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이야기”라는 말이 생겨난 과정은 이렇다.

입아구(입아귀) -> 이바구 -> 이야기.

입아귀란 입의 양쪽 귀퉁이라고 한다. 입을 열면 벌어지기 시작하는 부분. 어, 그래? 그런 말이 있었어?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보았다.


아귀01
「명」「1」사물의 갈라진 부분. ¶장식장의 문짝이 아귀가 잘 맞질 않는지 여닫을 때마다 덜컹거린다. §「2」두루마기나 속곳의 옆을 터 놓은 구멍. ¶아귀를 트다/그는 두루마기의 아귀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을 쳤다. §「3」씨앗이나 줄기에 싹이 트는 곳. ¶아귀가 트다. §「4」활의 줌통과 오금이 닿는 오긋한 부분. 「5」『북』'손아귀'의 북한어. 「6」『북』'입아귀'의 북한어. 「7」『북』익거나 힘을 주면, 금이 가거나 가닥으로 갈라지면서 버그러질 수 있게 감싸여 있거나 마주 접혀 있는 사이나 부분. ≒아금〔2〕. ¶아귀를 짝 벌린 밤송이들/아귀를 쩍 벌린 기중기의 바가지.≪선대≫§[<<아귀<신선>]


아항... 아귀란 대체로 무언가 “갈라지기 시작하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로구나. 그런데 북한에서는 손아귀도 아귀라고 한다고?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좌지우지...” 하는 식으로 “손아귀”란 말도 곧잘 쓰는데, 막연히 손바닥을 오그렸을 때 그 안쪽을 가리키는 말로만 생각해 왔다. “아귀”가 무언가 갈라지는 부분을 뜻하는 말이라면, “손아귀”의 진짜 뜻은 무엇일까? 다시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했다.


손-아귀
「명」「1」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과의 사이. ≒수악02(手握). ¶그때 나의 손을 잡았던 형의 손아귀 힘이 얼마나 세었던지 나는 지금까지도 그 아픔을 잊을 수가 없다.≪김용성, 도둑 일기≫/마치 정체 모를 어느 손아귀에 목이라도 졸리듯이 갈수록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윤흥길, 완장≫ §「2」손으로 쥐는 힘. ¶남자의 억센 손아귀/손아귀가 매우 세다. §「3」세력이 미치는 범위. ¶우리 모녀는 이제야 그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 며칠 사이에 주먹 패의 반 이상은 염상구의 손아귀 안에 들어와 있었다.≪조정래, 태백산맥≫§


그랬구나. 그러니까 손아귀는 원래 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 사이, 손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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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2-2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래요...

숨은아이 2005-02-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숨은아이 2005-02-2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상도 지방에서 이바구라고 하지요. 그러니깐 사투리가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셈이네요.

조석진 2011-06-17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헉... 지금까지 손아귀 제대로 몰랐던 ㅜㅜ 감사합니다.
 

곧 비가 올 듯 흐린 날씨에 왠지 기분이 썰렁하거나 찌뿌듯할 때, “을씨년스럽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그 말이 1905년 을사늑약이 맺어진 데서 나왔다고 한다.

을씨년스럽다
본뜻 :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조약으로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당시, 온 나라가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날 이후로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바뀐 뜻 : 남 보기에 매우 쓸쓸한 상황, 혹은 날씨나 마음이 쓸쓸하고 흐린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그런데 같이 흐린 날을 가리키더라도 좀더 느낌이 좋은 말이 있다.


잠포록하다 :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숲이며 물결이며 모두 잠잠하고, 날이 흐릿하여 조금은 무겁지만 포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날씨다. 이럴 때 사람들의 기분은 대체로 가라앉아서 차분해진다. 이런 날씨는 오직 ‘잠포록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쓸쓸하거나 우울하다기보다 차분한 기분. 가라앉는 듯하지만 포근한 날씨. 그런데 난 지금까지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자주 들었어도 “잠포록하다”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세상살이나 인심이 잠포록하기보다는 을씨년스러웠기 때문일까. 삭풍이 불면 을씨년스럽다. 바람기가 없어야 잠포록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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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2-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포록하다'는 말 참 예쁘네요.
어떤 날이면 잠포록하다는 말이 어울릴까, 이제부터 흐린 날을 잘 살펴보렵니다. ^^

물만두 2005-02-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포록한 날은 아니지만 말이 이쁘네요. 바람불지 말고 잠포록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조선인 2005-02-2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씨년스럽스지않고 잠포록한 나날만 계속 되면 좋겠네요.

숨은아이 2005-02-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만두님 조선인님, 모두 잠포록한 날이 기다려지시죠? 히히, 이 표현을 꼭 써먹어야 할 텐데.

숨은아이 2005-02-2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사람들은 날씨와 자연 만물을 참 세세하고 다양하게도 구별하여 표현했어요. 그죠?

