향과 무관하다는 것은 말씀하신 바와 같고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겠지요.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숨은아이 2004-12-0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호련님 글을 보고 생각을 좀 가다듬게 되네요.



우선, 이 글은 에이즈 감염의 원인이 동성애 자체는 아니며, "동성애자=에이즈 보균자"처럼 인식되는 건 잘못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쓴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교를 하지 않으면 성병에 걸리지 않겠지만 성교 자체가 성병의 원인은 아니듯이, 동성애 자체가 에이즈의 원인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적십자사에서 쓴 글귀는 건강한 동성애자에게도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동성애에 의한 감염률보다 다른 원인에 의한 감염률이 훨씬 높다고 들었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동성애자들은 스스로 매우 조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숨은아이 2004-12-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건강 검진 삼아 무책임하게 헌혈하지 말아달라는 뜻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검사를 위해서 헌혈을 하셨거나 바이러스성 간염의 추적관찰을 위해서 헌혈하신 경우 등 어떤 이유로든지 헌혈하신 혈액이 수혈 받는 사람에게 위험할 것으로 생각되시면"이라는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성이나 다수의 불특정 이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이 있었다"와 같은 문장은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접촉을 한 적이 있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어떤가 합니다.

瑚璉 2004-12-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동성애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분들이 차별과 구별의 차이점에 대한 논의가 없이, 모든 것을 차별이라는 말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렇게 여쭙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단어들을 낱낱이 따져볼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니 이 정도로 논의를 줄일까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썼던 글들은 내일 쯤 해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숨은아이 2004-12-0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호련님 덕분에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괜찮으시면, 쓰신 댓글들 그냥 두어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