숨은아이 2005-02-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에서 네모난 상자에 갇혀 살다 보니, 들과 산에서 하늘 땅 물을 다 보고 살던 때만큼 자연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게 되었겠죠...

balmas 2005-03-0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조선인님이 얼마전에 사용한 "잠포록한"의 출처가 바로 여기군요.
늦었지만 추천 하나 하고 갑니다. ^^

숨은아이 2005-03-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선인님이 그러셨던가요? 찾아봐야겠군요. ^^ 추천 감솨...
 



폐문장승득천금(閉門長勝得千金), “문 닫아거는 것이 천금을 얻는 것보다 백 번 낫다”니, 지난번에 본 “으뜸 가는 선비는 마음을 닫고 중간 가는 선비는 입을 닫으며 못난 선비는 문을 닫는다”(http://www.aladin.co.kr/blog/mypaper/610637)는 구절도 그렇고, 살다 보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닫아걸어야 하는 때가 있나 보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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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2-2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을 닫다, 마음을 닫다... 다른 구절하고 연결시키면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왜 저렇게 닫아걸어야 하는지.. "자신을 지키라"는 의미인가요?

숨은아이 2005-02-2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찾아오는 이가 많으면 당파를 짓고 권력게임에 휘말리고 욕심도 생기고, 그래서가 아닐까 합니다. 책으로만 공부하던 옛날 이야기이겠지요. 저는 문 열어놓고 살고 싶어요. :-)

클리오 2005-02-2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말씀들을 듣고 보니 문닫아걸어야 할 곳이 많군요... ^^

숨은아이 2005-02-2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멋지세요. *.*
 

10년쯤 전인가, 지리산 뱀사골에 처음 갔을 때다. 뱀사골 산길이 어떤 데인 줄도 모르고, 그냥 기슭에서 산책만 하고 올 테니 등산화씩이나 필요할까 싶어 운동화 차림으로 갔더랬다. 그런데 뱀사골 산장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은 평평한 흙바닥이 손바닥만큼도 없이 온통 돌투성이였으니, 온 발바닥에 가득 물집이 잡혔다. 어흑.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 “너덜겅”이란 낱말을 보니 이때 일이 생각난다. “너덜겅”, 줄여서 “너덜”은 “돌이 많이 깔린 비탈”을 뜻한다. 이렇게 너덜이 깔린 길은 “너덜길”이다. 그러니 지리산 뱀사골에서 산장으로 오르는 길은 틀림없이 너덜길이겠다. 옛날에 이런 길을 가다 보면 짚신이 너덜너덜해져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너덜길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이 내민 부분을 “너설”이라 한단다. 인왕산이나 관악산, 도봉산 같은 산에 가다 보면 너설을 딛고 지나가야 하는 곳이 꽤 많다.

너덜겅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게 있는데, 내가 찍은 사진 중에는 너덜겅다운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게 없어 연합뉴스 이옥현 기자의 사진을 허락 없이(죄송. <(__)>) 퍼왔다.





위 사진은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시[集安市]에 있는 고구려 무덤, 태왕릉이다. 거대한 돌을 쌓아 만든 돌무지무덤인데, 아랫부분의 묘석이 오랜 세월 깨지고 흩어져, 마치 너덜겅처럼 보인다. 
(사진은 http://www.yonhapnews.co.kr/services/0718020700.html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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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2-2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눔을 받아주셔서 고마워요, 새벽별님.

조선인 2005-02-22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숨 넘어가는 깔딱고개죠? 언제나 또 가볼까요.
에, 또, 경상도에서는 그런 가파른 고개를 하늘궁디길이라고 합니다.
궁뎅이를 하늘로 처들고 두 손 두 발로 기어가야 한다고 해서요. ㅎㅎㅎ

숨은아이 2005-02-2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사골 말이죠, 조선인님? 하늘궁디길이라, 기막힌 표현이네요. ㅎㅎ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마르코스 지음, 박정훈 옮김 / 다빈치 / 2001년 4월
절판


‘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에는 뒤쪽을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163쪽

"그것은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네. 그것은 전에 자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라네."-165쪽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면서 자네는 자네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된다네. 그렇게 해서 자네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길을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네. 또한 뒤를 돌아보면서 자네는 깨닫게 된다네. 아, 내가 원하는 것은 돌아가는 것이군. 그렇게 말일세. 자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귀로를 발견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 바로 그것임을 깨닫게 된다네. 문제는 자네가 있지도 않은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네. 그것은 만들었어야 했네."-165-166쪽

"그런데 왜 우리 둘이서 길을 만들었다고 말합니까? 그것은 당신이 만들었지요. 저는 당신을 따라 걷기만 했는데요. (중략) 제가 간 길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잖아요."
"그렇지 않네. 그 길도 도움이 되었네. 그래서 우리는 (중략) 그 길을 다시 걸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지 않았는가! 즉, 우리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는가! 그 길이 우리가 원하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데려갈 다른 길을 만들 수 있었다네."-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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